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광객이 빠진 제주도에 국내 관광객이 자리를 채운다는 소식이다. 반가운 소리다.
인바운드의 근간은 국내관광에 있다. 특히 좁은 땅덩어리, 높은 인구 밀도에서는 더욱 절실한 행동방식이다.

우리가 가면 외래객도 간다. 성공적 안착을 한 국내 유명 축제 또는 명소 역시 우리 국민들이 먼저 찾은 곳이다.

강원도에서 매년 겨울 열리는 산천어축제, 충청도의 머드축제 등이 그러하며 서울의 홍대인근, 북촌, 경리단길이 그렇다. 강남은 말할 것도 없다. 우리가 모이면 그들도 모이고 우리가 가면 그들도 온다. 보기 좋고, 느낌 좋고, 놀기도 좋은 곳은 동양과 서양을 구분하지 않으며 습성과 이념 역시 따지지 않는다. 결국 인간이 느끼는 감성은 거기서 거기라는 뜻이다.

제주도를 찾는 국내 관광객들은 분명 중국인들보다 많은 소비를 하지 않을 것이다. 지역 경제 반등에는 다소 아쉬움이 있지만 제주 관광의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 수 있는 기회다.
그동안 다소 혼탁해진 제주 관광을 이번 기회에 우리국민의 감각으로 재정비 하고 새로운 명소를 만들어 내고 새로운 먹거리들을 찾아내면 된다.

이는 제주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다.
서울도 마찬가지다. 중국에 치우친 인바운드 체제를 ‘시장 다변화’라는 명목으로 바꾸려고 하지만 시장 다변화 이전에 우리 국민들이 놀 수 있는 공간과 자리를 먼저 만들어내야 시장 다변화도 가능하며 성공할 수 있다.

아웃바운드를 비교해 보면 이 논리는 더욱 확증적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세계 곳곳의 명소는 결코 그곳을 찾는 외래객들로부터 다져지지 않았으며 알려지지 않았다. 자국인들이 만든 곳이며 자국인들이 가꿔온 곳이다. 그리고 우리가 찾아간 것이다. 외래객을 위한 약간의 편의 시설, 서비스라는 양념만 더해주면 되는 것이다.

민간은 스스로 잘 찾아간다.
중요한 것은 정부다. 정부의 이번 리스크에 대한 대책이 단순히 재정적 지원만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관습처럼 굳어져온 인바운드 시스템, 체계, 운용 방식을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며 바꿔야 한다.

단체와 개별관광객을 구분치 말고 제대로 된 하드웨어를 다시 구축해야 한다. 소프트웨어는 각 관련 기업에서 알아서 잘한다. 유망주인 스타트업도 놀랄만한 아이디어로 승부수를 던지고 있으며 의욕도 넘친다.

위기는 기회가 맞다. 하지만 지금은 기회가 아니다. ‘기회’라는 인식은 매우 불완전한 인식이다. 지금은 ‘내부 수리중’ 이라는 말이 어울리겠다.

이정민 기자  ljm@travel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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