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소고택 곰삭은 마법의 공간 비나리

생각만 해도 좋은 설레는 마음의 피난처가 있다면 그곳은 아마 청송 송소고택이다. 당신에게는 그런 공간이 있나요? 청송 여행에서 찾은 마법 같은 공간은 조선시대  건축된 99칸 고택 중 현존하는 전국 3곳 중 하나인 송소고택으로 청송군 파천면에 있다.

▲청송 덕천마을 만석지기 산책로가 아름답게 펼쳐진다. 청송심 씨 본향이자 집성촌인 덕천마을은 조선시대 만석꾼 집 99칸 송소고택과 송정고택 등 전통한옥이 잘 보존되어 한옥 숙박체험을 할 수 있는 곳으로 고즈넉한 시골 풍경이 반기는 곳이다.

‘송소고택’이란 송소 심호택이 지은 99칸 집이란 뜻이다. 송소 심호택이 만든 자신의 세계를 고택을 걸으며 담아낸다. 그것은 조선시대 만석꾼 집안의 흔적이다.

곰삭은 청송 송소고택만의 비나리다. 비나리는 순우리말로 '축복'이라는 뜻이다. 전통적이고 독창적인 고택을 둘러보며 마음을 빼앗긴다. 그 시절에는 당연하게 여겼던 것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유산으로 사로잡는다.

▲청송 덕천마을 큰내 이야기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이곳은 요골 등천이다. 요골 등천은 산에서 내려오는 물줄기가 윗말과 아랫 말의 경계를 이룬다. 확성기가 없던 시절 목청 좋은 사람은 바로 이곳에서 큰 목소리로 마을 소식을 알렸다. 명절 때 윗말과 아랫 말이 패를 나눠 줄다리기를 할 때도 이곳을 경계로 힘을 겨뤘다.

고택은 기존 여행의 틀에서 벗어나 휴식과 전통, 자연문화를 들여다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여행 그 이상의 것을 선물하는 송소고택이다. 쉼표와 느낌표가 연이어 따라붙는 감흥을 일으킨다.

청송 송소고택의 시간은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은 무엇인가? 그들이 사는 마음은 무엇일까? 자꾸 들여다본다. 사람다운 삶은 사람답게 살려고 노력하며 그에 따르는 무거운 대가를 감당하는 것이다. 아주 과학적으로 세워진 99칸의 집을 가졌다 해도 포근한 가정은 필요하다.

▲청송 덕천마을에는 거대 댁의 청송장 가는 이야기 길도 있다. "고추농사를 지어 50근을 머리에 이고 청송장에 팔러 갔어요. 그런데 아무리 힘들어도 고추 자루를 머리에서 내려놓고 쉴 수가 없는 거야. 일단 머리에서 내려놓으면 다시 머리에 일 수가 없었거든."

큰내로 넓게 이어진 청송 덕천마을 고샅부터 마음이 푸근해진다. 동화책 그림처럼 조선으로의 여행이다. 모두를 위한 공간, 요즘 정주공간은 집값이 올라야 좋은 곳이다. 그러나 그런 세상의 시선에서 한참을 비켜간 이곳 송소고택에서 집이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청송 덕천마을 송소고택의 전경이다. 대문간 곁에 있는 문간채로 행랑채이다. 이 집은 조선 영조 때 만석의 부를 누린 심처대의 7세손 송소 심호택이 호박골에서 조상의 본거지인 덕천마을로 옮겨오면서 지은 99칸 저택으로 조선 고종 17년인 1880년경에 지었다.

송소고택은 강릉의 선교장이나 충남의 명재고택, 보은 선병국 가옥과 더불어 풍수로는 이름난 옛집이다. 지난 2007년 국가 지정 중요민속자료 제250호로 지정되었다. 더구나 2011년에는 '한국관광의 별'로 선정이 되었다.

영남의 부자는 크게 경주 최부자와 청송 심 씨로 나눈다. 이중 송소고택은 조선 영조 때의 만석지기 재력가였던 청송 심 씨인 심처대의 7대손인 송소 심호택이 청송 심 씨 조상의 본거지인 덕천마을로 옮겨오면서 지은 저택이다.

