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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문학관과 짱뚱어탕
엄금희 기자 | 승인2019.04.14 17:03

순천만 국가 정원과 순천만 습지를 연결하는 무인궤도차 스카이 큐브를 타고 순천만 습지와 순천 문학관을 거쳐 대대선창집에서 짱뚱어탕을 먹는다. 이 스카이 큐브는 국내 최초의 소형 무인궤도열차(PRT · Personal Rapid Transit)이다.

▲지방 도시로 '수도'를 내세우는 곳이 두 군데가 있다.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라는 경북 안동과 '대한민국 교육 수도'라는 대구광역시다. 순천이 '생태수도'라는 걸 국제정원박람회 이후 무조건 동의한다.

요즘 스카이 큐브의 운영 문제로 순천시와 포스코가 대립하고 있다. 지난 2014년 610억 원을 들여 만들었지만 탑승객이 좀처럼 늘지 않아 적자다.

오늘도 무인궤도차를 타고 9km 떨어진 순천만 습지로 갈 수 있는 국가 정원 정류장으로 발길을 옮긴다. 이용자가 많지 않아 한산한 모습이다.

▲순천만 국가 정원 조형물의 풍경이다. 사람의 형상이다. 인문은 글자 그대로 인간의 문양이다. 사유의 문양, 관계의 문양, 길의 문양, 지혜의 문양이다.

포스코 계열사인 스카이 큐브 운영사인 에코트랜스는 순천시에 조기 기부채납을 하겠다고 한다. 애초 30년을 운영한 뒤 시설을 순천시에 넘기기로 했지만 쌓이는 적자를 감당하기 힘들다는 이유다.

스카이 큐브를 타고 도착한 순천만 습지는 생태의 보고다. 그러나 지난 1990년대만 해도 쓰레기가 쌓인 버림받은 곳이었다.

▲순천만 습지의 풍경이다. 갈대가 누렇게 익어서 특유의 솜이 붙은 갈색 이삭을 늘어뜨렸다. 갈대의 북슬북슬한 씨앗 뭉치가 햇살에 따라 은빛과 잿빛, 금빛 등으로 바뀐다.

이곳은 지난 1990년 이사천과 동천의 하구를 합강 하여 순천만으로 유입하였다. 민물과 짠물의 만남이었다. 순천만은 고흥반도와 여수반도의 말단부가 입구를 막는 호리병 모양으로, 강 하구와 바다가 만나는 기수지역이다. 우리나라 갯벌 중에 유일하게 민물과 짠물이 만나는 염습지다.

그로 인해 드넓은 22.6㎢ 규모의 갯벌과 5.4㎢ 갈대밭, 섬 등 서식지가 다양해 여러 생물들이 어울려 살기에 최적의 조건을 가졌다. 염생식물을 포함한 340여 종의 식물, 300여 종의 저서생물, 240여 종의 조류가 산다. 그중에는 흑두루미를 포함한 36종의 새, 흰발농게와 갯게 등 멸종 위기 야생생물도 있고, 강어귀 참갯지렁이는 한국에서 처음 확인됐다.

▲순천 문학관 김승옥관의 전경이다. '감수성의 혁명'이라는 찬사와 함께 1960년대 문학계를 풍미했던 소설가 김승옥이다. 그는 '서울 1964년 겨울'로 제10회 동인문학상 수상과 '서울의 달빛 0장'으로 제1회 이상문학상, '무진기행' 등으로 1960년대 우리나라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다.

지난 2006년 '대한민국 생태수도 순천'이라는 비전으로 이제 노관규 순천시장에서 시작한 생태 도시는 조충훈 시장을 거쳐 현재의 허석 시장으로 이어지며 더욱 확장되고 있다. 이 시너지로 2006년에 순천만은 람사르 습지에 등록하고 2018년 7월에 순천만 등이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되고 10월에 람사르 습지 도시로 인증을 받았다.

▲ "소설 가지고는 도저히 생계를 유지할 수 없었고 또 영화 쪽이 소질에 더 맞는 것 같았어요. 영화감독을 하는 것을 보고 있던 아내는 영화계의 자유분방한 분위기를 보고는 적극적으로 말렸죠. 당시 대종영화상 각본상도 받고 내가 감독한 김동인 원작 소설 '감자'가 스위스 로카르노 영화제에서 상당한 평가를 받고 프랑스 르몽드지에 크게 소개되기도 해서 영화 쪽에 자신감을 갖고 돌진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아내의 반대가 필사적이어서 영화감독이라는 직업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어요." 김승옥 작가의 이야기다. '겨울여자', '영자의 전성시대', '장군의 수염' 등 시나리오 쓰는 일로 후퇴했다.

