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공간의 여유가 보이다
②이제부터 홍콩은 걷는 여행지다

홍콩의 공기가 깨끗해 졌다. 예전 홍콩 거리를 걸을 때마다 택시와 자동차에서 품어내는 보이지 않는 매연 때문에 쉽사리 지치고, 지침이 쌓여 정작 보고 싶은 것들 걷고 싶었던 거리들 먹고 싶었던 먹거리 등 하고는 싶었지만 할 수 없던 것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제 홍콩은 걸으며 보고, 먹고 싶은 것들을 자유롭게 고를 수 있는 공간이 됐다. 공간의 여유라는 것은 공간의 넓고 좁음이 아니라 공간을 얼만큼 편하게 누리냐가 중요하다. 
그런면에서 홍콩은 이제 공간의 여유가 보이는 걷고 싶은 여행지가 됐다. 그것도 완벽하게...

▲이제 홍콩은 걸으며 보고, 먹고 싶은 것들을 자유롭게 고를 수 있는 공간이 됐다. 공간의 여유라는 것은 공간의 넓고 좁음이 아니라 공간을 얼만큼 편하게 누리냐가 중요하다.

홍콩섬이 보이는 구룡반도 끝자락 ‘스카이 라인’은 홍콩 걷기 여행의 시작점이다. 
‘스타의 거리(Avenue of Stars)’를 지나 구룡반도 해안선을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빅토리아 항구의 전경을 즐기다 보면 ‘K11 Musea’가 나온다. 기괴하다. 흔히 볼 수 없는 건물의 모양새다. 싱가포르에 가야 볼 수 있는 외관이다. 

▲홍콩섬이 보이는 구룡반도 끝자락 ‘스카이 라인’은 홍콩 걷기 여행의 시작점이다.

'바다의 뮤즈'라는 개념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알려진 ‘K11 Musea’는 전 세계의 건축가, 디자이너, 예술가, 환경 운동가 등 100여명이 참여한 복합 문화 공간이다. 
범상치 않은 이들이 모여 만든 공간이니 범상치 않은 게 어쩌면 당연하다. 

▲K11 Musea

기존의 틀과 맞서는 삶, 철학을 갖은 이들은 어떤 공간을 보여주고 싶어 했을까 궁금해졌다. 

사람과 자연을 생각한 공간에 예술과 문화를 더하고 200여개의 다양한 브랜드샵들이 입점해 있다. 쇼핑만을 위한 것이라면 그저 그런 백화점 수준이지만 층간 곳곳에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재미있다. 마네킹의 군상을 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창의성이라는 것은 이런 것이다. 

▲K11 Musea 실내

▲창의성이라는 것은 이런 것이다

서구룡 아트파크로 걸음을 옮긴다. ‘K11 Musea’에서 왼편으로 바다길과 홍콩섬을 바라보며 이동하고 싶지만 절차가 복잡하다. 미터법으로 따져보면 충분히 걸어볼 만 하지만 도보길 중간 중간이 막혀있어 셔틀버스로 이동이 편하다. 마을버스 보다는 조금 작은 버스지만 구룡반도 곳곳에 있는 버스정류장에서 탈 수 있어 편하다. 시간도 시내(구룡반도) 어디서나 10분이면 충분하다. 

'미술관 이상의 미술관(more than museum)’을 추구하는 ‘M+’이다.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가장 기대된 곳이 바로 이곳 ‘M+’다. 2021년 초에 완공, 문을 연 이곳은 쉽게 말해 미술관이다. 최근 홍콩이 아트 도시로 탈바꿈하고자 하는 의지가 읽히는 곳이다. 

▲'미술관 이상의 미술관(more than museum)’을 추구하는 ‘M+’ ▲2021년 초에 완공, 문을 연 이곳은 쉽게 말해 미술관이다. 최근 홍콩이 아트 도시로 탈바꿈하고자 하는 의지가 읽히는 곳이다.

▲‘M+’에서 바라 본 홍콩섬

‘M+’는 홍콩과 아시아를 넘어 아시아의 영향을 받은 서구 작가들의 비주얼 아트, 디자인, 건축 등의 작품들을 어우르는 아시아 최초의 컨템포러리 비주얼 문화 뮤지엄을 표방한다. 

