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시작 후 요리하는 화면과 함께 마스네가 작곡한 오페라 타이스 중 명상곡이 피아노 연주로 잔잔하지만 너무나 아름답게 다가온다. 피아노여서 그런지 더 명쾌하고 영화에서 나올 음식의 조화처럼 단아하고 조화롭게 울려 퍼진다.  

미식계의 나폴레옹으로 불리는 남자 주인공 도댕과 큰 재능을 지닌 여자 주인공인 최고 요리사 외제니의 스토리를 묘사한 2023년 11월 개봉한 영화이다. 2023년 프랑스 칸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하였다.

우리나라에서 관객 수는 4200명 정도로 큰 흥행은 아니다. 그러나 음식과 와인에 진심인 사람들에게는 좋은 영화이다. 재미있는 것은 영화에 트란 안 훙 감독과의 친분으로 프랑스 요리사로 세계적인 명성을 갖고 요리계의 피카소로 불리는 피에르 가니에르가 극 중 유라시아 왕자의 요리사역으로 출연하였다.

이 영화에서는 프랑스 사람들의 요리와 와인에 대한 진심을 볼 수 있다. 요리를 만들고 맛을 음미할 때 매칭되는 중요한 와인들이 소개된다. 먼저 도댕이 친구들과 식사할 때 언급되었던 와인은 플리니 몽라쉐, 클로드 부조이다. 끌로드부조는 영화 바베트의만찬에서도 소개되었던 와인이다.

플리니 몽라쉐(Puligny-Montrachet)는 서서히 강하게 다가오는 산도와 균형 잡힌 구조감 그리고 깊은 여운이 오크향과 함께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부르고뉴 샤르도네 품종으로 만드는 최고의 와인이다. 힘있고 섬세한 화이트와인으로 기품, 화려함을 두루 갖춘 장엄한 와인으로 평가된다. 견과류, 꿀향, 꽃향기 등의 복합적 와인이다. 장기 보관도 가능한 화이트 와인이다. 

끌로드부죠(Clos de Vougeot)는 본 로마네와 함께 부르고뉴지방 꼬드 드 뉘에서 가장 뛰어난 산지로 꼽힌다. 라즈베리, 장미꽃, 광물향, 부드러운 산도, 생동감 있는 붉은 베리류의 과일향이 압건이며 조화를 이룬다. 미네랄 터치의 여운이 좋다. 샹볼뮈지니, 에세조와 밭이 인접해 있다. 
그리고 프랑스 혁명 이후 소유권이 분할되어 현재 80명 이상의 소유주가 있다. 80종류의 다른 레이블로 끌로드 부조가 생산된다는 의미이다. 생산량은 2000병 가량 생산된다. 가장 좋은 구획에는 100년 이상 올드바인이 식재되어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 최고의 피노누아로 평가된다. 샤또는 1890년에 지어졌다. 

지인과 이 와인을 시음하면서 최고의 피노누아임을 공유했던 것이 기억난다. 끌로는 담장의 의미로 미사를 위해 수도사들에 의해 개간해 일구었던 800년 전통의 이 와인은 국보급 와인으로 칭송되기도 한다. 프랑스 사람들은 끌로 드 부죠 와인 한병을 가지고 있다면 국보급 문화재를 소유한 것처럼 생각한다고 한다. 힘있고 풍부하며 균형감과 섬세함을 갖춘 최고의 와인이다.  

그리고 외국왕자의 초대를 받아 8시간 식사를 할 때 시음할 것으로 소개되었던 피노누아로 만든 샴페인 끌로당보에,  샤토그리에, 샤토네프뒤파프 등이 소개되었다. 

샤토그리에(Chateau Grillet)는 프랑스 북부 론지역 꽁드리우(Condrieu)의 가파른 지역의 비오니에 품종으로 만든 와인이다. 포도밭이 론강에 인접해 있고 게단형으로 심어져 있어서 햇볕을 잘 받을 수 있다. 1830년에 네이레 가셰 가문이 설립하였다. 2011년에 구찌, 보데가, 발렌시아 등 럭셔리 브랜드를 소유한 케링그룹의 창업자 프랑수와 피노가 인수하였다. 특히 2019년 이후 한국인 여성 와인메이커 추재옥 총책임자가 관리하고 있어서 의미가 더하다.

