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만발하다. 3년전 이맘때 바라보던 벚꽃과는 확실히 다르다. 오늘의 벚꽃은 기대감이 앞선다. 그리고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피로감이 먼저 떠오른다. 그래도 좋다. 
우연히 주말 밤 인근 전철역 주변을 나갔다. 몇 해동안 볼 수 없었던 맥주집의 삼삼오오, 고기집의 아기자기한 모습에 이제 거의 정상으로 돌아왔구나 하는 만족감에 불끈해졌다. 
고기집 사장님, 맥주집 사장님 그동안 벌지 못했던 돈 많이 버시고 벌은 돈으로 제발 여행 좀 많이 다니시길 간절히 바라며 발길을 집으로 향했다. 

TV를 켜보니 주말 밤이라 그런지 예능 프로그램 일색이다. 새로 생긴 여행 예능프로그램이려니 하고 다른 채널을 보니 역시 여행 예능프로그램이다. 작정하고 찾아보니 평균 10개중 8개가 해외여행 예능프로그램으로 세상이 바뀌어 있었다. 해외여행이 다시 가능해지니 모두 한국을 떠나는 중이다. 안타까운 것은 재미는 별로다. 비슷한 진행과 구성원 그리고 현지에서의 태도 역시 거기서 거기다. 차라리 날것으로 가득한 여행 유튜브 채널을 보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다. 

저 많은 해외여행 예능프로그램으로 인해 시달릴 것으로 예상되는 여행사와 관광청을 생각하니 오늘의 저 벚꽃이 마냥 아름다워 보이지 만은 않는다. 
어쨌든 TV에서는 자기들 프로그램 보고 해외여행 가라고 자꾸만 부추긴다. 

반면 정부에서는 해외여행 가지 말고 국내여행 가라고 부추긴다. 돈까지 얹어 준단다.
사업자는 가만있는데 정부가 여행비도 보태주고 다양한 혜택도 주겠다 약속한다. 
무슨 행운을 타고 났는지 국민 중 19만 명은 여행비도 지급받는다. 분명 조상이 은덕을 쌓은 게 분명하다. 
이 모든 게 그동안 고생한 관광업계를 위한 다는 명분이다. 그런데 아무리 따져봐도 무엇이 여행사를 위한 것인지 찾아 볼 수 가 없다. 호텔 할인도 있고 워터파크, 테마파크 할인도 해준다는데 대부분 큰 기업들이 운영하는 것이지 여행사를 위한 것들은 찾고 찾아도 찾을 수가 없다. 

교통·숙박·레저 등 전방위적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6월 여행가는 달’도 추진하고 매월 마지막 주말을 ‘여행이 있는 주말’로 지정, 지자체와 연계, 주말 여행프로그램을 운영해 전국적으로 여행가는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전략은 소설인지 어느 여행사 하반기 전략인지 구분이 안 된다. 

인바운드 전략도 이제는 실망을 넘어 재미가 있다. 
20대~30대 청춘들은 전혀 모르는 드라마 <겨울연가>를 상기시켜 일본의 중장년 원조 한류팬을 끌어들이겠다는 對일본 인바운드 전략은 매우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넷플릭스를 기반으로 한 최근의 OTT 콘텐츠를 과감히 무시하는 매우 용기 있는 판단이다. 

對중국 인바운드 전략은 더 흥미롭다. 
중국 관계 당국은 자국 여행사 대상, 한국 여행 상품 팔지 말라고 하는데 우리는 중국 노동절을 계기로 씀씀이가 큰 중국 관광객 수요를 공략하겠단다. 어서 빨리 풀려야 할 제재지만 아무튼 우리의 전략은 소설, 그 이상의 것을 보여주고 있다. 

문체부는 인바운드 관광 수요를 회복하고 해외여행 수요를 국내로 전환하기 위해 대체불가한 K-컬처를 탑재한 K-관광 정책을 짜임새있고 정교하게 추진해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분명, TV는 반정부다.

이정민 기자  ljm@travel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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