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수많은 인연 가운데 ‘직연(職緣)’만한 것이 있을까?

‘직연(職緣)’이란 ‘직장에서 맺어진 인연’을 뜻한다. 학연, 지연에 버금가는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의 끈끈한 정과 돌이킬 수 없는 ‘악감정’이 생길 수 있는 ‘인연’ 가운데 가장 강한 것일 수 있다. 

학연과 지연이 과거형이라면 ‘직연’은 현재 진행형이다. 매일 매일 가족보다 더 많은 ‘밥’을 함께 먹으며 더 많은 대화가 이뤄진다. 이로인해 다툼도 많지만 미운 정도 더 든다. 단 하나의 차이점이라면 가족과는 다르게 ‘안보면 끝’일 수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먹고 살려면 괴력같은 인내심으로 넘겨야 한다.

드라마 또는 영화에서도 가족과의 이야기보다 직장에서의 이야기가 소재거리의 중심이다.

여행업 종사자 역시 가족들과의 여행보다 직연으로 맺어진 사람들과의 여행 횟수가 훨씬 많다.

가정사, 좋은 일 안좋은 일이 발생해도 결국 가장 많이 찾아오고 도와주는 이들 역시 ‘직연’으로 맺어진 이들이다.

가정사, 타인을 험담할 수준이면 이른바 ‘갈 때 까지 간 집안’으로 낙인 찍힌다.
직장사, 타인을 험담하면 사회생활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안주 거리’정도로 지나친다.
자비와 용서가 얼마든지 허용되는 신비한 ‘인연(因緣)’인 셈이다.

최근 한국에서 일어나는 굵직굵직한 사건 사고의 대부분은 학연 그리고 지연을 구실로 발생한다. 고교 동창과의 잘못된 만남으로 검사가 구속되기도 하고 같은 대학 출신이라는 이유로 서로를 믿다가 최악의 상황으로 떨어진다. 대통령의 인연 역시 온갖 추측이 난무한 실정이니 답답한 노릇이다.

사람 생각나게 하는 가을이다.
여행업은 사람이 움직이는 유일한 직군이다. 그래서 ‘직연(職緣)’이 어떤 업종보다 큰 의미를 가진다.

가족 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직장에서의 인연’ 그래서 좋으면 천국이요 나쁘면 지옥이다.

이왕하는 직장생활, 천국에서의 ‘직연’으로 이어가고 싶다면 이 가을 눈빛 한번 마주치는 것도 괜찮은 일일게다.

이정민 기자  ljm@travel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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