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가는 일, 또는 여행을 하는 일은 시간을 보내는 일이다. 때론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일이다.

여행과 시간의 명제는 분리 생각 할 수 없다. 당장 떠오르는 것만 해도 ‘시차 적응’ 이라는 것이 있다. 이 뿐인가 “시간 없어 여행 못간다” “여행갈 시간 없다“는 식의 표현이 일반적이다.

시간은 여행이며 역사다. 흔히 우리 인생을 하나의 긴 여행으로 비교하는 이들도 많지 않나.

역사적 사실을 따라 시간 여행을 잠시 떠나보자. 특히 올해 2017년은 전 세계 곳곳에서 의미있는 역사적 사건들이 많다.

독일 마틴 루터의 종교개혁 500주년을 비롯해 캐나다 건국 150주년, 핀란드 독립 100주년이 올해다.

이중 마틴 루터의 종교개혁은 절묘한 시간의 극치다. 많은 이들이 그리고 역사학자들은 “역사에 만약은 없다”고 한다. 하지만 역사적 사실에 있어 시간의 배열은 있다.

종교 개혁의 주인공 마틴 루터의 95개조 반박문이 그렇다. 당시 마틴 루터가 써내려간 95개조 반박문이 온 세상에 알려질 수 있었던 것은 1517년 보다 72년 전인 1445년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를 발명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95개조 반박문이 빠른 시간 내 세상에 알려지는 결정적 계기는 바로 구텐베르크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핀란드로 가보자.
1905년 러일전쟁에서 러시아가 일본에 패하고 제1차 세계대전과 러시아 혁명이 발발하자 핀란드 독립의 토대가 마련됐으며 1917년 12월 독립이 선포된다. 러시아가 일본에 패하지 않았으면 오늘의 핀란드는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캐나다로 건너가 보자.
프랑스와의 식민지 쟁탈전에서 영국이 졌다면 지금 캐나다의 주사용 언어는 프랑스어였을 것이며 이후 상황 역시 지금과는 판이하게 달랐을 것이다. 물론 지금도 캐나다 일부 주에서는 프랑스어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말이다.

동쪽 끝, 서쪽 끝 대륙에서 벌어진 역사. 그리고 이에 따른 시간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올해다.

이미 해당 국가에서는 2017년 자국의 의미있는 역사를 여행과 연결시켜 다양한 행사들을 진행하고 있으며 계획중이다. 알고가면 더 재미있고 모르고 간다한들 어떤가.
시간의 절묘함이 만들어 낸 역사. 역사를 ‘여행 콘텐츠’로 승화 시키는 이들 국가들이 한 없이 부럽다.

반추하면 우리 것은 한없이 초라하고 부끄럽다.

아직까지 독립일이 언제인지, 건국일이 언제인지 이념 논쟁만 이어가고 있다. 이미 명확한 역사적 사실이 있음에도 정치적 고려와 정치 세력 확보만을 생각하며 ‘시간의 절묘함’을 스스로 거스르고 있다.

한국 관광을 성장 시키고 있는 ‘한류’는 트렌드다. 트렌드는 금방 무너질 수 있으며 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신(神)이 허락한 ‘시간의 절묘함’은 바로 역사며 역사가 탄탄하면 절대 무너지지 않을뿐더러 100년, 150년, 500년이라는 세월이 흘러도 더욱 막강한 ‘여행 콘텐츠’가 된다.

독일 마틴 루터 종교개혁, 핀란드와 캐나다의 독립, 건국일 등이 아주 단편적으로 이를 증명해주고 있다.

100년 뒤, 2117년 한국 인바운드의 콘텐츠는 무엇일까? 그때도 ‘한류’일까?

이정민 기자  ljm@travel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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