상단여백
HOME 칼럼·연재 전문가칼럼
황당한 사건과 가짜도 관광 콘텐츠를 창조한다
주성열 세종대학교 회화과 겸임교수 | 승인2017.06.12 20:27

필자는 문화광광 자원을 생각하다 2012년 보도된 하찮았던 뉴스를 다시 상기한다. 2012년 스페인 남동부 보르하 시의 산투아리오 데 미제리코르디아 성당에서 고미술품의 복원과 관련된 흥미로운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이 성당의 벽에는 19세기 스페인 화가 엘리아스 가르시아 마르티네스가 가시 면류관을 쓴 예수의 얼굴을 그린 프레스코화인 <엑체 호모(Ecce Homo, 이 사람을 보라!)>가 자리하고 있었는데 성당의 습기로 인해 원작이 많이 훼손된 상태였다.

이에 열정적 신도였고 80대 아마추어 화가였던 세실리아 히메네스(Cecilia Gimenez) 할머니는 스스로 예수 벽화를 복원했다. 그러나 그것은 참담한 결과로 이어졌다. 오히려 원작과는 한참 동떨어진, 예수의 얼굴이 원숭이의 모습으로 복원되었기 때문이다. 이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자 외신들이 앞 다투어 ‘역사상 최악의 복원’이라는 비난을 쏟아냈고 전 세계적으로 웃음거리가 되었다.
 
그런데 이때부터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 곳 저 곳에서 사람들이 문제의 벽화를 보기 위해 교회로 몰려들면서 방문객들의 입장료로 교회는 큰 수익을 얻게 되었던 것이다. ‘복원 실패작’을 보려고 첫 해 동안 4만 명, 다음 해에 11만 명이 이곳을 방문, 교회 측은 방문객들에게 1유로의 입장료를 받았다.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아마추어 화가 세실리아 히메네스는 변호사를 통해 교회에 자신의 엽기적인 복원 작품에 저작권료를 요구했던 것이다. 결국 2013년 8월 22일 히메네스 할머니는 입장료 수익의 49%를 받기로 정식 계약을 맺었다. 이밖에도 그는 티셔츠, 머그잔, 관광 상품, 와인 레벨(2012년) 등에 그림이 사용될 때마다 저작권료를 받을 수 있게 되었고 수익금은 자선사업에 사용하고 있다.

또한 미국 극작가 앤드류 플랙(Andrew Flack)는 히메네스(Cecilia Gimenez) 할머니의 ‘Ecce Homo’를 45분짜리 코믹 오페라 ‘보라 이 사람이로다(Behold The Man)’로 제작하여 보르하(Borja) 마을에서 초연(2016년 8월 14-20일)이 이뤄졌다. 그리고 2016년 보르하 시에 관광객들이 몰리자 아리아 시장은 히메네스 할머니의 공을 기리는 ‘히메네스 복원기념센터’를 개원했다.

원본과 훼손된 부분 그리고 복원된 그림

보르하 시는 센터의 개장으로 매년 3만 명이 복원에 실패한 ‘엑체 호모’를 보기 위해 방문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후에도 아마추어 화가 히메네스는 전시를 열거나 이베이(ebay)에서 자신의 그림을 팔고 스페인 가수의 뮤직비디오에도 출연하는 등 나름 유명인사가 되었다. 이어 페이스 북에는 그녀의 팬클럽까지 만들어졌다.

미술사적으로 소중한 작품을 훼손시킨 교회와 할머니가 처벌을 받기보다는 언론에 의한 이슈몰이 덕에 오히려 큰 이익을 얻게 된 이 사건은 오늘날 미술계 구조뿐만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의 씁쓸한 이면을 노출시킨 대표적인 예이다. 대중들에게 결국 중요한 것은 본질(진실)이 아니라 그것을 둘러싼 유명세, 이슈, 상품가치 등이 만들어낸 허상이라는 사실이다.

‘엑체 호모’ 오페라 포스터

그리고 현대인들에겐 새로운 정언명령이 탄생한 것이다. ‘낡은 것은 가라~! 흥미로운 것에 탐닉하라~! 이 원숭이를 보라!(Ecce Mono)’ 결국 미술계에서 일어난 황당한 사건이 법정 논쟁에 따른 법리적 처벌을 받는 대신 새로운 관광 상품으로 개발되었다. 진지함보다는 흥미 위주의 하나의 여행지를 탄생시켰다. ‘새로운 것을 소비하라’는 정언명령이 현대인들의 내면에 구조화된 소비 욕망을 부추겨 낸 관광 상품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이런 황당한 사건이나 사소한 일이 계기가 되어 문화관광 상품으로 거듭난 예를 세상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필자의 견해로는 1619년에 제작되었다는 벨기에 브뤼셀의 ‘오줌 싸게 동상’, 로마에 가면 산타 마리아 인 코스메딘 성당의 한쪽 벽면을 장식한 ‘진실의 입’, 덴마크 코펜하겐 랑겔리니의 해안 바위에 설치된 ‘작은 인어 상’도 직접 가서 보면 매우 실망하는 관광지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들만의 역사적인 이야기와 문화적 가치는 대단히 중요하겠지만 많은 기대를 하고 간 관광객들에겐 대단히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이런 허상 이미지의 대표적인 예로 산타클로스(Santa Claus) 역시 비켜 갈 수 없는데 코카콜라 광고에서 출발하여 대중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강력한 종교적인 이미지 중 하나가 되었다. ‘밸런타인데이’가 그렇고 이 밖의 많은 각종 기념일이 사실보다는 허구적인 이미지에서 탄생한다.

