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웅재 고가에서 3.1독립 운동을 생각한다

이웅재고가가 있는 임실군 오수면 둔덕리 둔데기마을을 찾았다. 전라북도 민속자료 제12호인 이웅재고가는 조선조 연산군 6년, 1500년에 지어진 가옥이다.
 

임실 둔데기마을의 둔덕정

이웅재고가 솟을대문에는 '유명 조선 효자증 통정대부사 조참의 이부위지려(有明朝鮮孝子贈通政大夫史曹參議李父胃之閭)'라고 적힌 효자 정문 현판이 있다. 이 효자 정문 현판은 고종 7년, 1870년에 내려졌다.
 
이웅재고가에서 기미년 3·1절을 생각한다. 1919년 3월 임실에 울렸던 대한독립만세의 함성이 요원의 불길처럼 펼쳐졌다. 임실 둔덕 이 씨 일가 16명은 만세운동을 주도했다. 일본 헌병들과 맞서 싸우다 투옥돼 모두 징역형을 살았다. 이는 대한민국 독립운동사에서 찾아보기 힘든 일로 지역 항일운동사에서도 의미 있는 일이다.

임실 이웅재고가를 찾아 둔덕 이 씨 일가의 항일운동사를 재조명하는 것을 시작으로 지역의 숨겨진 항일운동 이야기를 발굴하고, 그 후손들의 삶을 담론한다.

이웅재 고가 솟을대문

마침 서울에 있던 이웅재 종손이 내려와 그날의 함성을 들려준다. 임실 애국선열들의 항일운동은 우리나라 어느 지역보다도 줄기차고 강렬했다. 그중에서도 독립운동을 하다 잡혀간 둔덕 이 씨의 활약상은 대단했다.

임실 원동산공원을 찾은 이기송(1888~1939) 애국지사는 1919년 3월 23일 이곳에 모인 군중의 선봉에서 독립만세를 불렀다. 들불같이 퍼진 함성은 이튿날인 24일까지 이어졌다. 그날의 함성은 전북지역 항일운동으로 이어졌다. 만세 운동은 물론 일본 경찰과 치열한 전투를 벌인 끝에 50여 명이 붙잡혔다. 둔덕 이 씨 일가만 16명이 투옥됐다.

대문채에 걸린 '유명 조선 효자증 통정대부사 조참의 이부위지려(有明朝鮮孝子贈通政大夫史曹參議李父胃之閭)'라고'적힌 현판이 걸려 있다. 이 현판은 고종 7년, 1870년에 내려진 것이다.

둔덕 이 씨 가문은 1919년 고종 황제가 승하하고 국장을 할 무렵 경성 인산 행렬에 참여했다가 경성의 독립만세운동을 목격한 이기송 애국지사 등 둔덕 이 씨들이 귀향 후 3월 23일 임실 원동산공원에서 독립만세운동을 벌이기로 결의했다.

서로 극비리에 연락을 취해가며 거사를 준비했고 이날 오후 2시 드디어 대한독립만세의 함성이 울리게 됐다. 당시 재판 기록에 따르면 처음에는 20~30여 명이 시장 거리를 돌면서 독립만세를 외쳤고 대열은 점점 커져 수 천명까지 불어났다.

이웅재고가는 전라북도 민속자료 제12호이다. 이 집은 이담손이 조선 연산군 6년, 1500년에 지은 것으로 여러차례 중수하였다.

임실 원동산공원에서 이기송 애국지사는 "우리 조선은 독립국이었는데 10여 년 전에 일본에 합병당하였으니 2000만 우리 국민 모두가 합심해야 한다."라고 연설했다.

원동산공원을 출발해 몇 번이고 거리를 돌면서 만세를 부르고 경찰과 주재소, 면사무소 등을 습격, 유리창과 문짝을 부수고 사무실 비품 등을 파괴했다. 이기송 애국지사 등 수 십 명의 둔덕 이 씨 일가는 일본인 경찰서장과 맞서 독립운동의 정당성을 설파하다가 끝내 체포당했다.

그럼에도 이만의와 이영의, 이송의, 이정의 애국지사 등은 체포된 이기송 애국지사를 석방하라고 일본 순사를 협박했고, 결국 이기송 애국지사는 다음 날인 24일 풀려났다. 이기송 애국지사는 풀려나자마자 다시 군중 앞에 서서 독립만세를 외쳤고 그 열기는 더욱 높아갔다.

3월 24일 저녁 남원 헌병대와 임실 경찰서의 무장대가 대거 출동하여 서로 대치하다가 결국 발포해 사상자를 낸 뒤 해산됐다. 임실 일대에서 벌어진 만세운동에 가담한 둔덕 이 씨 일가 16명은 재판에 회부돼 적게는 4월에서 많게는 7년에 이르는 징역형을 받아 온갖 고초를 당했다.

조선 연산군 때 이웅재고가를 지은 춘성정 이담손 기적비

이기송(징역 7년, 국민장), 이회열(징역 4년, 애국장), 이기우(징역 3년, 애족장), 이윤의(징역 3년, 애족장), 이주의(징역 3년, 애족장), 이용의(징역 3년, 애족장), 이만의(징역 2년, 애족장), 이영의(징역 1년, 애족장), 이송의(징역 1년, 애족장), 이정의(징역 1년, 애족장), 이하의(징역 8월, 대통령 표창), 이태우(징역 8월, 대통령 표창), 이재의(징역 2년, 애족장), 이강목(징역 2년 3월), 이창준(징역 8월, 대통령 표창), 이정우(징역 4월) 등이 당시 항일운동에 앞장선 애국지사들이다.

이웅재고가는 민족정신이 어린 고가이다. 이 집은 이담손이 조선 연산군 때 지은 것을 여러 차례 보수하였다. 이담손은 효령대군의 증손으로 1490년생이다. 전주 이 씨로서는 둔덕리에 제일 처음 들어온 사람이다. 이곳에 오래 살아 둔덕 이 씨라 스스로를 부르고 있다.

지금은 이담손의 16대 손인 이웅재가 이 집을 지키고 있다. 이웅재고가로 부르는 이 집은 경사면을 축대로 쌓은 장방형의 대지에 자리하였다. 동남쪽을 향하여 안채와 사랑채, 대문채가 있는 ㄷ자형의 가옥이다.

안채는 정면 5칸, 측면 1칸으로 좌우 앞쪽으로 행랑을 덧대어 전체적으로 ㄷ자를 이루고 있다. 사랑채는 정면 4칸, 측면 1칸의 일자형 건물로 고종 원년, 1864년에 상량하였다.

이웅재고가는 전체적으로 조선 후기의 건축양식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조선시대 임실의 사대부 주거생활의 면모를 잘 간직한 건물이다. 솟을 대문에 걸린 효자 정문 현판과 입구의 하마 표지석 등은 조선시대 전통 있는 명문가로서 한때는 이 지역을 호령했던 흔적을 볼 수 있다. 최명희 작가의 대하소설 '혼불'에서 묘사된 종가 구조의 실제 모델이 되었던 곳이다.

Tip 
임실 이웅재고가 찾아가는 길 주소: 전라북도 임실군 오수면 둔덕2길 55

엄금희 작가  hankookceo@naver.com

<저작권자 © 트래블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