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온천관광과 Disease-X

원제: 현재는 기억이 허용된 과거, 온천관광과 Disease-X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동안 한국을 찾은 외국 관광객은 770만 명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74%가 늘었고 이 중 6월 방문객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도 6월 대비 96%까지 회복되었다고 한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2027년에는 외국인 관광객 3천만 명, 관광 수입 300억 달성을 목표로 관광 활성화 방안을 마련했으며 GDP의 3% 수준인 관광 분야 소비를 촉진시키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과연 코로나19 이후에 우리 관광업계는 활력을 되찾고 있는 것인가? 아직 확신하기는 어렵다.
기후 변화 등으로 인해 감염병 출현 주기는 더욱 잦아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며 이는 관광 분야에서 지속적 위협으로 작용할 것이다. 당장 올여름에도 코로나19 변이가 재유행되어 질병관리청에서는 마스크 착용 등 예방수칙 준수를 권고하고 치료제 확보와 예방접종 실시 등 다양한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바야흐로 질병의 위협으로부터 한시라도 자유로울 수 없는 삶이 오히려 일상이 된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여름 코로나 변이의 재유행으로 인해 지난 2020년의 기억들이 한꺼번에 소환되기도 했었다. 코로나 PCR 검사를 받은 후에 음성 통보를 받고 나서 느꼈던 터질 듯한 기쁨은 잊을 수 없는 좋은 기억이다.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있다는 그 아름다움과 거리를 자유롭게 활보할 수 있는 그 자유가 작은 희망이었던 시절이었다.

일주일 넘게 수용소에서처럼 격리되었던 나쁜 기억도 떠오른다. 현대사회에서 오만하기 그지없는 인간에게 건강은 하나의 권리가 되었고 질병은 신속히 고쳐야만 하는 부당함이 되었다. 감염병으로 인한 질병이나 죽음 같이 지독한 것은 일단 눈에 보이지 않아야 속이 편한 것이다. 하지만 눈 감고 잊어버린다고 해서 근본적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인간은 여전히 생로병사의 커다란 굴레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한 채 살고 있는 가엾은 존재에 불과하다. 살아있는 인간에게 질병은 피할 수 없는 거대한 숙명이다. 우리가 코로나 시대의 기억을 의도적으로 잊는다고 해서 이제 곧 도래할 신종감염병과의 조우를 피할 수 없는 것이다.

가까운 시일 내 Disease-X의 출현이 확실한 사회에서 감염병 대응과 관광산업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좋은 방법이 없을까? 현재는 기억이 허용된 과거이며 이제 곧 다가올 미래의 전조라고 정의한다면 지난 2020년의 경험을 되살려 대안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19 발생 초기 확진자 급증에 따른 병상 부족으로 집에서 대기 중에 숨지는 환자가 발생하는 등 의료체계가 마비된 적이 있었다.

결국 각 지자체와 지역마다 생활치료센터를 만들어서 경증 환자를 수용한 적이 있었다. 이후 정부는 신종감염병 출현에 대비하기 위해 권역별 감염병 전문병원을 구축하고 음압 병상, 방역호텔 등 의료대응인프라 확충을 계획했지만 예산 부족으로 전혀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우리는 과거를 너무 쉽게 잊고 있으며 불편한 기억은 감추려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미래를 준비하지 않으면 의료체계가 붕괴 직전까지 갔던 그 혼란은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다. 새삼 경증 환자를 수용할 시설을 구하기 위해 전전긍긍하던 2020년의 불편한 기억이 다시 떠오르기 시작하며 우울해진다. Disease-X의 출현으로 집단 감염 발생시 환자를 격리하고 치료할 수 있는 격리시설을 확보하는 일은 국가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조금은 엉뚱한 생각일 수 있지만 코로나 이후 새로운 떠오르고 있는 웰니스 관광과 방역을 연계하면 어떨까?생각해 본다.
실제로 2019년도부터는 병원에서도 치료 목적으로 온천수 사용을 가능케 해서 온천과 연계한 웰니스 관광이 추진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전국 441개 온천과 협력해서 평상시에는 웰니스 관광상품으로 이용하고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는 방역호텔이나 생활치료센터로 활용하면 괜찮겠다는 생각이다.

예를 들어 감염병 위기 발생시 격리시설로 적극 활용하는 것을 전제로 방역개념에 맞게 일정 부분 시설을 개보수한 온천에 대해서는 예산과 세제 지원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한편 의료관광 육성과 온천업계의 참여 유도를 위해 온천수를 이용한 치료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독일, 프랑스, 체코 등 유럽 국가에서는 온천수를 사용한 의료관광 프로그램이 이미 활성화되어 있으며 의료보험도 적용되고 있다. 이제 대한민국도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천연자원인 온천수를 활용하여 사전예방적 건강정책을 펼쳐 나가야 할 시점이다.

사실 한 개인의 삶에 있어서 국가와 역사는 거의 의미가 없다. 인간은 저마다 그저 하루하루 행복하거나 불행하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감염병 대응 등 국민의 건강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국가의 역할이 긴요하다. 또한 현재가 기억이 허용된 과거일 뿐이라면 코로나 시대의 슬픔을 망각하고 정작 써야 할 곳에 예산을 아끼는 안타까운 역사가 반복되어도 안 될 것이다.

◆박종하 경북권 질병대응센터장
-질병관리청 검역정책과장
-프랑스 그르노블2대학 석사(DESS, 보건경제학)
-질병관리청 운영지원과장
-보건복지부 한의약산업과장, 사회보장조정과장

박종하 경북권 질병대응센터장 flukepark@daum.net

트윗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