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진지하게 고민해 볼 시점이 왔다. 여행박람회 통합론이다.
이미 관련 협회에서는 여행박람회를 통합하는 문제에 대해 의사 타진 절차까지 진행된 바 있다.

우리는 올해 특이한 현상을 목격했다. 우연의 일치처럼 하나투어여행박람회와 코트파 한국국제관광전이 같은 기간에 열림은 물론 ‘KOREA MICE EXPO’ 역시 6월 9일 열렸다.

사실 박람회 개최이전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취재를 해야 하는 입장에서도 예년에 가졌던 기대보다는 짜증스러움이 먼저였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본격적인 박람회 통합을 위한 실무진 구성에 착수해도 되겠다는 흥분된 마음이 든다.

이유는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이유이자 근거는 우리 업계의 성숙함이다.

관람객수가 얼마인지, 박람회를 통한 주최측의 수익은 어떤한 지 아직 공식적인 발표가 나지는 않았지만 한날 한시에 열렸음에도 불구하고 박람회 자체를 즐기고자 하는 이들의 표현과 표정들이 그 어느 해 박람회보다 컸기 때문이다.

하나투어의 경우 그 크기만큼 세련되게 잘 치렀으며 코트파 한국국제관광전 역시 강점으로 꼽혀왔던 주요국 대사와 관계자들이 대부분 참여해 각각의 장점을 살리며 마무리됐다.
 
양측 행사를 모두 둘러본 이들도 예상외로 많았으며 각각의 행사장 표정을 SNS를 통해 재미있게 알리는 이들도 많았다. 같은 기간에 열려 한쪽으로 쏠릴 것이라는 우려와는 달리 이 모두를 즐기고자 하는 이들이 더 많았던 것이다.

박람회 개최 이전 한결같이 우려의 목소리를 냈던 것과는 달리 예상 외의 성과를 거둔 셈이다.

주의 깊게 살펴봐야할 대목도 있다.
하나투어 박상환 회장은 개막식 인사를 통해 “전시자와 방문자의 소통과 교류의 장”을 언급했다. 단순히 방문객 수를 통한 수익 확보가 아닌 전시자들의 교류와 소통을 강조한 것이다.

한국의 여행시장이 커지면서 이제는 성수기가 따로 없을 만큼 1년 내내 어느 산업분야 보다도 바쁘게 돌아가는 현실에서 이같은 기회에 한 자리에서 관계자들을 만나고 안부를 묻고 정보를 나누는 것이야말로 박람회의 또 다른 유익이다. 박람회는 그런 역할에서도 매우 중요한 행사인 것을 자인한 것이다. 

물론 넘어야 할 장벽과 당면과제는 산적해 있다.
하지만 백방으로 생각해봐도 주최측이나 참가자, 방문자, 유관 협회, 정부 유관기관 모두에게 좋으면 좋았지 결코 ‘해’될 것은 아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을 대표할만한 박람회 하나쯤은 있어야 할 시점이 왔다는 점에서도 ‘박람회 통합론’은 더 힘을 받아야 한다.

여건도 좋아졌다. 정부의 초대 관광정책실장에 우리 사람이 앉게 됐으니 이보다 더 좋은 호기는 없는 셈이다. 정부도 돕고 업체도 돕고 가능하다면 연구기관도 돕고 나설 수 있는 사람은 모두 나서 통합론에 대한 각각의 생각을 먼저 털어내 보자.

분명 ‘박람회 통합론’은 허구가 아닌 실현 가능한 일일 것이다.

이정민 기자  ljm@traveldaily.co.kr

<저작권자 © 트래블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