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입항하는 해외 크루즈선을 취재하다보면 한 가지 특이하면서 공통된 점이 발견된다.

크루즈의 최고 대장인 이른바 ‘캡틴’을 제외하고 선박 내 모든 서비스와 운영을 책임지는 이의 직함은 ‘호텔’ 최고 책임자로 명명돼 있다.

우리가 크루즈선을 단순한 ‘큰 배 여행’이라고 인식하는 것과는 개념 자체가 다르다. 바로 최고급 호텔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한 설문 조사에 의하면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숙박’으로 나타났다.
여행자의 주머니 사정에 따라 호텔의 등급과 위치는 결정되지만 뭐니뭐니해도 편하게 쉴 수 있는 숙박이 여행의 가장 중요한 결정 요소라는 것이다.

최근에는 호텔 또는 리조트에서만 머무는 이른바 ‘완전한 휴양 여행’을 즐기는 이들이 늘고 있다.
왠만한 즐길거리는 그 곳에서 모두 가능하기에 이같은 현상이 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크루즈=호텔’이라는 말이 설득력이 있을까?
당연히 미친 사람 취급 받기 좋은 질문이다. 하지만 크루즈 여행에 작은 관심과 미천한 경험이 있는 이들에게는 어느정도 설득력이 있는 말이다.

해외에서 크루즈 여행은 이미 호텔여행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여행 선진국들에게 크루즈여행은 바다위에 떠다니는 호텔여행이었던 것이다. 지상에 있는 호텔보다 더 많은 즐길거리, 먹을거리가 있으니 그들에게 크루즈 여행은 이보다 더 좋은 것은 없는 여행이다. 더욱이 짧으면 하루, 길면 사흘만에 다른 나라 기항지에 내려 지상 관광을 할 수 있으니 크루즈 여행 비즈니스는 안 될래야 안 될 수 없는 인식의 출발점부터가 다른 셈이다.

국내 여행사를 비롯, 크루즈 전문 업체들은 온갖 악재속에서도 국내 아웃바운드 크루즈 인구 확산을 위해 노력중이다. 그들의 노력덕에 한국 시장에 관심을 갖고 입항하는 해외 유명 크루즈 브랜드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크루즈 여행의 매력을 알리는 방법은 수년째 같은 방식으로 정체돼 있다.

<24시간 언제든지 먹을 수 있다. 짐을 풀지 않고 기항지에 내려 관광 할 수 있다. 지루할 틈이 없게 밤마다 공연이 이어지고 재미있다. 한국인을 위한 한식도 있다> 이런 것들이 전부다. 크루즈를 호텔로 인식했다면 도저히 나올 수 없는 홍보 방식이다.

어찌됐든 우리나라는 크루즈 후발주자며 배에 대한 ‘민족적 DNA’로 인해 막연한 두려움과 거부감이 존재해 있다. 다행히 세상이 바뀌고 기술이 좋아져 이제 그 쓸데없는 ‘인식의 DNA’는 사라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는 크루즈 선진국, 선진업체에서 생각하는 그대로 크루즈는 더 이상 배가 아닌 호텔로 인식해야한다. 업자들부터 그렇게 바뀌어야만 홍보 방식이 달라질 것이며 학수고대하던 크루즈 여행이 ‘대박’나는 시대가 올 것이다.

크루즈는 분명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A380 항공기 4대 수준의 인원을 한 번에 송출할 수 있는 부가가치면에서는 최고의 상품이며 아웃바운드 산업 발전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놓칠 수 없는 분야다.

그러기에 무엇보다 인식의 변화가 급선무다.

이정민 기자  ljm@travel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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