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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민 칼럼-훈풍과 양광
이정민 기자 | 승인2022.06.26 21:43

바람이 불고 있다.
매일 매일의 날은 설탕물을 몸에 발라놓은 듯 끈적끈적하기 시작했지만 이따금 불어오는 바람으로 찰나의 행복이 느껴진다. 훈풍薰風이다.

훈풍인데 향기는 없다. 그저 바람의 방향만 알아차릴 정도다. 그 방향은 일단 긍정적이다.
그래도 여름은 지나야 하지 않겠어? 라는 순진한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가고 있다.

듣자하니 베트남은 이제 베트남이 아니라 다시 한국 땅 같다는 소리가 들릴 정도다. 갈 만한 비행기와 시간대가 더 있다고 하니 항공사 역시 7월을 겨냥해 단단히 벼르고 있다.

코로나 펜데믹 이전부터 미운털 박혔던 일본도 바람이 불고 있다. 더구나 일본여행은 나라에서 도와주겠다고 나서고 있으니 훈풍을 넘어 역풍을 맞지는 않을까 우려도 된다.
세상사 모든 게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게 좋은데 속된말로 ‘오바’ 하면 부작용이 따른다.

중국 발 훈풍을 기대해 보고 있지만 3~4일에 한 번씩 미세먼지만 싣고 찾아온다. 그 옛날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에도 이 정도로 우리와 오가는 길을 막았던 적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걱정이다. 역시 ‘다다익선多多益善’이라고 사람 수가 많으니 알아서 자체 해결이 가능한 모양이다.

비행기 타는 게 어쩌면 일상일 수 있는 여행사 사장님들께서는 정말 오랜만에 출장을 빙자한 여행이 기뻐서인지 설레임 때문인지 애들도 아니고 20대 청춘도 아닌데 항공 티켓 사진을 SNS에 난발한다. 덧붙인 글을 보면 구구절절 애달프다. 객客인지 주主인지... 덩달아 호응을 해줘야 할 것 같다.

아직 역풍으로 불고 있는 몇 가지 국제 이슈만 순풍으로 그리고 훈풍으로 불어만 준다면 모두의 예상보다는 조금 이른 시간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 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좋은 예감이 든다.

훈풍이 불면 반드시 따라와야 하는 게 있다. 양광陽光이다.
陽光은 한 여름 익어버릴 정도의 빛이 아니다. 봄날 낮잠이 슬슬 올 정도의 최적화 된 빛이며 온도다. 대지의 생명체들은 陽光을 통해 자라며 익으며 열매를 맺는다.

아쉬운 건 훈풍이 부는 지금 陽光이 없다는 것이다.

이미 여행에 대한 국민의 관심도와 예약은 폭증하고 있으며 미디어 채널에서는 “여기가 어때, 저기가 어때, 혼자면 어때, 둘이면 어때”하고 계속 떠들어 대고 있고 정부 부처에서도 ‘여행 가는 달’을 이미 진행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대가 단지 해외로 여행을 간다는 이유만으로...” 국경을 오가는 이들을 대상으로 왜 아직도 수차례의 검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인지... 陽光이 아닌 그림자만 만들어 내는 것 같아 참으로 아쉽고 아쉽다.

아무리 좋은 薰風도 이것만 계속 된다면 인간은 한기寒氣를 느끼기 마련이다. 그러다 자칫 얼어 죽을 수 도 있다. 그래서 薰風에는 반드시 陽光이 동반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알겠냐!

이정민 기자  ljm@travel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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