궁금해서 물었다. 그래도 국제적인 미술관인데 인상주의 또는 후기 인상주의 작품들은 기획전시 의지가 있냐고...의지는 있으나 ‘아이덴티티’와는 맞지 않는단다. 이 한마디로 ‘M+ 뮤지엄’이 무엇을 담고 있는지 무엇을 담을지 예측이 된다. 

때마침 예술계에서 현존하는 가장 유명한 일본인 쿠사마 야요이(Kusama Yayoi)의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천재들의 작품이란 보기에는 쉽고 편하지만 막상 따라하려면 흉내조차 쉽지 않다. 쿠사마 야요이(Kusama Yayoi) 그녀가 천재인 이유가 명확하다. 그리고 ‘M+’의 수준이다. 

▲쿠사마 야요이(Kusama Yayoi) 특별전 ▲쿠사마 야요이(Kusama Yayoi)의 특별전

서구룡 아트파크를 넘어 건너편 홍콩섬을 걷기 위한 선택의 시간이다. 
무려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지하철을 타고 바다밑을 건널 것인가, 자동차를 타고 역시 바다밑 터널을 지날 것인가 바람을 맞으며 페리를 탈 것인가?
이왕이면 홍콩섬과 구룡반도의 야경을 보기 위해 페리 탑승은 저녁으로 미뤄둔다. 

▲친환경 기조에 맞춰 홍콩의 택시도 매연없이 달리고 있다.

홍콩섬도 많이 변했다. 대규모 자본 냄새가 풍기는 가게들이 기존 개인사업자들을 대신한 모습들이 많이 보인다. 코로나 팬데믹 영향인 듯 하다. 
유명한 벽화 거리 옆, 에그타르트를 맛나게 구워 낸 가게는 없어지고 번쩍번쩍 빛이 나는 대리석 건물이 자리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란콰이퐁 인근 뒷골목을 걷다보니 아직은 홍콩만의 분위기가 남아 있어 행복이다. 

▲낡은 의자, 페인트가 벗겨진 창틀, 더위도 에어컨 없이 바깥바람이 들어와 승객들의 땀방울을 쓸어담고 다시 바람을 타고 창 밖으로 나가는 찰나의 시원함은 오로지 낡아 빠진 홍콩의 트램에서만 느낄 수 있는 행복이자 여행의 맛이다. ▲트램을 타고 다시 걷다 보면 완차이와 센트럴 동네 대부분을 스친다.

걷다가 지치면 트램을 타야한다. 트램 실내의 낡음이 홍콩임을 알려준다. 2층버스도 있지만 친환경 시대에 맞게 새롭게 제작된 버스들이라 정겨운 맛은 조금 떨어진다. 
낡은 의자, 페인트가 벗겨진 창틀, 더위도 에어컨 없이 바깥바람이 들어와 승객들의 땀방울을 쓸어담고 다시 바람을 타고 창 밖으로 나가는 찰나의 시원함은 오로지 낡아 빠진 홍콩의 트램에서만 느낄 수 있는 행복이자 여행의 맛이다. 

트램을 타고 다시 걷다 보면 완차이와 센트럴 동네 대부분을 스친다. 

해가 지고 저녁이 되면 페리를 타고 바다 한 가운데로 나가 다시 구룡반도 쪽으로 향한다. 
페리를 타는 즐거움 보다 물위에서 바라보는 홍콩섬과 구룡반도의 웅장함에 감격이 충만해 진다. 

▲‘스카이 라인’에서 바라 본 야경 ▲서구룡 아트파크

▲진짜 홍콩의 모습이다.

분명 홍콩의 공기는 깨끗해 졌다. 낮이건 밤이건 걸을 수 있을 만큼 걷자. 맛집도 눈에 들어오고 멋진 커피집도 눈에 들어온다. 
사고 싶은 소소한 악세사리도 보인다. 로컬들이 더위를 피해 숨을 쉬는 조그마한 공원에도 들릴 수 있다. 

홍콩 걷기 여행. 의외의 공간과 순간을 만날 수 있다. 

이정민 기자  ljm@travel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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