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 백제원 특별한 시간 여행 

충남관광 부여의 백미 백제원을 찾았다. 부여 백제원은 충남 부여군 규암면 호암리에 있는 생활사 박물관으로 시간여행을 한다.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다양한 물품들이 전시돼 있다. 

▲부여 백제원의 입구다. 가을 여행의 특별한 시간 여행, 과거로의 특별한 추억이 우릴 반긴다. 특유의 신선한 가을 향을 품고 돌아온 부여 백제원에서 낭만과 추억을 새록새록 느낀다.

생활사 박물관 백제원을 마주한 순간 익숙함에 먼저 반한다. 백제원 박물관 건물도 그저 평범한 옛 가옥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복합문화공간 백제원 간판이 걸린 건물 안은 1층에서 2층으로 다시 1층으로 연결되는 통로를 따라 각종 대패들이 모아져 있는 목공소를 시작으로 살아 있는 돼지도 달았다는 크기 별로 수집돼 있는 대저울, 30여 년 전의 부여 할머니 연초 가게 등 눈길 가는 곳마다 과거로의 매력에 푹 빠진다.

▲부여 백제원 생활사 박물관으로 느림의 미학을 향해 간다. 과거로의 시간 속을 거닐고 보면서 온몸으로 느낀다. 느릿느릿 한 삶을 돌아보고 싶다면 부여 백제원으로 떠나보자.

 
부여 생활사 박물관 백제원의 할머니 연초 가게는 30여 년 전에 부여에 사시는 어떤 할머니가 운영하시던 담배 가게다. 성냥, 양초도 팔고, 화투도 팔고 그 귀한 이고약도 팔던 구멍가게다. 그때는 담배 가게를 이렇게 ‘연초 소매소’라고 썼다.

금방이라도 배달을 나갈 듯 우편 가방을 매단 채 서 있는 집배원의 자전거, 한 말 짜리  막걸리 통을 가득 싣고 배달 온 양조장 자전거가 서 있는 최 씨와 박 씨 부부가 운영하던 주막집, 한약방의 약재 장,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선택과 운명을 바꿔 놓았을 범바우 처녀살 점집도 통째로 진열돼 있다.

 
국회의원들이 매년 돌렸던 한 장짜리 달력, 2층으로 오르는 계단 벽면을 의지하고 있는 만화 책장, 오래전 극장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았던 영화 포스터들, 크고 작은 인형들과 장난감  등을 팔던 장난감 가게와 문방구, 비디오 대여점, 골동품전 백제당 새마을 전파사, 낡은 레코드 판, 우리나라 최초의 성냥공장의 성냥부터 각종 성냥통, 그리고 질은 떨어지지만 됫박으로 담아 팔던 성냥과 낯익은 책가방과 교복 등 60년대와 70년대의 각종 생활 모습들이 고스란히 모아져 있다. 

전시장을 울리는 귀에 익은 노랫소리를 따라가면 유네스코에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이산가족 찾기의 흔적들까지 좁은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다. 그때 당시 12,000여 명이 가족을 찾아 주었는데 이때 당시 가족을 찾고 얼싸안는 모습을 보고 우리나라 사람 안우는 사람이 없이 모두 함께 울었다. 그런데 더욱 중요한 것은 하찮은 종이 조각에 불과하지만 2015년 10월 8일 자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부여 백제원 생활사 박물관의 이모저모를 들여다본다. 과거로의 여행을 하는 데 있어 두루 갖춘 그야말로 '대한민국의 과거'라 할만하다.

 
그렇게 1,2층의 전시실을 돌아 나오면 백마강과 백마강변을 따라 흩어져 있는 백제의 유물들을 재현하는 의미로 조성했다는 식물원이 백제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할아버지가 학업을 시작하는 손자를 위해 기왓장에 천자문 한 글자씩을 구걸해 완성한 책, 걸자집이 책장에 가득히 모아져 있다. 

▲부여 백제원 일월오봉도다. 왕의 상징인 일월오봉도는 일월오약도, 일월오봉산도, 일월곤륜도, 일월도라고도 불린다. 왼편의 흰 달은 밤을, 오른 편의 붉은 해는 낮을 가운데 다섯 개의 봉우리 오악은 5대 명산으로 동악은 금강산, 서악은 묘향산, 남악 지리산, 북악 백두산, 중악 삼각산으로 국왕이 다스리는 영토를 상징하며 소나무는 왕손의 번창을, 파도는 조정을 뜻한다.

 
근현대 생활유물들은 지방자치단체나 대학의 박물관에서도 일부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생활유물만 집중적으로 모아놓은 부여 백제원 생활사 박물관을 찾으면 좀 더 생생한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다. 

