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을 하나 둘 확인할 때가 왔다. 
지난 2년간 정부가 여행업계에 굳은 다짐처럼 해왔던 여러가지 약속이 있다. 

곧 들어설 새 정부는 선거 기간 내내 이렇다 할 관광 정책보다는 코로나 펜데믹으로 인한  여행업계 손실에 대해 확실한 보상을 약속한 바 있다. 

운이 좋은 새 정부인지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겠으나 출발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다행히 펜데믹은 정상의 상황으로 가고 있다. 

업계는 2년만의 업무 복귀로 인해 손실소상이고 뭐고 신경 쓸 틈이 없어 보인다. 
지난날 정부로 부터의 배신 또는 무관심의 연속 때문이었을까 이제는 기대반 포기반의 심정인 듯하다. 

그렇게 외쳐대던 손실보상 요구의 분위기는 이제 시들해 진 것 같고 손실보상만을 철저히 약속했던 그쪽 사람들도 ‘어물쩍’(말이나 행동 따위를 분명하게 하지 않고 일부러 살짝 얼버무리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 넘어가려는 분위기다. 

이대로 없었던 일처럼 끝나버린다면 둘 다 ‘바보’다.  
약속을 지켜야 할, 이행을 요구해야 할 이들 모두 똑같이 매우 성의 없는 태도의 소유자며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바보’가 틀림없다. 

또 다른 약속도 있다.
펜데믹 기간 중 여행업계를 대표하는 몇 몇 협회들의 약속이다. 따지고 보면 약속이라기보다 업계를 위한 사업들이다. 
그중 또 다시 위기 상황이 올 경우를 대비한 이른바 ‘여행업 안전준비금’이 있다. 
지난해 말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 뚜렷한 결정이 난 상태는 아니다. 당시 상황이 최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지금이라도 다시 논의를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http://www.traveldail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5293)

여행사의 대고객 약속도 있다. 
안전을 강조하며 경험을 소중히 여기겠다는 약속이다. 
하지만 벌써부터 일부 상품은 예전의 폐해를 여전히 담고 있는 저품질 저비용 상품이 소비자를 기다리고 있다. 
일부 여행사에서는 다양한 상품 중 하나라고 얘기하지만 솔직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 

약속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어디서 나온 이야기 인지 모르겠으나 "물 먹고 체하면 약도 없다"는 말이 있다.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어처구니없는 일로 어려움에 처할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으며 물조차도 천천히 마시라는 속도의 문제에 대한 경고일 수도 있겠다. 

지난 2년간 우리 업계는 강요에 의한 이른바 ‘단식, 금식’을 했다. 
2년간 공복이었기에 다시 무언가를 먹고 마시기 위해서는 ‘애피타이저(appetizer)’가 필수다. 

‘애피타이저(appetizer)’의 어원은 '갈망하는, 얻으려고 노력하는, 잡고 싶은'의 뜻을 갖고 있는 라틴어가 어원이다. 

지금 해야 할 일은 아직 ‘갈망’의 단계라는 것이다. 마음의 단계며 준비의 단계다. 
서두르면 물만 먹어도 체할 수 있기에 2년간의 공복을 채우려 무리가게 또는 급작스럽게 달려들면 심각한 급체를 당할 수도 있다. 

어느새 벚꽃도 지고 초록 잎이 도로를 메우고 있다. 
저 초록 잎이 다시 울긋불긋해 질 때면 애피타이저의 단계는 이미 지나 있을 터.
조금은 신중하게 시작할 필요가 있다. 이왕이면 ‘해피’하게...

이정민 기자  ljm@travel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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