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갑자기 툭하고 튀어 나왔다. 요샛말로 하면 ‘갑톡튀’다.
현실에 대한 상황 파악 미숙 이거나 알면서도 밀어 부치고 있다면 ‘자기모순’이다. 
‘대한민국 관광청’ 설립에 대한 얘기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흘러나오고 있는 이 얘기는 한마디로 대한민국 관광 발전을 위해 대전에 관광청을 새롭게 설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단 여기서 한국관광공사는 의문의 1패를 당한다. 

‘대한민국 관광청’ 설립을 주장하는 이들의 당위성 및 11개 발전방안을 미디어에 나온 그대로 인용하면 이렇다. ▲청와대 관광 비서관 임명 ▲정부-지자체관광 행정조직의 컨트롤 타워 필요성 ▲국토부 산하 관광청 설립 ▲남북관광 재개를 위한 한반도-유라시아 관광공동체 마스터 플랜 설정 ▲남북철도 연결을 통한 남북관광 활성화 ▲K뷰티 열기를 이어갈 국제미용대학 운영 ▲의료관광활성화 ▲외국인 관광객에게 교통정보 제공 ▲마이스 산업의 육성 ▲관광산업의 가치제고 등이다. 

물론 불만족스런 평가도 있겠지만 몇 가지를 빼고는 한국관광공사에서 잘 진행하고 있는 사업들이다. 한국관광공사 의문의 2패다. 

하나하나 따져 묻고 싶지만 이 또한 시간과 지면의 낭비라 도저히 납득이 안 되는 몇 가지만 지적해 보면 이렇다. 

먼저 ‘정부-지자체관광 행정조직의 컨트롤 타워 필요성’이다. 
정부 행정 당국의 지침과 지시에 따라 지자체 관광 행정 조직이 따라야 한다고 보는 것은 아닌지 의심되는 대목이다. 관광진흥법 같은 큰 틀에서의 법규는 지키고 따라야 하지만 지자체별 관광 사업, 행정 등은 이미 ‘각자도생’으로 발전해 오고 진행되고 있는데 갑자기 정부와 지자체 사이의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니 도대체 무엇을 간섭하려 하는 것인지 납득이 안 된다. 더욱이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 올해 1월 13일부터 시행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감시의 관광청이 되고 싶은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다음은 ‘국토부 산하 관광청 설립’이다. 
한국에 들어와 있는 외국관광청의 역할과 기능 등을 살펴보고 진정으로 관광청이 필요하다 생각 했다면 이같은 판단은 할 수 없다. 현재 문화체육관광부에 속해 있는 관광부문을 국토부에 편입 시키는 등의 정부조직 개편안으로 다룬다면 모르겠지만 국토부 산하 관광청이라니 ‘국제미용대학 운영’은 어찌할 것이며 ‘의료관광활성화’ ‘마이스 산업 육성’ 등은 또 어찌할 것인지 여기서 한국관광공사는 의문의 3패다. 

‘대한민국 관광청’ 설립을 주장하는 이들의 전문성도 의심스럽다. 
제대로 된 전문가라면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관광청의 현황 파악이 먼저다. 몇 개의 국가와 도시가 활동하고 있는지, 연혁은 어떻게 되는지, 운영방식은 어떤지, 예산은 얼마인지, 성과는 어떤지, 교류까지는 기대하지도 않지만 기본적인 현황파악에 최선을 다했다면 한국관광공사에게 의문의 3패를 남기는 어처구니없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같은 주장을 하는 이들이 왜 대전을 중심으로 관광청 설립 주장을 애타게 하는지 까지는 굳이 얘기하고 싶지 않다. 
염려되는 것은 대선 각 캠프에서 ‘대한민국 관광청’ 설립 주장을 긍정적으로 받아 드리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이미 언론을 통해 공표까지 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한민국 관광청’ 설립을 공약으로 내세우는 것 만큼 ‘무식’이 ‘충만’한 일은 없다는 것을 각 대선 캠프에서는 기억하길 바라며 여기서 한국관광공사는 의문의 4패를 맞는다. 

고쳐 써야 할 것 과 새로 사야 할 것이 무엇인지 성인이면 다 안다. 필요치도 않은 것을 구입한다면 이게 바로 과소비며 충동구매다. 하다못해 물건 하나 사는데도 이런데 정부 조직 중 하나가 들고 나는 것에 대한 고민이 이 정도라면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한때 있었던 작은 해프닝으로 끝나기를 바라며 한국관광공사(KOREA TOURISM ORGANIZATION·KTO) 임직원분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 

이정민 기자  ljm@travel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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