▲청송 덕천마을 송소고택의 솟을대문이다. 솟을대문 위에 홍살이 있어 액을 막아주고 복을 부르는 역할을 한다.

조선 고종 17년인 1880년경에 건립된 고택으로 약 8520㎡, 2500평 넓이에 7동 99칸의 크기로 영남 북부에서는 최고 규모를 자랑한다.

송소고택은 입구가 솟을대문이다. 하늘 높이 올라가 있다. 또한 솟을대문 위에 홍살이 있어 복을 부르고 악귀를 쫓고자 하였다.

문을 통해 집안을 둘러보면 큰 사랑채가 나온다. 사랑채는 정면 5칸, 측면 2칸의 팔작지붕으로 이루어져 있고 안채와 사랑채가 특이하게도 'ㅁ'자 형태의 평면 구성으로 이루어져 각각의 독립적인 생활공간이 만들어져 있다.

▲청송 덕천마을 송소고택 큰 사랑채이다. 큰 사랑채는 정면 5칸, 측면 2칸의 팔작지붕집으로 99칸 집답게 위풍당당하다.

이외에도 마당 한가운데 내외담이라고 해서 'ㄱ'자 모양의 담이 있다. 이는 안채를 드나드는 여인들과 사랑채의 남정네들과의 구분을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또한 담벼락에도 작은 구멍을 뚫어 안식구들이 바깥을 볼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송소고택에는 사가가 지을 수 있는 범위인 99칸의 대저택을 지으면서 만들어놓은 다양한 조선시대 건축의 묘미가 잘 담겨 있다.

송소고택은 비록 지금은 사람들 발길이 뜸한 옛집으로 남았지만 한때 의친왕, 조병옥 박사, 이범석 장군 등 이름난 역사 속 인물들이 머무르던 곳이다.

겨울 햇살에 소슬한 바람이 그리워 뒷마당으로 걸음을 옮긴다. 겨울에도 푸른 대나무 잎이 서걱 서걱이며 소리를 낸다.

나는 어느 곳이든 잠시 머물렀다 떠나버린다. 도시의 유목민이다. 결혼하고 3번의 이사를 했다. 살 부딪히며 살아가는 정주공간이 갖고 있는 의미를 새삼 99칸 송소고택에서 찾는다.

지난 시간과 삶을 돌아보는 이 여유의 공간에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깨닫는다. 행복한 순간을 헤아리며 정리하는 집이 있다는 것은 소중한 것들을 발견할 수 있는 기쁨이다.

▲청송 덕천마을 송소고택 작은 사랑채이다. 큰 사랑채에 이어 작은 사랑채를 둔 것은 조선시대 집안의 남자들이 거주하던 생활공간으로 학문을 연마하는 서재인 동시에 손님을 접대하는 등 다양한 사회문화적 교류가 이루어지던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청송 덕천마을 송소고택 별채이다. 별채는 여러 가지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진 특수한 공간이다. 손님이 많은 집에서 손님을 치르기 위해 지을 수도 있고, 첩을 두기 위해 지을 수도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별채는 대부분 감추어진 공간에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다. 사랑채의 공식적인 이미지와는 대조되는 편한 공간인 것이다.

행복이 가득한 집, 99칸 송소고택에서 그때는 아무도 몰랐지만 돌이켜보면 한 알의 씨앗을 담고 있었음을 마법 같은 공간에서 깨닫는다. 바람자고 구름 쉬는 곳 하룻밤 묵고 싶은 곳, 청송 덕천마을 송소고택이다. 

▲청송 덕천마을 송소고택에는 총 9개의 마당이 있어, 각각의 생활공간이 독립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Tip
경상북도 청송 송소고택 찾아가는 길 주소: 경상북도 청송군 파천면 송소고택길 15-2
전화: 054-874-6556
영업시간: 체크인 오후 2시부터 체크아웃 익일 12시까지

엄금희 기자  ekh@traveldaily.co.kr

<저작권자 © 트래블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