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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여행①
엄금희 기자 | 승인2018.01.06 15:57

송정고택 농익은 하룻밤 묵고 싶구나

고택은 삶 그 자체다. 청송 덕천마을 송정고택은 삶의 일부이면서도 주변의 삶을 둘러싸고 있는 농익은 모든 것들에 대하여 문을 열고 있다.
 
우리네 삶이 감추고 있는 무의 풍요로움을 길어올리고 송정고택을 거닐다 보면 삶 너머로 사색하게 만든다. 송정고택은 정확히 삶 그 자체를 겨냥한다. 맑은 마음으로 조선 시대 만석꾼의 터전을 엿보게 한다.

▲ 청송 덕천마을 송정고택은 송정 심상광이 머물던 집으로 대문채에서 문을 연다. 이제 103년 전에 열었던 만석꾼 송정 심상광의 너무 아름다운 꿈의 문을 들어선다.

세상에는 변치 않는 마음과 굴하지 않는 정신이 있다. 순수하고 진실한 영혼들도 있다. 그러므로 자신이 가진 최상의 것을 세상에 준다. 고택이 현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다.

청송 송정고택은 청송군 파천면 덕천마을에 있는 경상북도 지정문화재인 문화재자료 제631호다. 조선 영조 때 만석의 부를 누린 심처대의 7대손 송소 심호택의 둘째 아들 송정 심상광이 머물렀던 곳으로 1914년에 지어졌다.

▲ 청송 덕천마을 만석지기 송정고택 건물의 바깥쪽에는 큰 대문이 있다. 큰 대문에서 바라본 넓은 정원이다. 가운데 안채로 들어가는 곳에 다시 작은 대문이 있다. 안채와 사랑채 사이에는 책방과 고방이 연결되어 있다.

송정 심상광은 도산서원과 병산서원 원장을 역임하고 청송향교의 전교를 2차례 지낸 유학자로 지금도 매년 유생들이 송정 학계를 열고 있다. 송정고택이 청송 고택의 얼굴이 되는 이유다.

송정고택은 이제 103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고택으로 일제강점기 이래 최근까지 향촌사회의 지배층 생활사를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다. 송정고택 배치의 큰 틀은 조선시대 사대부가의 전형적인 유교적 배치 질서 속에 근대기의 시대적인 특징들이 함께 있어 건축사적 가치가 매우 큰 것으로 판단된다.

청송 덕천마을 만석지기 송정고택 사랑채다. 송정고택은 송소고택과 연접해 있다. 안채와 사랑채, 별채가 각각 독립돼 있다. 이들을 연결하여 전체적으로 'ㅁ'자 배치 형태다.

송정고택은 바깥마당과 안마당까지 두루 갖춘 집으로 한옥 터가 무려 3000여 평에 이른다. 터의 크기 자체로도 부유함을 알 수 있다. 고택은 풍요로운 무의 샘물로 목을 축이지만 그 샘물은 삶이 자신에게 진실해질 때에만 가치가 있다.

송정고택 솟을대문  안으로 들어선다. 넓은 마당이 마중한 이곳은 안이 아니라 바깥마당이다. 오른쪽으로는 송소고택과 이어지는 문이 있고, 왼쪽으로는 우물과 소나무 숲으로 이어지는 산책로가 있다.

▲ 청송 덕천마을 만석지기 송정고택 사랑채 삶의 풍경이 자연스럽다. 아름답게 펼쳐진 송정고택은 고택의 정원에서 길을 묻듯 사람 사는 정감이 넘친다.

바닥의 징검다리 비석을 하나씩 디디며 사립문이 보이는 쪽으로 족히 서른 걸음 정도를 더 걸어가야 입구다. 안으로 들어가면 비로소 본채와 안마당이 보인다.

송정고택은 집이 'ㅁ'자 구조의 한옥으로 사랑채와 책방, 중간에 대청마루가 있다. 특히 심상광이 사용하던 책방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 청송 덕천마을 만석지기 송정고택의 책방과 안채의 풍경이다. 송정고택은 조선 후기 선비의 전통가옥과 상류사회의 형태를 잘 간직하고 있다.

당대 부자들의 삶을 상상하는 시간 거대한 집터에 비해 내부는 뜻밖으로 소박하다. 전통 기법을 모두 유지하고 있는 한옥이지만, 선비의 겸손함을 반영하듯 장식적인 요소가 극히 적다.

장작을 때는 온돌 방과 깨끗이 청소를 해둔 앞마당, 전통 한지를 이용한 벽지와 천연 염색 천과 한실로 꾸민 이불 등이 보인다. 꾸미지 않아도 기품이 있다.

송정고택 뒤편에는 낮은 언덕이 있다. 사유하며 걸을 수 있는 산책로다. 걷는 동안 무성하게 심어진 소나무의 그윽한 향을 맡으며 사색에 빠진다.

▲ 청송 덕천마을 만석지기 송정고택에는 예전 우마차의 바퀴가 있다. 만석꾼의 쌀이 실려 송정의 집을 드나들었을 사람들의 풍요로웠던 왁자 시끌한 모습들이 그려진다.

한 사람이 걸어온 내력을 송정고택을 걸으며 생각한다. 이것은 세상 앞에서 한 사람이 자신을 증명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송정 심상광이 우리에게 던지는 삶의 의미는 무엇일까?

▲ 청송 덕천마을 만석지기 송정고택 안 대문채에서 바라본 바깥 대문채가 비석이 깔린 채로 아름답게 펼쳐진다. 이 길을 걸었을 사람들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기다리고 옷고름을 매만져줬을 여인들의 사랑도 전해진다.

깨끗하고 견고하고 유한한 형상을 얻게 된다. 그것은 송정고택이 곧 선비의 삶이며 사랑이며 또한 인생이다. 송정 심상광과 함께 이곳에서 농익은 풍류를 나누며 하룻밤 묵고 싶구나.

▲ 청송 덕천마을 만석지기 산책로에서 만난 꽃을 준 여인이다. 이 길 위에서 사랑 고백을 한다. 좋은 사랑은 즐겁고 행복한 떨림이다. 그 마음들이 함께할 때 행복은 영원하다.
▲ 청송 덕천마을 만석지기 산책로에서 지난 시간의 이야기들이 전해진다. 추억은 잃어버린 시간을 달콤하게 전해준다. 추억의 시간을 품은 겨울 햇살에 묻힌 바람이 불어온다. 단박에 시간을 거슬러 오르는 추억의 삶에서 지나간 것은 모두 아름답다.

Tip
경상북도 청송 송정고택 찾아가는 길 주소: 경상북도 청송군 파천면 송소고택길 15-1
전화: 054-873-6695
영업시간: 체크인 오후 3시부터 체크아웃 익일 11시까지

엄금희 기자  ekh@travel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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