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어느 해. 매우 추운 겨울 날. 

의미없는 기다림 끝에 원하는 버스를 타고 귀가길. 어찌나 추웠던지 그날 뼈속까지 스며든 추위는 이틀이 지나서야 뼈속에서 빠져나가는 듯 했다. 그나마 기계의 도움을 받아서 이틀.
올 여름 지독한 더위덕에 가을 아침기온이 10도를 상회하는 수준의 날씨가 와도 맨살을 드러내고 싶을 만큼 뼈속 더위는 아직 가시지 않고 있다. 

살면서 뼈속... 뼈속... 하는 말들의 진정이 바로 이런것인가 할 정도로 우리에게 뼈속 깊음은 시간이 해결치 못하는 몸은 잊는다 해도 머리가 기억하는 상처이자 자국이다. 

어디론가 떠나는 여행 역시 설레임과 심리적 무장해제, 자연스러움, 친근함을 여행자의 뼈속깊이 심어내는 행위다. 

70년의 역사를 잊고 살아온 남과 북이 뼈속 깊은 갈등을 치유하고자 나섰다. 그리고 그들은 잠시나마 여행자를 자처하고 저 멀리 환상과도 같은 백두산으로 짧은 시간, 여행을 떠났다. 

여행 중 자연을 만나면 그 단단하던 뼈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물렁뼈로 그리고 보드라운 살결로 변한다. 부드러워 진다. 자연의 힘인지 여행의 힘인지는 알 수 없지만 좌우지간 모든 것을 편하고 부드럽게 만드는 특성이 있다. 그래서 사람은 여행을 떠난다. 스스로 부드럽고 자연스러워 지기 위해... 때론 ‘힐링’이라는 표현으로 ‘내려놓음’이라는 단어로 자위하면서 떠난다. 

남과 북의 정상 그리고 호위 무사들의 표정과 얼굴빛, 눈동자는 백두산 천지에서 어린아이 보다 편안해 보였으며 그보다 자연스러운 표현은 지금껏 목격하지 못했다. 이것이야 말로 여행의 목적임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우리는 뼈속 깊이 단단함을 갖고 있다. 인간에 대한, 현실에 대한, 스스로에 대한 단단함이다. 이 단단함을 넘어 탄탄함을 깰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여행’ 뿐이다. 

70년의 탄탄함이 녹아내리는 현장을 우리는 모니터를 통해서 이미 확인 한 바. 정답일 것이다.  

그리고 사족을 덧붙이자면 여행은 시간의 길이보다 누구와 함께하냐가 중요하다. 이 역시 정답일 것이다. 

이정민 기자  ljm@travel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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