생활유물 보관창고를 방불케 하는 부여 백제원이다. 식물원과 토기 전시관 그리고 시크릿 19금 전시관까지 갖춘 백제원은 자질구레하면서도 흥미진진한 만물상 분위기다.

추억 속으로 이끄는 볼거리가 빼곡하다. 눈이 바쁘게 움직인다. 얼핏 보기에 잡동사니도 이런 잡동사니가 없다 싶다. 입구부터 내부 이동로 좌우 옛 상점 유리문 안팎은 물론, 손 닿는 곳 발 닿는 곳, 지붕 위와 천장까지 오만가지 생활유물이 겹겹이 쌓여 있다. 

부여 백제원은 나름 테마별로 전시해놓은 모습이지만, 일부 잡동사니들은 진열돼 있다기보다 내던져져 있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다. 생활유물에 별 관심 없는 이라면 머리 아파하며 그냥 돌아 나올 성싶은 풍경이다.

어쩌면 그것이 백제원의 특징이자 불가피한 현실이다. 새 전시관 짓는 건 엄두가 안 난다. 큰돈이 필요하다. 그러니 많은 물건들을 좁은 공간에 배치하다 보니 이렇게 됐다.

▲부여 백제원에는 가을 여인의 환한 웃음이 있다. 가을은 결실이 큰 만큼 허무함도 커진다. 꽃은 씨앗을 잉태하며 고개를 숙이고 들판은 한결같이 외롭고 쓸쓸하다. 기운 빠진 태양도 가을을 타는지 바람결에 밀려난 햇볕도 쓸쓸하고 풀밭 내음도 짙은 색을 토해낸다. 가을을 살아가는 함박웃음이 있어 가벼운 매력에 빠진다.

부여 백제원은 최규원 원장이 30년 가까이 모은 근현대 생활용품들을 보관하던 중 전시해 지난 2009년 만든 복합생활문화전시공간이다. 잡동사니 보관창고 같아도, 찬찬히 살펴보는 동안 감동이 밀려온다. 

부여 백제원은 소박하지만 안으로 들어가 둘러보면 대박이다. 새마을 노래, 꿈꾸는 백마강 등 노래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1960~70년대 박정희와 김종필 담화문이 내걸린 비디오 가게와 문방구, 만화방, 전파상, 성냥 가게, 대폿집 등을 보면 옛 생각이 절로 난다. 

영화 관련 자료들도 압권이다. 영화 대본 상자들, 두루마리 포스터들, 필름 뭉치와 영사기 등 장비들이 무더기로 쌓여 있다. 혼식과 분식 장려 담화문, 자장면 가격이 150원인 중국집 협정 가격표, 입어보면 다시 찾는 고급 메리야쓰 달력, 이산가족 찾기에 사용하던 대자보도 흥미롭다. 

▲부여 백제원 사랑밥 최초 개발의 집 백제사랑밥과 검은콩 요리 전문점 꿈꾸는 백마강에 머문다. 조선 제일의 맛 부여 콩 100%로 만든 검은콩 두부에서 블루베리 라테로 목을 축인다.

화려하면서도 촌스러운 옷차림을 한 1960~80년대 연예인들의 다양한 표정도 만날 수 있다. 잡다하게 쌓인 물건들만큼이나 둘러보는 동선도 복잡하다. 1·2층이 트인 2층 건물의 1층 입구로 들어서서 좁은 통로를 따라 먼저 2층으로 오른다. 제1전시실을 한 바퀴 돌아 1층으로 내려오면 밖으로 이어진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 거대한 식물원을 둘러보게 된다. 

식물원을 나오면 동선은 다시 야외정원을 거쳐 비누와 공예체험 공방과 삼한과 백제시대 토기류 전시공간, 100년 전 충남 지역 사진 전시장이 있는 제2전시실로 이어진다. 

식물원은 궁남지와 백마강 등을 형상화한 정원과 기와원, 옹기원, 사군자원, 고란초원 등으로 꾸며져, 둘러보면서 백제역사와 유물, 설화와 식물, 조경 등까지 공부한다.

부여 백제원의 꿈꾸는 백마강은 음악 관련 용품들이 빼곡하게 전시된 음악 카페다. 1930년대부터 70~80년대까지 발매된 1만여 장의 국내외 엘피 레코드판과 200여 점의 악기, 100여 점의 음향 기기류와 자료가 카페를 메우고 있다. 선반에 꽂힌 각종 노래책만 1500권에 이른다. 

부여 백제원이 좋은 이유는 30여 년의 세월 동안 개인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결과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Tip
충청남도 부여 백제원 찾아가는 길 주소: 충청남도 부여군 규암면 백제문로 553
 

엄금희 기자  ekh@travel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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