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내용은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발간 ‘문화관광 인사이트 171호’의 ‘엔데믹 이후 관광의 변화’ 제하의 내용을 인용했으며(ESG 관련 부분 생략) 작성자는 진보라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관광산업연구실 부연구위원임을 밝힌다.

엔데믹(Endemic) 시기로 접어들었다.
엔데믹은 한정된 지역에서 특정 감염병이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풍토병화되어 관리가 필요한 생태를 의미한다. 2020년 3월 WHO의 팬데믹 선언 이후 약 2년 만인 2022년 4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제하면서 엔데믹 시기로 접어들었다.

코로나 상황이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 전환되면서 관광분야 역시 변화된 흐름이 나타났는데 주요 변화양상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엔데믹 전환 이후 관광업계의 인력난 심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억눌려 있던 관광수요가 급증하면서 관광업계는 이에 대한 대응에 착수했으나 인력난을 겪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은 여행사와 관광숙박업체들은 인력을 감축했고 관련성이 높은 음식점, 전세버스업체 종사자들 역시 다른 업종으로 이동했다. 또 인구 감소와 함께 외국인근로자들의 입국이 금지되면서 지역의 인력난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팬데믹 상황에서도 해외여행 대체 관광지역으로 인기가 높았던 제주도는 2022년 1~6월까지 누적 관광객 수가 684만 2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1% 증가, 인력난이 가중됐다.

이러한 현상은 세계적으로 유사하다. 팬데믹 시기에 가장 심각한 타격을 입었던 항공분야 역시 인력 감축을 진행했으며 항공기 운항이 중단되면서 안전점검 등이 정기적으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나 엔데믹 이후 관광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인력 부족 및 항공편 축소로 항공 대란이 발생했다

항공편은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적으로 국제관광 회복의 전제기 때문에 그 중요성이 크다. 코로나 이전 3만 5718편이었던 인천국제공항의 여객항공기 월 운항 편수는 2020년 3월 팬데믹 선언 이후 6659편으로 급격하게 감소했으며 2022년 6월까지 국내선 중심의 세주국제공항의 여객항공기 운항편수보다 적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해외관광이 제한되면서 관광수요가 국내관광으로 전환됐고 아직 해외여행에 대한 불안감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엔데믹 시대 여행트렌드 소비자조사 및 분석’(한국관광공사, 2022)에 따르면 코로나 발생 전처럼 자유로운 해외여행이 가능한 시기로 2023년 1분기(22.96%)라는 예측이 가장 많았고 다음은 2023년 2분기(20.14%)로 나타나 1년 이후에는 해외 관광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국내관광은 엔데믹 이후 기회가 찾아왔으나 대응에 한계점을 드러내고 있다.
관광인력은 관광분야의 필수 요소로 일각에서는 기계와 인공지능이 관광인력을 대체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으나 관광업계 특성상 소규모 업체가 많고 전환에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어 신속한 대응에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숙련도 높은 관광인력은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하며 앞으로의 관광인력은 단순 서비스 제공이 아닌 콘텐츠 개발을 위한 기획, 전문적 관리운영 등이 가능한 전문 인력에 대한 요구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력 같은 필수 요소들을 안정적으로 운영하지 못할 경우 엔데믹 같은 시기가 도래하면 환경 변화에 효율적 대응이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비용의 양극화 핵심은 관광객 관심
코로나가 완전히 종식되지 않고 엔데믹 상황이 진행되면서 감염병이 주기적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상존하고 있다. 코로나 발생 전에는 일부 관광객 선호에 따라 럭셔리 관광이 존재했으나 엔데믹 이후에는 양극화 현상이 고착화되고 있다.

여행형태는 거주지를 중심으로 한 근거리 당일여행과 1주일에서 한 달 이상의 장기간 여행으로 구분된다. 2021 국민여행조사(문화체육관광부, 2022)에 따르면 1인 평균 여행 일수는 당일여행의 경우 코로나 발생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으나 숙박여행 증가율은 아직 낮은 상태다.

한편 II기업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던 재택근무가 코로나를 계기로 사회적으로 확대되면서 2018년 7.9만 명이었던 재택근무자는 2021년에는 114만 명으로 증가했다. 재택근무를 기반으로 휴양지에서 머무르면서 근무시간에는 일을 하고 그 이외에는 휴가를 즐기는 '워케이션(Workation)'이 정착하게 됐다.

이러한 재택근무자들은 워케이션의 표적시장을 형성하며 지역에서는 워케이션 관광객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비용적 측면에서도 양극화되어 경기침체 및 물가인상으로 가처분소득이 감소하면서 OTT를 이용한 영화감상 등 집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여가활동을 즐기는 비율과 개별 공간이 확보된 리조트와 풀빌라 등 고급형 관광활동의 비율이 함께 증가하였다. 이러한 양극화 현상은 대중여행의 형태였던 패키지여행의 종료와 관광시장이 관광객 수요자 중심의 여행체계로 완벽하게 변화했음을 시사한다.

◆공룡으로 성장 여행플랫폼, 종합플랫폼으로 진화 중
단순 판매 채널로 인식되었던 OTA들이 관광소비자들이 원하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대규모 여행플랫폼으로 성장했다.
특히, 청년층을 중심으로 여행플랫폼 이용 빈도가 증가했으며 정보 탐색상품 예약→경험 공유가 동시에 가능해지면서 질적 성장도 이뤄졌다.
우리나라 전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2022년 2/4분기에 50조 5903억 원으로 전년 동분기 대비 11.1% 증가했다.

