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칼럼·연재 이정민 칼럼
칼럼-편견없는 여행
이정민 기자 | 승인2021.03.28 19:34

세상살이는 어쩌면 편견과의 싸움이다. 나의 편견과 상대방의 편견이 부딪치며 그것을 해결해 가는 과정이 ‘세상살이’이자 ‘인생’이다.

우리가 여행을 떠나거나 갈망하는 이유는 현실의 편견을 잠시 잊기 위해 또 다른 편견이 있을지 모르는 곳으로의 떠남이다.

여행지에서의 편견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얽혀 있지 않기에 그리고 편견마저도 추억으로 남길 수 있어 우리는 여행을 떠난다.

“편견없는 여행지가 따로 있을까” 하는 스스로 의문이 생긴다. 나는 단연코 ‘홍콩’을 꼽는다.

동과 서, 아시아와 유럽의 모습을 모두 담고 있는 여행지 홍콩.
이곳을 기억할 수 있는 영화배우 장국영이 사망한지 열여덟 해다. 그리고 홍콩인들은 그의 죽음을 추모하기 위해 매년 4월이면 대대적인 추모행사를 연다. 올해도 4월 1일 계획돼 있다.

단지 시대를 풍미한 ‘스타’의 죽음을 애도한다고 보기에는 매우 낯선 풍경이다.
세상 모든 죽음의 과정에 차별이 있을 수는 없겠으나 풍경이 낯선 이유는 그의 사망 원인과 방법에 그 누구도 더 이상 묻거나 따지지 않는 다는 것이다. 조금의 편견이라도 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오로지 홍콩 그리고 영화배우, 스타 장국영을 함께 기억하는 것에 집중한다.

최근 한국에서도 그 옛날 홍콩영화가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사실 80년대 말부터 90년대까지 한 시대를 풍미한, 이제는 세계영화사의 한 장르가 돼 버린 ‘홍콩영화’를 떠올리며 과거를 회상할 수 있는 세대는 한정돼 있다. 따지자면 60년대 초~70년대 말 출생 세대 정도다.

그 세대는 최신의 트렌드를 이끌거나 소비를 주도할 수 있는 세대는 아니다. 소비를 주도할 수 있는 세대를 ‘앞뒤좌우’에서 받쳐주고 이른바 ‘돈’을 대줄 수 있는 능력자 세대가 됐다. 어쩌면 결정권이 가장 크다고도 할 수 있다.

그 능력자 세대들 특히 남성 중심으로 홍콩 영화를 추억하고 표현하는 방식은 비슷하다.

최근 한국 영화, 문화 분야에서 나름의 성취를 이루고 있는 전문가들 역시 홍콩을 기억하는 방법, 홍콩영화를 소환하는 방법이 비슷하다. 편견을 떨쳐내고 싶지만 남성과 여성의 차이는 뚜렷하다.

남성은 장국영, 주윤발, 주성치, 유덕화 등 미남 배우들의 행동 하나하나에 열광한다. 스토리보다는 배우의 몸짓, 피, 담배, 눈빛을 기억한다. 마치 자신이 그들이 된 것처럼 말이다.

비슷한 시대를 살아온 여성들에게 물었다. 물론 나의 아내도 포함된다.

그녀들은 대부분 스토리와 배경을 기억한다. 이전까지 한국에서는 볼 수 없었던 홍콩영화만의 스토리라인, 남 주인공과 여 주인공 사이의 이른바 ‘썸’타는 구조 등 홍콩영화의 매력을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당시 ‘쇼핑천국’으로 전해졌던 홍콩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천국은 아름다움만 있는 곳이다. 편견 따위가 있다면 천국이 아니다. 이것만 봐도 그녀들에게 홍콩은 편견없는 ‘쇼핑천국’이 맞다. 그렇게 홍콩의 아름다움을 기억하고 있었다.

반면, 남성들에게 홍콩영화에서의 아름다움은 왕조현, 임청하, 장만옥 등 여배우 자체를 아름다움으로 기억하고 있다.

이렇게 홍콩영화를 기억하고 소환하는 방식은 저마다 다르지만 이것은 ‘편견’이라기보다 ‘다양성’이다.

편견을 이겨낼 수 있는 것은 다양성이다. 편견이 ‘하위개념’이라면 다양성은 ‘상위개념’이자 ‘이데아’다.

정치인도 전쟁 영웅도 아닌 배우 장국영을 추모하기 위해 매년 대대적으로 모일 수 있는 이유는 편견을 이겨낸 다양성의 ‘홍콩’이기 때문이다.

여행을 떠나는 또 다른 이유···
바로 우리 곁에서는 볼 수, 느낄 수 없는 다양성을 경험하러 가는 것이다.

‘격리’ ‘거리두기’ 라는 작금(昨今)의 상황은 ‘편견’이 발육하기에 매우 좋은 환경이자 여건이다.   

슬슬 상황은 좋아지고 있다. ‘편견없는 여행’을 위한 준비, 이쯤에서 홍콩영화 한편 보면서 준비해도 좋을 것 같다. 격리 후 첫 여행지면 더 좋고!

 

 

 

이정민 기자  ljm@traveldaily.co.kr

<저작권자 © 트래블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정민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회사소개기사제보광고안내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04522) 서울특별시 중구 무교로 16 (체육회관빌딩) 608호   |  대표전화 : 070-5067-1170/010-2678-5455
발행일자 : 2015년 7월 15일  |  등록번호 : 서울 아 03741  |  등록년월일 : 2015년 5월15일  |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정민
Copyright © 2021 트래블데일리. All rights reserved.  |  ljm@traveldaily.co.kr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