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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안식 安息
이정민 기자 | 승인2019.12.01 22:51

최근 글로벌 OTA에서 조사한 한국인의 여행패턴을 보면 몇 가지 공통점이 발견된다. 그중 가장 많이 나오는 얘기는 바로 ‘슬로우 여행’이다.

해외여행 자유화 직후 우리의 여행 패턴은 이른바 ‘찍고찍고’여행이었다. 주요 여행사의 단체 패키지 상품을 이용할 수 밖에 없던 시절이라 자의반 타의반 ‘찍고찍고’여행을 할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하지만 세상이 변하고 시간이 흘렀다. 여행자 역시 바뀌었다. 삶의 태도 역시 변해 이제는 한 곳에서 오래 시간 머문다. 여기가 끝이 아닌, 한 곳에서 더 천천히 여행을 즐기는 행태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여행한 여행자들로부터 흘러나오는 정보는 다양한 매체를 타고 더 구체화 되고 더 재미있어 지고 있다.

필자 역시 출장 관계로 해외로 나가면 공식 일정 후 반드시 현지에서 2~3일 자유 여행 일정을 갖는다. 사전 현지 정보를 탐색하는 재미도 솔솔하다.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누리기 위한 노력은 가끔 눈물겹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 역시 여행의 참 맛이다.

혼자 즐기는 자유 여행에는 반드시 사전 두려움이 존재한다. 숙소를 찾아가는 일부터 삼시세끼 스스로 해결해야하는 고충, 주요 관광지를 현지 교통수단으로 찾아가야 하는 일 역시 두렵기도 하고 스트레스도 상당하다. 그릇된 사전 정보로 인해 곤경에 처하는 상황도 빈번하다.
하지만 성취감은 크다. 기억에도 오래 남는다. 그리고 여행을 마치고 나면 현지 여행 정보에 관한 ‘박사급’이 된다. 어떤 교통수단이 저렴하며 어떤 식당이 맛있는지 어떤 숙소가 가성비가 좋은지 등 남들은 모르는 나만 아는 여행 정보가 가득해 진다.

흥미로운 점은 곤경이 닥쳐올 때 마다 간절히 생각나는 것이 있다. ‘여행사 패키지’다.

해가 저물기 시작하고 길을 잃거나 처음 맞이하는 길에서 배가 고프기 시작하면 여행사가 간절히 생각난다. 행여 옆을 지나치는 한국의 00투어의 단체객 버스라도 보이면 붙잡고 태워달라고 애원이라도 하고 싶어진다.

낯선 곳, 낯선 공간, 낯선 시간에서 단체객을 태운 버스는 마치 엄마의 품처럼 그리운 고향같다.

이처럼 먼 여행지에서 여행사의 역할은 단지 가이드의 역할을 넘어 여행자의 신분을 보장해 주고 안식을 주고 안전을 보장해주는 존재였다. 존재만으로 그랬다.

하지만 그 안식의 존재는 그동안 최대의 수익을 위해 ‘찍고찍고’만을 고집해왔다. 지금도 일부는 여전하다.

‘슬로우 여행’이 점차 한국인의 여행 패턴으로 자리잡고 있단다.

여행자는 자유여행이건 단체 여행이건 특별한 구분을 두지는 않는다.
2020년을 눈앞에 두고 있는 한국의 여행자들은 무엇보다 ‘안식’이 필요하다.
‘슬로우 여행’의 ‘슬로우’는 시간의 흐름 의미하지 않는다.
바로 ‘안식’을 따지는 것이다.

이정민 기자  ljm@travel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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