로마시대부터 포도가 심어져 온 이곳은 까다로운 비오니에를 제시기에 수확해야 하며 최고의 포도재배 환경인 테루아를 갖추고 있다는 평가이다. 그리고 빈티지에 맞는 와인의 특성의 와인을 표출하고 있다고 한다. 와인은 빈티지에 따라 다르지만 핵과류, 쌉사름한 산도가 느껴진다는 평가이다. 연간 7-8천병 정도만 생산된다. 가격은 한국에서 소비자가격이 상대적으로 높다. 멜론, 쟈스민, 복숭아, 살구, 꿀, 구운 아몬드향, 제비꽃, 미네랄향, 복합적, 풀바디한 와인으로 평가된다. 

영화에서 도댕과 결혼을 발표한 후 외지니가 갑작스럽게 그녀의 말처럼 화려하고 뜨거운 여름 잠자다 하늘나라로 가게 된다. 슬픔 가운데 도댕은 앞으로 요리전문가로 키울 재능있는 소녀 폴린에게 음식을 알려주게 된다. 요리를 시식할 때 맛의 깊이와 완성도를 높여준 와인으로 소개된 샹볼뮈지니(Chambolle-Musgngy)가 나온다. 샹볼뮈지니는 도댕이 고상함이 있고 순결하고 여운이 긴 와인으로 설명한다. 향이 좋다고도 말한다. 이렇듯 브르고뉴 와인은 영화속에서 가장 이상적이고 최고의 와인으로 등장한다. 대부분 피노누아(Pinot noir)품종으로 완성도가 높은 품종의 와인들이다. 

꼬트 드 뉘 지역에 위치해 있고 부르고뉴에서도 가장 유명하고 고급스러운 와인을 생산하는 지역 중 하나로 평가된다. Chambolle-Musigny는 석회암 토양으로 포도에 미네랄리티와 우아함을 부여한다. 석회암이 토양 위에 위치해 와인이 복합적이다. 

대륙성기후 지대로 여름을 따뜻하고 건조하다. 겨울은 습하고 춥다. 일교차로 포도의 산도와 당도가 균형을 이룬다. 체리, 라즈베리, 바이올렛 등 스파이시 하다. 긴 여운으로 좋은 와인의 특징을 더한다. 샹볼뮈지니는 부르고뉴 꼬드드뉘 지역에서 가장 완벽한 구조를 지닌 힘세고 우아하며 섬세하며 복잡미묘한 와인으로 평가된다.

샹볼뮈지니를 방문하면 읍단위 같은 상대적으로 작은 마을이다. 해발고도 250-300m로 다른 밭보다 조금 높은 편이다. 기온도 더 서늘하다. 바위나 자갈도 많아 배수도 잘된다. 포도밭 면적은 나폴레옹이 애호한 주브레샹베르탕 보다 작은 1/2로 150ha 정도이다. 생산자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보통은 여성적이라는 평가지만 본로마네 보다도 탄닌이 좋고 단단하기도 하다는 평가를 갖는다. 

이 영화의 원제는 La passion de Dedin Bouffant(도댕 부팡의 열정)이다. 음식과 요리에 대한 열정과 진심이 느껴지는 영화이다. 우리의 인생도 하고자 하는 일,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열정이 없으면 어렵다. 열정은 관심과 사랑이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과 관심 있는 일에 대한 열정이 필요하다. 주인공 도댕은 고집스럽게도 보인다. 그러나 그러한 고집스러운 열정이 지금의 미식의 나라 프랑스의 문화를 만드는데 기여한 원동력의 하나로 보면 될 것이다. 열정은 아름답다.

프랑스에서는 24회 파리올림픽이 열리고 있다. 파리의 세느강, 에펠탑, 튈뤼리 정원, 루브르박물관 유리 피라미드를 무대로 개막식을 열고 프랑스의 최고의 국민가수 에디프피아프의 사랑의 찬가를 세계 3대 디바인 셀린디옹을 통해 부르며 그들의 문화와 역사를 고집하는 프랑스인들이 왠지 멋지게 보이는 것도 같은 맥략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고종원  webmaster@travel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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