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의 군도국가로 1만 7500여 개의 크고 작은 섬들이 적도를 끼고 동-서로 인도양과 태평양 사이에 걸쳐 5100km의 달하는 면적에 흩어져 있다. 전체 면적은 세계 15위, 한반도 면적의 9배에 달한다.

중국, 인도, 미국에 이어 세계 4대 인구 대국으로 인구는 약 2억 5300만 명(2016년)이며 무려 인구의 87%가 이슬람교를 믿는 무슬림인, 세계 최대 무슬림 국가다. 인도네시아는 이슬람교를 믿는 무슬림들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이지만, 이슬람 국가는 아니다.
이슬람 국가라 하면 이슬람의 질서에 의해 통치되는 국가를 말한니다. 하지만 무슬림이 많다고 해서 모두 이슬람 국가는 아니다.

이웃 나라인 말레이시아(국민의 약 55%가 무슬림)나 브루나이(약 65%가 무슬림)보다 무슬림이 많은 반면, 인도네시아에서는 이들 나라처럼 이슬람 교가 국민들의 구심점 역할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흔히 이슬람 국가를 표방하는 나라는 ‘국교’가 이슬람으로서 ‘신정체제’의 질서가 유지되고 있다거나 율법인 ‘샤리아’에 따른 재판소가 설치돼 있다. 브루나이에서는 샤리아와 헌법이 동등한 위계를 갖기도 하는데 브루나이에도 천주교 성당, 교회이 존재는 하지만 포교활동은 엄격히 금지돼 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는 무슬림이 많지만 이슬람교가 국교가 아닌, 종교의 자유를 형식적 수준이 아닌 완전히 보장하고 존중하는 나라다. 물론 이슬람 교가 국교도 아니다.

수도 자카르타에 가면 이슬람 사원과, 성당이 마주보고 지어져 있다. 주차장은 같이 사용한다. 이처럼 타 종교가 완전히 공존할 수 있는 곳은 인도네시아가 거의 유일하지 않나 싶을 정도로 정서적으로도 편견이나 배타심을 느낄 수 없다.

인도네시아에는 약 300개의 부족이 살고 있으며 언어는 600종류에 달하는 다민족, 다언어, 다종교 국가지만 동남아시아 국가 중 인도와 함께 가장 민주주의가 발전한 나라다.

이처럼 상상하기조차 힘든 다양성을 품은 대국에서 국민통합이 나름 안정적으로 실현되고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인도네시아의 핵심가치이자 금과옥조 처럼 지켜지는 이념인 빤짜실라에서 찾아본다.

가슴에 방패를 달고 발톱으로 글자가 새겨진 두루마리를 쥐고 있는 무서운 얼굴의 독수리 같은 새의 모습을 한 인도네시아의 국장, 이것을 '빤짜실라'라 부른다. 빤짜실라의 새는 인도신화에 등장하는 '가루다'라는 신조(神鳥)로 인간의 몸체에 독수리의 머리와 부리, 날개, 다리, 발톱을 갖고 있는 모습으로 묘사된다.

국장의 하단에 가루다가 발톱에 붙잡고 있는 두루마리에는 인도네시아의 나라 표어인 다양성 속의 통일(Bhinneka Tunggal Ika)이 쓰여있다.

가루라(迦樓羅) 또는 금시조(金翅鳥)로도 불린다. 가루다는 가장 위대한 새이며 신들과 싸울 때 거의 호각을 이루었기 때문에 신들의 호감을 얻게 되었다.

인도네시아 독립실행 연구위원회(BPUPKI)는 다가오는 독립을 앞두고 독립의 정당성과 신생정부의 기본 골격을 준비하던 중 수카르노(Sukarno)는 연설 중에 ‘절대자 하나님에 대한 신앙’과 ‘민족주의’ ‘인도주의’ ‘대중합의체 민주주의’ 그리고 ‘사회정의’ 이 다섯가지 원리를 제안한다.
수카르노는 이 다섯가지 원리를 아우르는 명칭을 인도네시아 언어학자의 도움을 받아 ‘빤짜실라(Pancasila)’라 짓고 6월 1일 공표한다.
인도네시아어로 실라(Sila)라는 기초 혹은 근본, 빤짜(Panca)는 다섯이라는 뜻이다.

이 원리의 산파역할을 한 수카르노가 초대 대통령으로 취임하면서 이 이념은 국가설립의 기초로 뿌리를 내렸으며 그 이후 반세기동안 인도네시아의 통치철학이 된다. 이 원리가 강력한 민족이념이 된 이유는 빤짜실라가 인도네시아라는 대국을 운영하는데 가장 시급하고도 절실한 철학을 모두 담고 있기 때문이다.

각기 다른 인종, 언어, 생활양식을 가진 약 1만 7500개의 섬들이 600년 동안 서서히 한 나라의 울타리로 들어오면서 설립된 나라가 인도네시아기 때문이다.

이 다양함을 군사, 외교력과 같은 하드파워(hard power)로 이끌 수 없다는 것을 수카르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따라서 그는 각 민족의 정서와 문화를 존중하는 포용주의 통치원리를 국가운영과 통치의 핵심이념으로 삼아 스마트 파워(smart power)를 발휘한 것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 정신을 더욱 곤고히 하기위해 내년부터 ‘빤짜실라의 날’(Hari Lahir Pancasila)인 6월 1일을 법정공휴일로 확정했다. 2017년부터 빤짜실라의 날이 공휴일이 됨에 따라 내년 총 휴무일은 공휴일 16일과 대체휴일 4일을 합해 20일이 된다.

글/ 박재아 인도네시아 관광청 서울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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