순천만 습지 역사 8000년은 이제 미국 동부 연안, 캐나다 동부 연안, 브라질 아마존 강 하구, 유럽 북해 연안과 더불어 세계 5대 연안습지다.

2020년에는 '한국의 갯벌'로 순천만을 넘어 보성, 신안, 고창, 서천 등을 포함하는 서남해안 갯벌을 세계 자연유산에 등재하고자 추진하고 있다. 다른 지자체들과의 위대한 공생이 시작되고 있다.

▲김승옥 작가는 1941년 일본 오사카에서 출생했다. 1945년 귀국하여 전남 순천에 거주하였고, 부친이 여순사건 직후 사망하며 어머니와 남동생들과 함께 성장했다. 1952년 월간 '소년 세계'에 동시를 투고하여 게재된 것이 계기가 되어 이후 동시, 콩트 등 창작에 몰두했다. 가정 형편이 어려웠던 그는 한국일보사 발행 서울경제신문에 연재만화를 그리며 학비를 조달했다. 196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생명연습'이 당선되어 문단에 데뷔했다.

순천만 습지를 둘러보고 순천 문학관으로 발길을 옮긴다. 넓은 마당을 배경으로 초가집들이 모여 있는 이곳이 순천만 습지 안의 순천 문학관이다.

순천만 국가 정원에서 스카이 큐브를 타고 왔으니 순천 문학관을 지나쳐선 안된다. 순천 문학관은 순천만 국가 정원 안에 지난 2010년 문을 열었다. 순천 출신 무진기행의 김승옥과 동화 작가 정채봉의 문학정신을 기리고자 만들었다.

순천 출신 김승옥의 작품과 삶을 문학관에서 들여다본다. 소설 ‘무진기행’의 김승옥 작가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다. 소설 속 무진은 실제로 존재하는 지명이 아닌, 작가가 유년기를 보냈던 순천을 재구성한 것이다.

문학관에는 영화로 제작된 무진기행을 시작으로 김승옥 작가가 직접 각색한 영화들도 한눈에 볼 수 있다. 순천 문학관을 집필실로 자주 이용하는 김승옥 작가이다. 운이 좋으면 그를 만날 수도 있다.

동화 작가 정채봉은 동화는 물론 소설과 시, 에세이 등 다양한 분야에서 문학 활동을 펼쳤다. 넓은 마당엔 민속놀이 체험을 하는 도구들이 있다. 투호놀이와 윷놀이, 제기차기 등 문학관을 찾는 사람들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준다.

문학관을 보고 갈대숲과 어우러진 하천을 보면서 지친 마음을 쉬엄쉬엄 쉬어간다. 이제 걸음은 대대선창집의 순천 맛집으로 간다. 짱뚱어탕으로 포식한다. 짱뚱어를 '자산어보'에는 "빛깔은 검고 눈이 튀어나와 물에서 잘 헤엄치지 못한다. 즐겨 흙탕물 위에서 잘 뛰어놀며 물을 스쳐 간다"고 기록했다. 눈이 튀어나온 모양을 두고 '철목어'라고 했다.

▲ 순천 대대선창집의 상차림이다. 순천만을 상징하는 짱뚱어탕에 걸맞은 밑반찬이 나온 한상차림은 맛과 푸짐함에 놀란다. 남도 특유의 푸짐한 한상차림과 맛깔난 음식들이 만족감을 준다.

갯벌에서만 서식하는 짱뚱어는 탕으로 끓여 먹어야 제맛이다. 독특한 맛으로 별미이며 천연 보양식이다. 왜 천연 보양식이냐고요? 짱뚱어는 성질이 급해 양식이 되지 않는 자연산이다.

Tip
전라남도 순천 문학관 찾아가는 길 주소: 전라남도 순천시 교량동 144
전화: 061-749-4392
관람시간: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휴관일: 월요일, 1월 1일, 설날, 추석

엄금희 기자  ekh@travel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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