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 산수유 여행 화엄사 선등 선원

화엄사 선등 선원은 수행의 장으로 외부인의 출입을 허락하지 않는 곳이다.

선등선원으로 가는 산문, 동안거가 끝난 선등선원은 열렸지만 여전히 외부인에겐 출입금지구역이다.

오늘은 동안 거가 끝난 후라 스님과 함께 선등 선원을 둘러볼 수 있었다.

'선등 선원'은 선의 등불을 계속 전한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갖가지 수행을 하고 만덕을 쌓아 화엄처럼 장엄한 세계가 '화엄사'다. 이 세상의 모든 존재가 불성을 가지고 있고, 궁극적으로는 그 모든 존재가 다 그대로 부처가 된다는 세계가 화엄의 세계다.

스님과 함께 선등선원으로 오른다. 앞서 걷는 스님의 등뒤로 서광이 비친다. 수행자의 아우라는 아무나 따라 걷는 것이 아니다.

화엄사 선등 선원은 대나무로 엮은 산문에 '선등 선원'이란 문패가 걸려 있다. 양옆으로 나무와 산죽이 숲을 이루는 오름길을 걷는다. 앞서가는 스님의 모습들에서 봄 햇살이 따사롭다. 스님의 등위로 서광이 비친다.

선등 선원에는 고요함에 잠겨 있다. 선등 선원은 앞쪽의 현판에는 '선등 선원'이고 뒤에는 '선등전'의 현판이 걸려 있다. 선등전을 통하여 방문을 열고 들어가니 수수하고 꾸밈이 없는 공간이다. 마음이 편안하다. 

선등선원의 전경

벽에는 스님들이 앉는 위치와 법명이 적혀있다. 방석 위를 보니 양옆으로 등을 돌려 수행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스님께 정성 들여 절을 하고 다소곳이 앉아 본다.

절을 한다는 것은 자신을 겸손하게 낮추는 하심이다. 하심은 상대방을 존중하는 마음이 담겨야 한다.

선등선원의 내부 모습이다. 수행공간이 일반에 공개되는 일은 없다.

눈을 감는다. 스님들의 매일매일이 더해져 3개월간 용맹 정진한 동안 거를 마치고 사립문을 빠져나가는 스님들의 바라가 보인다. 작은 사립문을 지나 화엄사로 내려가는 스님들의 뒷모습이 가벼워 보인다. 선원 문턱을 넘어섰으니 선기에 발걸음이 가볍다.

오래 참선 정진한 선승들 가까이에 마주 앉으면 서기가 느껴진다. 선방에 앉아 나 또한 스님이 된다. 화엄사 대웅전 뒤편의 높다란 산언덕에 자리한 선등 선원은 임진왜란 때 소실된 남악 선원이 있던 자리에 2002년 복원한 선원이다. 그동안 동안 거와 하안 거에 많은 수좌들이 모여 정진을 거듭한 곳이다.

선등전 현판

선원의 풍경을 사진에 담는다. 원래 화엄사에는 월유 선원, 봉천원의 남악 선원, 선등 선원 등 세 곳의 선원이 있었다. 월유 선원은 월유봉 아래에 있어 붙여진 이름이고, 남악 선원은 지리산을 남악이라고 불렀기 때문에 붙인 이름이다.

참선은 내 마음을 아는 것이다. 쉽다면 쉽고 어렵다면 어렵다. 사람의 본성을 찾는 일이 참선의 정진이다. 선승들이 참선으로 깨달음을 구하기 위해 선원이 필요한 일이다.

참선은 마음을 비우는 일이다. 복이 있는 사람은 숙세(宿世)부터 베풀고 산 사람들이다. 다른 사람을 지혜의 길로 이끌고 그들에게 불법을 알리는 것과 물질적으로 도와주는 것 등 베푸는 데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그러나 베풀지 않으면 언젠가는 가난과 불화의 고통을 받게 된다.

선등선원에서 하산하는 길

불교의 '보시'라는 의미를 생각한다. 남에게 물 한잔 떠주는 것, 낯선 사람에게 길을 가르쳐 주는 것 등 마음을 잘 쓰는 선용 기심(善用其心)의 보시를 가슴속에 새긴다.

제19교구 본사 화엄사 선등 선원에서 보시를 생각하며 참선의 마음을 갖는다. 고요한 가운데 머무는 참선으로 마음의 평안을 얻는다.

엄금희 작가  hankookce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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