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공사)의 역할에 대해 회의론이 어느때보다 강하게 일고 있다. 

지난 1961년 만들어진 공사는 올해로 57년이다. 
1968년 외래객 10만 명 유치에서 2016년 1700만 명. 100 배 이상을 훌쩍 넘은 성장이지만 조직 운영 패러다임을 전면적으로 개편해야 할 시점에 직면했다. 

명분은 많다. 
길어야 3년 주기로 바뀌는 공사 사장은 정권 낙하산 인사가 대부분이었다. 최근의 인사 역시 그랬다. 변추석 사장의 경우 업계 전문가는 아니었으며 정창수 사장 역시 박근혜 정권 사람으로 평가 받는다. 대단한 업적을 남길 필요는 없으나 도대체 임기 내 무엇을 한 것인지 묻고 싶을 정도다. 

누차 강조하지만 현재 인바운드는 한류 콘텐츠에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다. 이렇다 할 전략은 찾아 볼 수 없으며 낙하산 인사였던 공사 사장은 몇 달째 공석이다. 

중국 시장에만 의지해 온 탓에 지난해를 정점으로 인바운드 실적은 아웃바운드 대비 10배에 가까운 숫자로 떨어졌다.(한국여행업협회 회원사 실적 기준) 

이같은 문제를 탓하면 FIT는 괜찮다고 둘러댄다. 괜찮다니 일단 근거없는 안심은 된다. 

해왔던 사업을 살펴보자. 
예상치 못하게 중국시장이 떨어지니 난데없이 ‘시장 다변화’ 카드를 들고 나왔다. 중국만큼 돈 안 쓰니 대접은 푸대접이다. 실제 동남아 인바운드 업체들의 불만이 그렇다. 

호텔 등급제 사업도 보자. 무궁화를 별(星)등급으로 바꾼 후, 등급 적용 여부에 따라 요금이 변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실제 일부 지역에서는 요금적용에 아무런 변화도 없다. 호텔측이 공사를 무시한 것인지 공사가 무관심인지 알 수 없다. 

관광 대국 프랑스를 보자. 연 평균 우리가 30만 가고 그들이 3만 온다. 이 역시 10배다.
이쯤 되면 공사가 도대체 무엇을 하는 곳인지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이 잘되니 일본의 전략을 벤치마킹 하려고 난리다. 전혀 다른 체제, 역사, 콘텐츠임에도 불구하고 가까운 그들이 그렇게 해서 잘됐으니 우리도 배우자는 것이다. 전략 보고서만 바뀔 뿐 실제 시장에 투영되거나 근본적인 문제 발견 및 해결과는 무관해 보인다. 

해외 출장 중 호텔에서 방영되는 일본과 우리의 관광 홍보 영상만 봐도 알겠는데 공사는 그걸 모르나 보다. 

57년 역사 동안 공사를 거쳐간 인재들 중 아직도 현직에서 열정을 다하는 이들도 많다. 대부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남기고 있다. 이를 보면 사람의 문제보다는 조직과 경영의 문제를 짐작할 수 있다. 

한국에서 잘되는 외국 관광청의 운영 형태를 살펴보자. 

유럽, 북미, 동남아 등 각 국가를 대표해 직할 형태로 운영되거나 현지(한국) 전문가를 매개로 한국 사무소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관광청은 저마다의 예산과 전략, 목표, 계획을 갖고 한국 시장에 녹아들고 있다. 성과 역시 좋다. 현지 미디어의 적절한 활용은 물론 여행사, 항공사, 심지어 랜드사까지 유기적 관계도 이만하면 칭찬할 만하다. 

이에 반해 공사는 해외 지사 형태로 운영된다. 해외 현지 시장에 완전히 녹아들 수 없는 구조다. 이러고도 인바운드 성장을 원한다면 ‘어불성설 (語不成說)’이다. 

2014년 원주로 이전한 것 역시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세종시도 아닌 원주 이전은 4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다시한번 짚어봐야 할 문제다. 

총체적 난국이다. 그나마 하반기 정부 주도로 관광 분야에 더 많은 관심과 정책들이 나올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 나온다. 공사부터 뜯어 고쳐야 한다. 조직 개편이든 업무 개편이든 인사 개편이든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 

이 기회에 못하면 가수 ‘싸이’ 같은 천재 100명이 나와도, ‘방탄소년단’ 같은 잘 기획된 상품이 100팀 이상 나와도 영원히 아웃바운드 수치를 따라 잡을 수 없다. 하늘의 도움으로 ‘남북통일’이 된다 해도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이정민 기자  ljm@travel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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