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세월호 사고 2주기를 맞았다.

끔찍했던 그날의 기억 외에 또 다른 끔찍함을 맛봐야만 했던 당시의 취재 현장.

사고 발생 직후 정부의 수학여행 전면 금지 조치에 분통을 터트리는 일부 여행사에서는 인간의 존엄성이라고는 손톱만큼도 찾아 볼 수 없는 현장이었다.

분명 취재 현장이었지만 그 곳만은 악마와 마주한 공간일 뿐이었다.
 
그들의 흥분 이유는 소위 “장사 어떻게 하냐”라는 것이다.
먹고 사는 일을 정부의 일방적인 금지 조치로 못하게 됐으니 ‘발악’하는 이유는 알 수 있으나 백번 넘게 생각해봐도 이해되지 않는 언행이었다.

그나마 이 정도는 양반 수준이다.

나이 지긋한 여행사 관계자는 서해 바다에서 건져 올린 물고기 맛이 좋을 거란다. 이유는 설명하고 싶지 않다.

악마의 탈을 쓴 그들의 언행에 씁쓸함을 넘어 분노가 치밀어 한동안 취재 현장을 찾지 못했다.

여행업계가 모여 있는 광화문 인근에는 아직도 유가족들이 천막을 치고 “알아 달라”고 외치고 있다.

실제로 취재현장을 돌아보면 많은 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놀러가다 사고 난 것을...” “이제 그 정도 했으면 그만하라”는 식의 발언이 많다.

여행. 놀러가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하루하루 치열하게 버티고 싸우는 여행업계는 단순한 ‘놀러감’의 대상은 아니다. 그들 말대로 전쟁터이자 숨막히는 삶의 현장이다. 여행업을 통해 내 자식을 먹이고, 누군가는 부모를 모신다.
그래서 ‘여행은 놀러가는 것’이라고 쉽게 말할 수 없다. 그렇게 말해서도 안된다.

세월호 희생자는 분명 ‘수학여행’중 이었다. 그렇기에 세월호 사고를 단순한 안전사고로 볼 수 만은 없다.

오히려 여행업계 관계자들은 보다 깊은 ‘엄중함’과 ‘애도’로 이 사고를 대해야 한다.

놀러가다 사고가 발생한 정도로만 인식한다면 직업에 대한 스스로의 폄하다.

누군가 여행을 보내는 일. 어느 직업보다 ‘품격’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정민 기자  ljm@traveldaily.co.kr

<저작권자 © 트래블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