이런 진짜인 듯한 문화현상은 특히 중국 등지에서 관광자원과 관련된 분야에 활발하게 기획되는 중이다. 중국 상해는 유럽 건축물을 모방하여 거대한 시뮬라크르로 만든 도시를 하나의 관광자원으로 만들었다. 광둥성 후이저우시(惠州)는 오스트리아 잘츠카머구트의 ‘할슈타트(Hallstatt)’ 마을을 그대로 모방한 ‘후이저우 하슈타트어(哈施塔特)’도 여행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앞으로도 중국은 항저우의 ‘프랑스 마을’ 등 부동산 개발과 관광지 개발 등의 이익과 맞물려 짝퉁마을 건설을 연이어 계획하고 있다.

일본은 나가사키에도 네덜란드 도시 ‘하우스텐보스’를 구현하여 관광지를 만들었고, 하코네란 소도시에 아주 적은 수의 유품으로 ‘어린왕자 박물관’을 꾸미기도 했다. ‘빨간 머리 앤’이란 소설 속 이야기의 배경을 관광지로 개발한 캐나다 동쪽의 섬 노바 스코티아(Nova Scotia)라는 여행지도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대한민국에는 남해에 이주민들이 귀향해서 만든 ‘독일 마을’이 있고, 유럽의 현실과는 무관하게 분위기만으로 만들어진 공간으로는 가평에 ‘쁘띠 프랑스’와 ‘에델바이스’ 마을, 제주도에 ‘스위스 마을’도 있다.  

디지털 문명이 도래하면서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져 사이비 혹은 가짜 이미지와 정보는 갈수록 다양한 형식으로 재생산되고 있다. 인터넷 시대에 나타난 ‘인터넷 밈(internet meme) 현상’은 황당하거나 중독성 있는 대상이라면 무엇이든 확산된다. 프랑스 사회학자 보드리야르는 이미 가짜의 시대인 ‘시뮬라크르 현상’에 대해 지적한 바 있다. 현대는 복제의 복제 즉 원본과 상관없는 그럴 듯한 ‘가짜 이미지’들이 사회를 지배한다는 것이다. 원본과 관계없는 복제를 복제한 이미지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대단하다.

이런 시뮬라크르 시대인 지금 우리 주변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거짓 정보가 차고 넘친다. 건강에 대한 허술한 정보뿐 아니라 학위 위조와 논문 표절 등이 사회문제가 된지 오래다. 지난해 조영남은 그의 작품을 대필화가가 그렸다는 이유로 사이비 작가로 취급되어 법정을 오가며 곤욕을 치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문제가 사소하거나 문제 삼을 필요가 없어 논쟁을 거부하지만 대중들은 예술에 대한 진정성에 대해 혼란을 야기한 사건으로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얼마 전 대한민국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각 후보 캠프에 가짜 뉴스 비상이 걸리면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었었다. 지난 미국 대선전에서도 가짜 뉴스가 871만 건으로 진짜 뉴스를 앞질렀었다. 독일은 총선을 앞두고 가짜 뉴스 생산자에 대한 50만 유로의 벌금을 부과하는 법안도 마련했다. 사이버(cyber)가 아닌 사이비 이미지, 사이비 정보 전성시대가 도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두 눈을 뜨고도 코 베어가는 세상이라는 말도 나올 것 같다. 넘쳐나는 정보 과잉의 시대에 ‘결정 장애’도 늘어나고 있고 판단을 보류해야만 하는 일들이 넘쳐 난다.

현대인들은 숭고와 시뮬라크르(사이비) 가치를 사이에 두고 살고 있다. 고대에는 신화가 인간의 상상력을 포용하였다면 디지털 문명사회에선 가상의 것이 그 자리를 대신하였다. 일탈을 꿈꾸는 대중들은 아름다운 동화 대신에 엽기적인 사건에 관심을 가지고 저 너머의 세상을 그리며 살고 있다. 분명 대중은 황당하고 엽기적인 사건에서도 재미를 얻고 동시에 교훈을 발견하기에 언제나 지혜롭다. 흥미 위주의 가치도 의미가 있지만 각종 거짓된 정보에 손해를 보고 살지만은 않을 것이다.  

◆ 주성열 세종대학교 회화과 겸임교수
-파리 1 대학 예술철학 기초박사
-성균관대 공연예술 박사 수료
-모던 라이프 아트디렉터
-단국대 서양화과 겸임교수 & 산학연구원
-연성대, 극동대 호텔관광 외래교수

 

 

 

주성열 세종대학교 회화과 겸임교수  joosung10@hanmail.net

<저작권자 © 트래블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주성열 세종대학교 회화과 겸임교수의 다른기사 보기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회사소개기사제보광고안내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04522) 서울특별시 중구 무교로 16 (체육회관빌딩) 608호   |  대표전화 : 070-5067-1170/010-2678-5455
발행일자 : 2015년 7월 15일  |  등록번호 : 서울 아 03741  |  등록년월일 : 2015년 5월15일  |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정민
Copyright © 2021 트래블데일리. All rights reserved.  |  ljm@traveldaily.co.kr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