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공부 잘하는 학생과 못하는 학생의 차이는 확연하다. 
물론 세상 모든 일에는 예외라는 것이 있기에 정확히 맞아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현상에 따른 결과는 비슷하게 나온다. 
최근에는 이것을 ‘사회과학’이라 칭하고 옛 선인들은 ‘인과응보’라는 고상한 말씀으로 설파했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은 일단 지각이 드물다. 당연히 수업시간에는 최선을 다해 집중하며 ‘복습’이라는 과정을 통해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가진다. 결과는 뻔하다. 

공부 못하는 학생은 일단 지각이 일상이다. 공부를 못하는데 학교를 일찍 가는 학생이 있긴 하다. 전교에 한 두 명. 연구 대상이다. 학생의 신분이기에 어쩔 수 없이 교실에는 있지만 생각은 이미 세상 밖이다. 하얀 것은 종이요 검은 것은 글씨다. 

세상이 바뀌어 효율성이 중요한 시대다. 일하는 시간이 길다고 일을 잘하거나 성과가 좋은 것은 아니다. 더욱이 일과 휴식의 밸런스가 더 중요한 세상이 됐다. 아니 어쩌면 여행업계는 휴식이 더 중요해 보일지 모르겠다. 국민이, 시민이 쉬어야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니까.

서울관광에 관심이 좀 있다는 사람들이 모였다. 엔데믹을 맞이해 그동안 침체돼 있던 서울관광을 살리고 관광업계 목소리도 들어보겠다고 모였다. 

공기 좋고 햇살 좋은 금요일 아침이다. 당장 토론회장을 벗어나면 서울 여행을 위해 오가는 외국인들이 즐비하다. 그렇게 많이 오가는데 더 이상 어떤 정책이 필요하다고 그 좋은 날 회의장에 모여 웅성거리는지 공부 잘하는 학생들 같았다. 원래 잘하는 사람이 더 열심인 법이다. 우리는 그런 걸 두고 ‘선순환’이라한다. 

토론회 컨셉이 ‘듣고 행하다’인 만큼 업계 목소리를 많이, 제대로 듣기 위해 모였다. 행하기 전, 듣겠다는 의지다. 역시 나라일 하시는 국회의원보다 민생의 현장이 더 가까운 시의회 의원분들이 믿을 만 하다. 

그런데 잠시 후 이상한 일이 시작됐다. 토론회 1/3에 해당하는 시간이 축사, 인사말 등이다. 
그러더니 단체 사진 찍자고 모인다. 그러더니 약속이나 한 듯 대부분의 의원이 별다른 인사도 없이 나간다. 차지하고 있던 자리의 30% 가량이 텅 비었다.
 
무슨 회의가 있는 게 분명해 보인다. 글로벌 도시 서울시 의원이니 어쩌면 국회의원보다 할 일이 더 많은 모양이다. 아니면 서울관광 활성화를 위해 거리 현장에 나가나? 그들의 행보가 궁금해졌다. 바쁜 서울시장도 아닌데 ‘우루루’ 자리를 뜬다.  

결국 토론회 대부분은 관광업계 사람들만 옹기종기 모여 듣고 있다. 
옆을 보니 이미 수년전부터 알고 지내던 이들이다. 형님, 아우라 부를 정도로 가까운 이들이다. 굳이 이런 자리 아니어도 밥 먹고 술 마시며 돈독해 질만큼 돈독해 진 인간관계다. 아마도 가족들보다 해외를 더 많이 동행한 이들이다. 토론회장에서의 낯설음은 온전히 그들의 몫이 됐다. 

분명 팬데믹으로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진 업계 사람들을 위해 서울시가 자리를 마련해 준 것으로 보인다. “모여서 너희들끼리 이야기 잘 해보고 결과만 보고해!” 뭐 이런 느낌이다. 

모범생과 열등생이 있다면 학부모도 갈린다. 
항상 일이 바빠 제대로 된 관심은 없지만 경제적 지원은 확실한 학부모가 있는 반면 경제적 지원은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진심어린 관심을 쏟는 학부모가 있다. 
불만도 있고 섭섭한 마음도 있지만 부모다. 어쨌든 죽는 날까지 함께 가야할 관계다. 

그런데 토론회에 잠시 들린 의원들은 돈 많은 부모도 관심 많은 부모도 아니다. 지원해 줄 돈도 없으면서 관심도 없다. 마치 학창시절 학부모 모임에 오라니까 이른바 ‘때깔’ 좋은 옷 입고 사진 찍고 돌아가는 그런 사람들 같다. 

부모도 바꾸는 세상이다. 
서울 관광을 망친다고 판단되면 3년 후 바꾸면 그만이다. 

아직도 궁금하다. 
도대체 어디를 가서 뭔 일을 했을까?

이정민 기자  ljm@travel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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