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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있으니까 때로 방황 한다
신수근 | 승인2015.07.08 01:34

제1부 내 맘대로 자유여행 첫걸음

꿈이 있으니까 때로 방황 한다

지구촌 방방곡곡을 누비는 ‘꿈꾸는 자유여행자’로 산다는 것


누구나 가슴 속 깊이 원대한 꿈을 꾸고 이를 이루고자 절치부심하다 보면 때로는 정처 없이 떠돌며 방황하게 된다.

꿈은 타오르지만 어느 순간 마음 깊이 더 이상 미래비전을 찾을 수 없다면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고 싶어진다. 단 한 발짝도 전진할 수 없을 정도로 절망감에 사로잡히다 보면 꼼짝달싹 할 수 없는 건 인지상정이리라.

더 이상 어디론가 정처 없이 거닐며 떠돌아다닐 기운마저 소진돼 남아 있지 않다면 더욱 그러하리라. 누구나 인생 여로의 낭떠러지 앞에서는 속수무책이기에 눈앞이 캄캄해진다.
그럼에도 어느 순간 눈앞의 현실 여건이 아무리 암울하고 참담할지라도 가슴 속 깊이 간직해온 꿈이 있다면 그리 오래지 않아 주저앉았던 자리를 박차고 일어날 수 있다.

어느 순간 갈 바를 알지 못하고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며 어딘 가를 떠돌며 헤맨다 할지라도 이를 비극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어쩌면 이는 머지않아 마음 깊이 간직해 온 꿈을 이루기 위한 자기 연단의 과정이요 자연스러운 방황의 순기능을 향유하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기에 그러하다.

봄날을 맞아 일본 교토 시민들의 휴식처인 가모가와(鴨川) 천변에서 다양한 형태의 휴식을 즐기는 사람들

참 꿈 찾고자 유리방황하는 고난은 아름다워라!
국어사전에는 ‘방황(彷徨)’을 “분명한 목표를 정하지 못하고 어찌할 바를 몰라 갈팡질팡함. 이리저리 정처 없이 헤매며 다님”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사실 이 ‘방황(彷徨)’의 사전적 의미만 음미하다 보면 왠지 부정적 뉘앙스가 물씬 풍긴다.

하지만 그 ‘어찌할 바를 몰라’ ‘갈팡질팡’ ‘정처 없이’ ‘헤매며’ 등의 부정적 뉘앙스의 행간에는 긍정적 반전의 가능성이 내재돼 있다.

인기작가 정유정은 ‘방황해야 삶의 방향을 찾을 수 있다’는 글에서 꿈과 연관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분석한다.

“조금 더 치열하게 싸우고 높이 비상할 것을 권하는 약육강식의 사회는 점점 더 치열한 꿈을 강요한다. 하지만 그 꿈이란 녀석은 쉽게 만날 수도 찾을 수도 없다. 꿈은 오랜 방황을 통해서만 바로 찾을 수 있는 복잡하고 어려운 대상인 까닭이다. 어딘가에 꼭꼭 숨어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했다가 어느 순간 고개를 내미는 것이 바로 꿈이다!”

정 작가는 이와 관련해 모 방송국 인기 아나운서로 있다가 지난 2004년 어느 날 갑자기 방송국에 사표를 쓰고 스페인으로 유학 겸 자유여행 길에 나선 이후 오랜 방랑 끝에 작가 겸 MC로 변신하는 데 성공한 손미나 씨의 사례를 예로 든다.

“그녀(손미나 씨)는 한창 전성기를 달리던 무렵, 어렵사리 들어간 방송국 문을 박차고 나와 오지로 떠났다. 하루 24시간이 부족하리만큼 바쁘게 살았지만, 정작 스스로에게 ‘행복하니?’라고 물었을 때 답을 할 수 없어 긴 방황의 여정을 기꺼이 선택했다.”

정 작가는 이 글의 결론으로 어디로 가야 목적지가 나올지 고민하며 걷다 넘어지고 일어나 봐야 조금씩 형체를 드러내는 꿈. 어쩌면 청춘은 애초부터 꿈을 꾸는 시기가 아닐지도 모른다. 꿈을 꾸기보다 자신에게 어울리는 꿈을 찾기 위해 탐색하고 방황해야 하는 시기가 아닐까”라고 조심스레 분석한다.

손미나 씨가 잘 나가는 방송인으로 전성기를 구가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사표를 쓰고 자유여행 길에 나선 것은 파울로 코엘료의 베스트셀러 ‘연금술사’를 읽고 “지금 안정된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밝은 미래를 보장받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깨우침이 마음 깊이 울려왔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손 씨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수많은 독자들의 심금을 울린 ‘연금술사(문학동네·2001년)’라는 책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등장한다.

“무언가 온 마음을 다해 원한다면 반드시 그렇게 된다는 거야. 무언가를 바라는 마음은 곧 우주의 마음으로부터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지. 그리고 그것을 실현하는 게 이 땅에서 자네가 맡은 임무라네. 만물의 정기(精氣)는 사람들의 행복을 먹고 자라지. 때로는 불행과 부러움과 질투를 통해서 자라나기도 하지. 세상 만물은 모두 한가지라네. 자네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자네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네.”

