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점심시간이 다가왔다.

원래 사는 동네 식당은 맛이 없다. 건강한 식단을 추구하는 것은 아닐 텐데 조미료 한 점 안 들어 간 것처럼 맛은 냉냉하고 심심하다.

그러던 중 한 식당을 발견했다. 원래부터 있던 식당인데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이다.
입간판에는 약 20여 가지 메뉴가 있다. 모든 메뉴의 가격은 6500원이다. 돈가스부터 청국장까지 그리고 떡만두국까지 다채롭다.

모든 음식의 준비와 서빙은 주인 아주머니 혼자서 다 한다. 쉐프이자 직원이며 대표이자 서빙요원이다.

지지고 볶는 메뉴도 5분이면 먹을 수 있고 비빔밥은 주문과 동시에 흡입 가능하다.
주인 아주머니의 장사 센스와 서빙 속도, 고객응대까지 모든 것이 빠르고 민첩하다.

한 두해 음식 장사 한 사람은 아니다. 못해도 20년 이상은 족히 넘을 듯 하다.

특이한 메뉴도 있다. 우리식 표현으로 ‘계란 후라이’다. 1000원이면 후라이 2개를 해준다. 먹어본 적은 없다. 하지만 언젠가 한번은 주문해 볼 참이다. 반숙의 정도와 완숙의 정도 측정을 통해 주인 아주머니의 진짜 요리 실력을 가늠해 보기 위함이다.

그렇게 그 식당의 출입은 잦아졌다. 그래봐야 고작 일주일에 2번 정도며 지금까지 총 20회가 조금 넘는다.

아직 그 동네에 갈 일은 반년 이상 남았으니 50회 이상은 넘을 듯 하다.

그날도 어김없이 그 식당을 찾았다. 날씨 탓인지 멀리서도 창문에 습기가 가득했지만 그날따라 실내가 훤히 들여다보였다. 창문으로 다가가 안을 보니 손님은 한 명도 없고 문은 잠겨있고 문에는 이런 문구를 담은 쪽지가 걸려있었다.

‘20일부터 영업합니다. 생애 첫 여행중’

순간...막막한 기분이다. 그나마 음식 맛이 가장 좋은 식당인데 다른 곳을 찾으려니 막막했다.

돌아서 10여 미터를 걷고 있는데 ‘생애 첫 여행중’이라는 글씨가 뇌를 자극한다.
‘여행’이라는 단어는 마음으로 먼저 읽히는데 그날따라 ‘생애 첫 여행중’이라는 문구는 머리속 뇌를 먼저 자극하고 있었다. 이유는 모르겠다.

어느새 식당 유리문에 걸린 그 쪽지를 사진으로 찍고 있었고 하는 수 없이 다른 식당에서 끼니를 해결했다.

예상대로 마음으로 그 문구가 옮겨갔다. 계속 해서 마음 속 울림을 준다.

왠만하면 ‘임시휴업’ 정로로 알릴 수 있는데 굳이 ‘생애 첫 여행중’이라 써 붙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주인장의 생애 첫 여행지는 과연 어디일까?
생각과 추측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코로나 펜데믹으로 해외여행은 불편하니 분명 해외는 아닐 테고 국내여행이라면 대단한 것도 아닌데 생애 첫 여행중이라니...뭔가 설득력 없는 추측이자 예상이다.

아니지... 해외 사는 자식들을 찾아갈 수도 있는 것이고 아니면 온갖 불편함을 감수하고 해외여행을 간 것일 수도 있다. 식당 문을 닫는 기간이 꽤 긴걸 생각하면 충분히 그럴 수도 있다.

주인장의 생애 첫 여행지는 어디일까?

단골손님이라면 대놓고 물어 볼 테지만 그렇지도 않아 물어보기도 애매하다.

며칠 후면 식당 문이 열린다.

생애 첫 여행을 간다고 알릴만큼 의미있는 여행지는 어디일까?
정말 생애 첫 여행이었을까? 여행사를 통했을까 아닐까? 여행사를 통했다면 누군가의 생애 첫 여행을 책임진 여행사는 어디일까? 같이 간 사람은 누구일까? 혼자일까? 둘일까? 둘이라면 부부일까 자식일까? 물음표만 가득이다.

그녀의 생애 첫 여행, 여전히 마음 속 울림을 주고 있다.

이정민 기자  ljm@travel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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