2020년 3월 팬데믹 선언 이후 '여행 및 교통서비스' 항목과 '문화 및 레저 서비스' 항목의 거래액은 2020년 2/4분기부터 2022년 1/4분기까지 대폭 감소했으나 엔데믹 이후인 2022년 2/4분기는 전년동분기와 비교해 여행 및 교통서비스' 항목은 100.0%, 문화 및 레저서비스' 항목은 127.7% 증가했다. 빠른 회복세는 물론 금액 역시 코로나 발생 이전 거래액을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온라인쇼핑의 급성장과 코로나는 일부 대규모 여행사와 다수의 소규모 여행사 구조였던 우리나라 관광업계를 일반여행사 감소 및 대규모 OTA 중심구조로 변화시켰다.

‘야놀자’ ‘여기 어때’ 같은 국내 OTA들은 자본력이 부족한 여행사들이 팬데믹 시기에 휴·폐업을 한 것과 달리 이익이 급증했으며 엔데믹 이후에도 성장세가 예상된다.

익스피디아와 부킹홀딩스 같은 외국계 복점 OTA들은 사업체간 인수·합병을 통해 호텔, 항공권 렌터카 예약뿐 아니라 OTA간 가격을 비교할 수 있는 메타서치 기능을 확보하면서 경쟁력이 강화됐다. 변화하던 여행업계는 팬데믹 시기를 지나며 급격하게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되었고 영향력과 이익이 대규모 OTA에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여행업뿐 아니라 관련 업계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구조 변화는 우리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관광기업을 배출한다는 긍정적 측면이 있으나 독과점으로 관광객들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상존하기 때문에 우리나라 관광생태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면밀하게 관찰하여 정책적 대안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온라인 이용 관광경험 대체재 아닌 ‘보완재’
코로나로 관광객 이동 및 관광활동이 제한되면서 비대면 및 온라인, 메타버스 등이 실제 관광활동을 대신할 수 있는 대안으로 논의됐다. 직접적으로 방문하기 어려운 장소도 접근할 수 있는 랜선 여행이 출시됐고 지역관광축제가 개최되지 못하자 온라인을 통해 개최됐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이 장기화되면서 관광객(주체)이 관광자원(객체)을 찾아 이동하는 관광의 기본적 개념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그러나 엔데믹 시기가 도래하자 코로나로 여행을 갈 수 없었던 시기에 대한 보상성격으로 억눌려 있던 관광에 대한 요구가 수요 집중현상으로 나타났다.

해외여행 수요는 앞서 논의한 것처럼 아직 회복이 더디지만 코로나 감염우려와 고환율 및 고유가 등 비용적 문제에서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온라인 영향력 확대에 힘입어 랜선여행, 메타비스 등이 관광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됐으나 실제 관광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상공간의 이용자가 10~20대에 집중돼 있으며 독특한 경험을 중요시 하고 스스로 콘텐츠를 생산하는 청년층 역시 한정적인 관광체험에 대한 관심이 감소하고 있다.

가상공간이 다른 이용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활성화되지 않고 기존 온라인 공간을 뛰어 넘는 콘텐츠를 생산 및 제공하지 못한다면 그 영향력은 한정될 수밖에 없다. 많은 전문가들은 금융이나 쇼핑, 교육처럼 공간의 영향력이 감소하는 분야가 존재하지만 관광은 장소성과 경험적 요소를 온라인으로 대신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온라인에 접속해 이를 유연하게 이용하기 위해서는 기기 공급 및 이용 방법을 학습해야 하는데 아직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온라인 및 가상공간은 현실에서 체험하기 어려운 관광경험을 하거나 사전 홍보 수단 등의 보완재로 활용될 수는 있으나 관광의 본질적 개념을 변화시키거나 이를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또 과거처럼 공공부문이 주도해 구성하는 온라인 콘텐츠는 한계에 다다를 것으로 예상돼 민간과 지역, 관광 관련 기관들이 참여하고 다양한 관광콘텐츠를 발굴, 변화에 대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관광분야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겪어보지 못했던 코로나 팬데믹의 파고가 지나가고 이제 엔데믹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코로나의 완전 종식이 아닌 엔데믹 상황으로 이전에 발생했던 생태학적 변수들을 되돌아보면 이러한 상황이 되풀이될 수 있다.

정부와 지자체들은 코로나 팬데믹 상황을 해결하기 위하여 정책노력을 기울였고 관광업계와 국민들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함께 노력했으나 그 흔적이 꽤 깊이 남았다. 엔데믹 상황은 언제든 다시 팬데믹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공공부문의 일시적 지원으로는 효과가 한정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따라서 엔데믹 시대를 현명하게 지나가기 위해서는 관광부문 전체의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

관광분야의 변화는 코로나 이전부터 지속되었던 흐름과 코로나 이후 등장한 흐름들이 혼재되어 있어 각각의 개별적 대응과 종합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기다.

과거 경험에 기대어 진행되는 의사결정과 정책 수립으로는 변화하는 관광환경과 외부 위험변수들을 관리하게 어렵게 되었다. 따라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합리적인 정책 의사 결정이 요구된다.

정부는 국제적으로 거시적 변화에 우리나라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관광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관광발전을 위해 지역 간, 조직간 조율 능력이 필요하다. 공공부문 관광사업을 주도하게 된 지자체는 특정 관광지나 사업에 집중하기 보다는 지속적으로 다양한 대안관광지와 관광시장의 발굴이 필요하다.
다시 한 번 팬데믹과 엔데믹의 시기가 오더라도 지금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에는 큰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뉴스팀  td@travel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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