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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의 삶, 반 고흐의 예술혼이 묻힌 곳으로
주성열 교수 | 승인2018.08.01 17:59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는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고 했다. 인간의 존재 이유나 근거는 미리 주어진 것이 아니므로 선택의 문제라는 말이다. 사르트르에게는 미리 주어진 인간의 본질은 의미가 없으며 단지 선택하는 자유가 있을 뿐이었다.

인간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는 매 시간마다 선택하고 결정해야 하는 불안한 문제다. 선택과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이 스스로에게 있기에 그 자유는 해방이 아니라 공포인 것이다. 미래의 가능성을 향해 스스로를 던지고 만들어 가는 것이 실존의 가치다. 스스로 초월하는 것이 주체다. 인간은 자기 실현을 통해 실존한다.

여행일정은 여행자가 정보를 채집하고 선택하여 결정된다. 여행의 진정한 가치는 일탈이며 미지의 세계에 나를 자유롭게 던져 놓는 데 있다. 미리 주어진 기준이나 의도가 있는 관광도 있지만 어느 날 나를 낯선 곳으로 데려다 놓는다면 무엇보다 더 큰 자유를 느낄 것이다.

자유와의 우연한 만남이 여행의 본질이지만, 자유로움이 주는 불안이나 고독을 통해 자신을 초월하는 것 또한 여행의 중요한 덕목이다. 여행을 계획하면서 우리는 이방인으로서 낯선 장소에 대한 상상을 시작한다. 미지의 이국적인 장소일수록 풍부한 연상을 불러일으키며, 낯선 공간에 대한 관심은 불안과 호기심으로 출발한다. 그 곳이 누군가가 치열하게 살았던 장소인 경우 호기심은 증폭된다.

작열하는 태양이 눈부신 7월, 문득 네덜란드에서 태어났으나 유럽을 떠돌다 태양 속으로 사라진 이방인 반 고흐의 실존적인 삶을 돌아본다. 짐멜의 정의처럼 이방인이란 방랑자와 토착민의 특성을 모두 가지고 있으며 언제라도 배척당할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처절하게 사는 사람들이다. 평생 이방인으로 살았던 반 고흐도 근원적인 존재에 대한 고민과 한 인간으로서의 실존적인 불안이 삶에 항상 내재했었을 것이다.

소설 이방인의 주인공 뫼르소(Meurso)가 태양(soleil)과 살인(meurtre)을 연상시키는 이름인 것처럼 반 고흐도 작열하는 태양을 상징하던 해바라기 그림을 여러 점 남기고는 신적인 존재로 삼던 태양에 몸을 맡겼다.   
  
예술가가 살았던 장소를 방문하고 산책하는 일은 여행 그 이상의 감동과 가치를 지닌다. 알랭 드 보통은 “화가가 어떤 장소를 규정할 만한 특징을 매우 예리하게 선별해냈다면 우리는 그 풍경을 여행할 때 그 위대한 화가가 그곳에서 본 것을 생각하게 되기 마련이다”고 했다.

반 고흐가 잠시 말년을 보냈던 오베르-쉬르-와즈 마을에 그의 그림 속 산책로가 있어 나도 같은 길을 걸을 수 있고 그가 드나들던 성당과 주변을 나도 바라볼 수 있다. 그가 잠시 화구를 내려놓고 그림을 그린 장소에서 바라보는 풍경도 세월의 흐름 말고는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다.

반 고흐는 네덜란드 준데르트(Zundert)에서 태어나 네덜란드, 벨기에 그리고 영국에서 생계유지와 신학공부를 위해 돌아다녔고, 1885년 네덜란드 뉘넌(Nuenen)을 떠나 프랑스에 도착한 후 더 이상 조국 땅을 밟지 않았다. 이후 그는 1886년 프랑스 파리에서 2년, 아를르, 프로방스의 셍-레미 요양원에서 1년 씩 머물다 파리로 돌아왔다.

동생 테오의 도움으로 1890년 5월 20일 오베르-쉬르-와즈라는 작은 마을에 도착해서 70일 정도 머무르며 80여점의 작품을 남겼다. 7월 29일 권총으로 자살을 시도했고 밀밭에서 <까마귀 나는 들판>을 마지막으로 남기고 홀연히 떠났다. 그가 잠시 머물렀던 이 작은 마을은 화가로서 치열했던 삶이 숭고한 가치로 남아 그것을 느끼려는 여행자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반 고흐라는 화가가 유년기를 보낸 마을 그리고 예술가로서 머물렀던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의 셍-레미와 아를르 또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장소로서 그리고 그의 흔적을 발견하고 이해하기 위해 찾아야 하는 곳이다. 

개별적인 여행을 선택하여 예술가들이 살았던 지역, 그들이 거주하고 활동했던 장소를 찾아 방문하여 직접적인 체험을 통해 여행의 즐거움을 얻는 사람들이 적지않다. 이러한 변화는 미래 관광의 트렌드에 있어서 대중문화와 체험학습 관광 등이 부상하는 이유가 될 것이다.

특히 극지탐험, 꿈꾸던 직업의 체험인 ‘보케이션 베이케이션(Vocation Vacation), 화가, 음악가, 문학가들의 흔적과 작품의 배경지를 돌아보는 관광 상품 등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진다. 학습 욕구가 높고 경제력을 갖춘 시니어 세대 대상의 ‘러닝 베이케이션(Learning Vacation)’이나 모험을 즐기는 ‘트라이투어슈머(Trytoursumer)’ 등도 인기를 끌고 있다. 역사 유적지나 공적 관광지의 빛나는 가치를 확인하기보다는 개인적인 가치를 체험하고 자기만의 특별한 추억을 만들고 싶은 욕구가 가져온 변화이다.

여가의 가치가 증대되면서 색다른 체험으로 자기계발을 가능케 하는 교육관광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 필자도 올 여름은 유럽여행을 준비 하고 있다. 프랑스 일정에는 당연히 반 고흐의 삶을 중심으로 방문할 도시들을 상상하는 중이다. 반 고흐는 프랑스 사람은 아니지만 프랑스를 떠올리면 반 고흐의 치열한 삶의 여정을 따라가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힌다. 

◆ 주성열 세종대학교 회화과 겸임교수
-파리 1 대학 예술철학 기초박사
-성균관대 공연예술 박사 수료
-모던 라이프 아트디렉터
-단국대 서양화과 겸임교수 & 산학연구원
-연성대, 극동대 호텔관광 외래교수


주성열 교수  webmaster@travel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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