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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동여행③
엄금희 기자 | 승인2017.10.21 18:46

강선대 이안눌과 임제의 풍류를 만나다

영동 강선대는 양산팔경 중 2경으로 빼어난 절경을 자랑한다. 양산팔경 중 하나인 강선대는 팔경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곳이다. 조선의 대표적인 문신이자 풍류객이었던 이안눌과 임제가 머물렀던 곳이 강선대다.

이안눌과 임제가 머물렀던 강선대는 강가에 우뚝 솟은 바위 절벽에 올라앉은 멋진 육각정자다.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경치는 절경이다. 유유히 흐르는 금강과 산줄기가 어울려 산수화 같은 풍경을 빚어낸다.

▲양산팔경의 빼어난 경치가 숨어있는 강선대 가는 길이다. 강선대는 양산팔경 중 제2경이다. 여행은 자유로운 시간을 통해 행복을 얻는다.

강선(降仙)은 내릴 강(降), 신선 선(仙)으로 신선이 내려온 곳이다. 천상의 선녀 모녀가 지상을 내려보다가 강물에 비친 낙락장송과 석대가 어우러진 풍경이 너무도 아름다워 하강후 목욕을 했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강선대는 지난 1996년 4월 15일 향토유적 제1호로 지정됐다. 정자 안에는 동악 이안눌이 이곳의 절경을 보고 노래한 '강선대'란 시와 백호 임제의 시가 걸려 있다.

하늘 신선이 이대에 내렸음을 들었나니
옥피리가 자줏빛 구름을 몰아오더라
아름다운 수레 이미 가 찾을 길 바이 없는데
오직 양쪽 강 언덕에 핀 복사꽃만 보노라
백척간두에 높은 대 하나 있고
비 갠 모래 눈과 같고 물은 이끼 같구나
물가에 꽃은 지고 밤바람도 저무는데
멀리 신선을 찾아 달밤에 노래를 듣노라.

강선대에 올라 달밤의 노래를 들었던 이안눌은 18살에 진사시에 장원급제한다. 그러나 동료들의 모함을 받자 관직에 나갈 생각을 버리고 오직 문학 공부에 열중했다. 이 시기에 동년배인 권필과 선배인 윤근수, 이호민 등과 교우를 맺어 동악 시단을 이룬다.

이안눌은 29살 되던 해인 선조 32년, 1599년 다시 과거 시험을 봐 문과에 급제했으며 이후 여러 언관직을 거쳐 예조와 이조 정랑, 예조참판과 형조판서, 홍문관제학을 지냈다.

인조 14년, 1636년 겨울에 병자호란이 일어나자 병든 몸을 이끌고 왕을 호종해 남한산성으로 갔다가 전쟁이 끝나고 한양으로 돌아온 후에 병세가 악화돼 죽었다.

▲양산팔경의 빼어난 경치가 숨어있는 강선대는 강선교를 건너야 만날 수 있는 무릉도원이다. 조선의 대표적인 시인이자 풍류객인 이안눌과 임제가 반하고 천상의 선녀조차 별천지의 풍경에 풍덩 빠진 강선대다.

이안눌은 작품 창작에 최선을 다해 문집에 4379수라는 방대한 양의 시를 남겼다. 두보의 시를 만 번이나 읽었다고 해서 시를 지을 때에 하나의 글자도 가볍게 쓰지 않았다고 전한다. 특히, 이태백에 비유됐고 서예 또한 뛰어났다.

조선의 대표적인 풍류객 백호 임제는 기생과의 사랑에 대한 일화가 많은 선비다. 가장 유명한 것은 평양기생 한우와의 사랑이다. 한우는 가야금 잘 타고 시에 능한 콧대 높은 평양기생이었다. 그런 한우를 백호가 시를 지어 꼬신다.

북천이 맑다거늘 우장 없이 길을 나니
산에는 눈이 오고, 들에는 찬비로다
오늘은 찬비 맞았느니 얼어 잘까 하노라.

여기에서 찬비는 기생 한우(寒雨)의 한글 이름이다. 시에는 혼자 웅크리고 자야 하는 신세를 은근히 표현하고 있다.

백호 임제의 시에 기생 한우도 멋지게 화답한다. 한우는 백호에게 정담을 보낸다. 그리고 이들은 사랑의 하룻밤을 잤다 한다.

어이 얼어 잘 이 므스일 얼어 자리
원앙침 비취금을 어디 두고 얼어 자리
오늘은 찬비 맞았으니 녹아 잘까 하노라.

▲강선대는 영동 양산면 봉곡리 양강 기슭에 있는 누대다. 지난 1956년 5월 10일 여 씨 문중에서 사라진 강선대를 6각 정자로 다시 세웠다.

한우는 백호에게 사랑에 푹 빠져서 함께 살자고 했지만 백호 임제가 뿌리쳤다고 한다. 백호 임제는 조선의 가장 멋진 풍류객이다. 조선의 풍류객 이야기를 할 때 임제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천재는 요절한다. 39살에 요절한 조선시대 최고의 풍류객 백호 임제의 숨결이 아쉽다. 그는 35살 때 평안도 도사로 부임하러 평양으로 가는 길에 명기 황진이를 만나러 송도에 들렸다. 그러나 황진이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임제는 닭 한 마리와 술 한 병을 가지고 황진이 묘에 들러 관복을 입은 채 술잔을 올리고 추도하며 시를 읊는다.