가슴속 사무치는 꿈 찾아 나선 수많은 자유여행자들
사람들은 자신이 마음 깊이 사무치도록 갈망하는 꿈이 무엇인지 알지 못해 방황하고 자신의 내적 자아(自我)와 치열하게 갈등하며 번민의 나날을 보낸다. 그 와중에서 어떤 이들은 그 자리에 그냥 주저앉아 불귀의 객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평상시 어디론가 홀연히 떠나 바람과 함께 거니는 자유여행에 익숙한 사람들은 용기를

벚꽃이 만개해 절정을 이루는 4월 초순 일본 고도(古都) 교토(京都)를 찾아 벚꽃 구경 삼매경에 빠진 여행자들

내 절망과 고통의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시공을 초월해 걷고 또 걷는다.

‘연금술사’의 저자 파울로 코엘료가 모든 것을 훌훌 내던지고 프랑스 남부에서 스페인 산티아고에 이르는 순례자의 길을 한 달 넘게 걷고 또 걸었을 때 인생 나그네 길의 운명이 바뀌었듯이 말이다.

그렇게 정처 없이 길을 걸으면서 내면 깊숙이 아련히 울려오는 세미한 자연의 소리를 경청하다 보면 내 스스로 진정 갈망하는 게 무엇인지 진심의 금맥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하여 삶의 위기를 극복해낼 수 있는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자기 자신도 모르게 나의 꿈을 이루기 위한 열망의 마음을 갈고 닦는다는 것은 새로운 행복의 시발점일지도 모른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을 명예퇴직한 후 여행 작가의 꿈을 이룬 이영철 씨의 여행에세이 ‘안나푸르나에서 산티아고까지’라는 단행본에는 다음과 같은 두 구절이 나온다.

“그날 목적지인 차메 마을 근처에 다다라 한국인 한 분을 만났다. 서로 한국인인 줄 단숨에 알아보고 인사를 나눴다. 그 분은 뉴질랜드에 이민 가서 살다가 6개월 전에 한국으로 돌아와 정착했다는 순기 씨였다. 그는 히말라야 여기저기를 헤매고 다닌 지 한 달이 넘어가고 있다 했다. ‘언제 돌아갈 예정이냐?’는 내 질문에는 ‘다 버려지면 돌아갈 것’이라고 짧고 명료하게 대답했다. 나에겐 참으로 아득한 대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말을 듣고 ‘내가 히말라야에 와서 버리고 갈 것은 과연 무엇일까?’라고 잠시 상념에 잠겨봤다.”

“26세의 심상보 청년은 수원에서 왔다. 표정이 별로 없어서 첫 인상은 좀 차가웠는데 하루 지내고 보니 금방 가까워지고 따듯한 젊은이임을 알 수 있었다. 그곳 까미노 대장정을 마치고 발칸반도 여러 나라들을 여행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너무 많이 알려진 나라들보다는 남들이 많이 안 가는 곳을 가보고 싶다는 것이 그의 여행계획의 골자였다. 자신이 공부한 전공분야를 계속 고수해 나갈지 다른 쪽으로 인생항로를 바꿀지를 이번 여행을 통해 결심하려는 눈치였다.”

이 에세이에 등장하는 순기 씨와 상보 씨는 각각 한 달 넘게 히말라야 고산 지역 곳곳을 헤매거나 유럽의 곳곳을 정처 없이 거닐며 지나온 삶을 돌이켜 보는 용단을 내렸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서 새로운 미래의 좌표를 설정하고자 기나긴, 실로 정처 없는 자유여행 길에 나서 기꺼이 방황을 거듭하는 나날과 순간순간의 추억을 즐겼다.

아프리카 모로코 사막여행에 도전한 자유여행자들(사진 조양래 자유여행가)

자고로 가슴 깊이 간직한 꿈을 이루기까지 질투·시기·모함·갈등·숱한 실패와 시행착오 등 인생광야의 거센 광풍 가운데 휩싸이는 생사의 갈림길에서 유리방황해야 했던 유명 인사들이 수두룩하다. 시련과 고난의 여로를 거닐며 어찌 할 수 없이 방황해야 했지만 마음으로 꿈을 붙잡았기에 결국 위대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어느 날 갑자기 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재산을 처분해 1년 넘게 세계일주 가족자유여행을 떠나는 사람들 역시 참 꿈을 찾기 위해 기꺼이 지구촌 방방곡곡을 방황하는 걸 즐긴다.

가슴 깊이 꾸어온 꿈을 저버리지 않고 고이 간직하며 이를 이루고자 고군분투하다 보면 우리는 정처 없이 방황하며 마음으로 그 간절한 꿈을 찾고자 몸부림치는 순간의 희열을 만끽하게 된다.

신수근  samuelkshi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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