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첫 달. 영국을 방문했다. 영국에 정통한 혹자는 “영국은 기대하지 않고 가면 감동이지만 기대하고 가면 실망”이라고 말한바 있다. 글로 표현하기는 애매하지만 무슨 의미인지는 알 것 같았다. 그래서 따랐고 감동은 컸다.

대도시 보다는 소도시에서 느끼는 여행의 감정은 다르다. 아기자기함이 있고 매력적인 쓸쓸함이 있다. 역시 여행은 현장에 모든 것이 있다. 다양한 감정이 있고 다양한 삶의 흔적이 있다. 불과 며칠만에 이방인으로 변신해 걸음걸이와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가 겸손해진다.

모든 길이 낯설어 한 순간 ‘바보’가 된다. 교통수단을 직접 찾아내야 하며 몇 번이고 노선도를 살펴야 한다. 성인에서 한 순간 어린아이가 돼 버린다.
그래서 여행은 사람의 마음과 태도를 다시한번 정화 시키는 수단이다.

말은 또 어떤가. 기본적인 소통이 가능하더라도 언제 모르는 단어가 다가올지에 대한 두려움으로 귀를 종긋 세우게 된다. 사람의 말을 듣는 연습을 하는 셈이다. 집중해야 하며 모르고 넘어가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이런면에서 여행은 피곤함의 연속이다.

시차가 멀어지면 멀어 질수록 시차적응에 대한 피곤함도 한 몫한다. 현지 시간, 고향 시간 두 대륙의 시간을 함께 계산하는 버릇까지 생긴다. 이마저도 며칠 후면 적응하게 되고 적응하면 다시 고향이다.

이토록 피곤함과 고단함의 연속인 여행을 왜 하는가? 그리고 사람들은 왜 여행을 가장 행복한 순간으로 여길까?

필자의 판단으로는 일종의 ‘카타르시스’가 아닐까 싶다.

그래, 여행에는 ‘카타르시스’가 있어야 한다. 유명한 건축물을 보고 느끼는 카타르시스, 맛난 음식을 먹는 카타르시스, 언어가 통했을 때의 카타르시스, 어렵게 길을 찾았을 때의 카타르시스, 여권에 훈장처럼 쌓이는 국가별 스탬프를 바라볼 때의 카타르시스, 출입국 절차를 어렵게 통과 했을 때의 카타르시스 그리고 다시 만나는 나의 고향, 가족들과의 ‘재회’ 카타르시스···

여행이 행복한 이유는 ‘카타르시스’가 맞다.

여행을 만들고, 개발하고, 보내고, 돈을 벌어야 하는 업계 종사자들은 어떤 ‘카타르시스’가 있을까? 아직 없다면 찾고 만들어야 한다.

여행은 ‘카타르시스’다.

*카타르시스 (katharsis)
사전적 의미는 정화(淨化) 또는 배설(排泄)을 뜻하는 그리스어지만 의미상으로는 일종의 ‘만족감, 쾌감, 시원하고 상쾌한 감정을 표현하는데 쓰인다. Katharsis 혹은 Catharsis로 표기한다.

이정민 기자  ljm@travel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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