청초 우거진 골에 자는다 누웠는다
홍안은 어디 두고 백골만 묻혔나니
잔 잡아 권할 이 없으니 그를 슬퍼하노라.

양반 신분에 천민인 기생의 무덤 앞에서 예를 갖추었으니 얼마나 멋진 풍류객인가? 그런데 이것이 문제가 되어 조정으로부터 비방을 받고 벼슬을 내놓았다.

강선대 안으로 들어가니 시원한 강바람이 불어온다. 앞쪽의 바위로 올라가 양강을 바라보니 강과 바위 그리고 산야가 아름답다. 이곳에서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 땅 한반도의 지형도 읽힌다. 강선대는 물과 바위와 소나무가 어울려 삼합을 이루는 아름다운 곳이다.

이안눌과 임제가 사랑한 강선대는 하늘의 선녀조차 사랑한 신비의 별천지 무릉도원이다. 하늘에 있는 선녀 모녀는 어느 화창한 초여름 날 신비스러운 땅을 내려다보면서 이야기를 나눈다. "어마마마 소녀는 어디 아무도 보는 이 없는 곳에 가서 목욕이나 하고 오렵니다."

선녀의 어머니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하기를 "보아라 저 아래 아름다운 강물 속에 소나무 우거진 석대가 솟아 있고 그 옆의 강물에 몸을 담가 보고 싶지 않느냐."

선녀는 어머니가 가리키는 곳을 내려다보았다. 과연 강 속에 우뚝 솟은 3십여 척 되는 석대에 해묵은 소나무가 그림처럼 솟아 있고 초여름의 강물이 햇살에 비쳐 은비늘처럼 일렁이고 있었다.

선녀는 기쁨의 소리를 지르고 그곳에 내려왔다. 구름을 타고 석대에 내려온 선녀는 주위 산천의 아름다움에 취하여 한동안 눈을 바로 뜰 수가 없었다.

▲양산팔경의 빼어난 경치가 숨어있는 강선대에 대한 안내다. 여행은 무엇을 보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속에 숨은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지혜다. 새삼 이안눌과 임제의 시가 가슴 따뜻한 사랑과 행복으로 남는 강선대다. 이들이 있어 더욱 강선대는 아름답다.

눈을 뜨고 동쪽을 보니 푸른 잎이 공중에 떠서 푸른 안개가 된 것은 천마산이오. 서쪽을 바라보니 공중에 가득하여 하늘을 가린 것은 묵험산이며 남쪽을 보니 오색이 하늘에 나는 것은 비봉산이다. 북쪽을 보니 눈썹같이 눈을 사이에 두고 꿈틀거리는 산은 마니산이라 언덕과 산이 무르녹은 모습을 그려내어 마치 선녀가 사는 하늘과 비슷한 이 땅의 별천지에 선녀는 그만 넋을 잃을 지경이었다.

선녀는 양산 송호리 강가 모래밭에 옷을 벗어 놓고 목욕을 하기 시작했다. 이 모양을 강물 속에 있는 용바위가 힐끔 힐끔 훔쳐보고 있다가 어느 사이에 용바위는 선녀의 아름다운 몸매에 그만 넋을 잃고 말았다. 용바위는 바위이기는 하였지만 수용이었다. 이 수용 바위는 목욕하는 선녀를 보더니 금세 검은 마음이 일었다.

용바위는 물속에서 선녀 쪽으로 한 걸음 두 걸음 옮겨갔다. 한참 정신없이 목욕을 하던 선녀는 물속에서 무엇이 자기 쪽으로 옮겨 오고 있는 것을 눈치채고 그쪽으로 눈을 돌렸다.

아니나 다를까 커다란 용의 모양을 한 바위가 조금씩 이쪽으로 다가오지 않는가. 선녀는 그만 기겁을 하고 놀라 서둘러 옷을 걸쳐 입고는 하늘로 올라가 버리고 말았다. 이런 일이 있은 후부터 이 바위를 강선대라 부르기 시작했다.

▲양산팔경의 빼어난 경치가 숨어있는 강선대에는 전설의 용암이 있다. 더불어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 땅 한반도의 지형을 이곳에서 본다.

강 가운데에 있는 용암에도 전설이 숨어있다. 용이 강선대에 있던 아름다운 선녀를 보고 참지 못해 다가갔더니 선녀는 놀라서 하늘로 올라가고 용은 그 자리에 용암이 됐다.

강선대는 양기 강한 바위와 음기의 물을 소나무가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금강 기슭의 기암절벽과 노송이 울창해 강선대와 어우러진 맑은 강물과 맞닿은 이곳이 무릇 신선의 땅이다.

Tip
충청북도 영동 강선대 찾아가는 길 주소: 충청북도 영동군 양산면 봉곡리 756-1

엄금희 기자  ekh@travel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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