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을 위해 마을버스에 올랐다. 앉자마자 눈을 감고 하루 일정을 되짚었다. 문득 누군가 옆에서 툭 친다. 눈을 뜨기 직전 매너없는 동네 아줌마려니하고 눈을 떴다. 정유경 대표였다.

지난주 멀리 떠나버린 정 대표와의 추억은 주로 동네에서 이뤄졌다.

올 봄 즈음인가... 나의 6살 난 딸과 함께 귀가 중 마을버스에 올랐다. 퇴근 시간으로 만원이었다. 힘들게 버스에 오르자 누군가 아이를 낚아채며 앉아있던 자리로 나의 딸을 데려간다. 정 대표였다. 그리고 몇 정거장을 지나 인사를 하고 정 대표는 먼저 내렸다. 그게 마지막 인사였다.

마음에 걸리는 일화는 또 있다. 정 대표는  YK&Company 설립 후, 인도쪽 업무를 잠시 맡았다. 서울에서의 첫 설명회 초청으로 취재를 갔는데 초청한 이들이 안 오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으로 행사장 현관에서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이었다.

출근길 자주 들리는 커피전문점에서 마주친 것만 해도 수차례. 필자에게 정 대표는 우리 동네 쌍문동 아줌마였고 꽤나 친절한 이웃이었다.

업무 관계로 맺어진 정 대표는 역시 친절한 ‘인간’이었다. 또한 수년전 업계지 기자로 활동한 대선배기도하다.

아울러 몇 안되는 관광전문 마케팅·PR전문가다. 업계 입장에서는 분명한 ‘인적 손실’이다.
정 대표가 해온 일도 가치가 있지만 앞으로 해야 할 일은 그 이상의 가치를 내포하고 있었다.

전문성은 결여된 채 월급날만을 기다리는 일부 여행업계 직장인들과는 분명히 구분된다.

그래서 그의 죽음은 인간적 슬픔과 동시에 아쉽고 안타까운 대목이다.

한 명의 전문가가 탄생하기까지 금액을 환산하면 년 평균 1억 이상의 비용이 소요된다는 보고서가 있다. 물론 주로 큰 기업들의 기준이겠지만 1억이라는 금액의 수준보다는 이 역시 1억의 가치가 투입된다고 보는게 맞다.

이를 토대로 정 대표가 30여년에 가까운 세월을 업계에 몸담고 있었다면 금액 환산을 넘어 또 다른 전문가가 나오기까지 그만큼의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래서 아까운 사람의 죽음이다.

정 대표와 자주 마주치던 동네 건널목을 내일도 지나쳐야한다. 그게 더 슬프다.

이정민 기자  ljm@travel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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