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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을 찾아 떠나는 상트페테르부르그 ②
상트페테르부르그=이정민 기자 | 승인2016.12.10 21:06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그는 분명 변했다.
여행자들에게는 좀 더 편리하게 변했고 이미 그 곳에 살고 있던 사람들에게도 좋아진 게 분명하다.
하지만 척박함에서 다가오는 ‘진지함’은 사라졌다. 도시의 긴장감 역시 사라졌다. 한편으론 안전해지기도 했다.

상트페테르부르그 전경

변화의 흔적은 여러가지가 남았다.
그러나 예상대로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역시 ‘색’(color)이다.
상트페테르부르그를 지탱해주는 여러 가지 것들 중에 오로지 색만은 변하지 않았다. 그래서 상트페테르부르그 여행은 색을 찾아 떠나야 함이 맞다.

황금색, 움직이지 않는 보물들
상트페테르부르그의 또 하나의 색 바로 ‘황금색’이다.
상트페테르부르그의 황금색은 시내 곳곳에서도 발견할 수 있지만 그 정점은 이곳에서 찍고 있다. 바로 예카쩨리나 궁전이다.

18세기 러시아 황제들의 여름 별장으로 사용됐던 예카쩨리나 궁전은 상트페테르부르그를 건설한 표트르 대제가 그의 부인 표트르 예카테리나 1세에게 선물한 여름 별궁이다.

이곳으로 가려면 상트페테르부르그 시내에서 약 1시간 남짓 움직여야한다.
여름에는 산책하기에도 그만인 고즈넉한 풍경을 자랑한다. 이곳 예카쩨리나 궁전은 18세기 작품이다.

예카쩨리나 궁전

18세기는 러시아는 물론 유럽의 황금 시기다. 모든 문화, 예술이 최고조를 이룬 시기로 18세기를 빼고 러시아와 유럽을 논한다면 모든 역사의 퍼즐이 맞춰지지 않는다.

18세기 러시아 황제들의 여름 별장으로 사용됐던 이곳 예카쩨리나 궁전은 상트페테르부르그를 건설한 표트르 대제가 그의 부인 표트르 예카테리나 1세에게 선물한 여름 별궁이다.

예카쩨리나 궁전 내부
예카쩨리나 궁전 내부
예카쩨리나 궁전 내부에서 결혼 기념 사진을 찍고 있는 한 신부

겨울의 예카쩨리나 궁전은 을씬년스럽기 짝이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을 찾는 이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는다. 그리고 이 추운 매서운 바람속에서도 일생의 단 한번인 결혼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찾은 신랑 신부의 모습이 한편으론 애처롭기도 하다.

예카쩨리나 궁전 내부 호박방

예카쩨리나 궁전의 황금빛은 이른바 ‘호박방’으로 불리는 곳이다. 온통 호박 보석으로 꾸며진 호박방은 화려함을 넘어 지나침의 미학이 반영돼있다.

그 옛날 황제들의 권위를 말해주는 예카쩨리나 궁전은 이곳을 지키던 일꾼들의 존재감까지 느껴질 정도로 화려한 자태를 하고 있다.

예카쩨리나 궁전 내부

‘장식 미술의 보고’라 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시대를 거스른 듯 한 장식품과 철저하고 완벽한 구도에 맞춰 걸린 미술 작품들 18세기 식탁, 걸상, 책상 그리고 유품들은 저마다 무서우리만큼 자신들의 위치를 철저히 지켜 앉아 있다. 그리고 이들을 비추는 화려하지 않은 조명들로 인해 공간 미술의 위대함을 보여주고 있다. 완벽하다.

예카쩨리나 궁전 인근
예카쩨리나 궁전 앞 한 카페

예카쩨리나 궁전이 위치한 곳은 ‘푸쉬킨 도시’라고도 불린다. “삶이 그대를 속일 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마라”라는 작품을 써낸 위대한 작가, 러시아의 아버지이기도 한 ‘푸쉬킨’은 우리로 따지면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의 업적은 아니더라도 애정은 이에 못지않다.

예카쩨리나 궁전 입구에서 관광객을 기다리고 있는 사진 모델들

푸쉬킨의 도시인 탓에 예카쩨리나 궁전을 나오면 나름대로 운치있는 카페가 있다. 칼바람의 궁전 외관을 보고나면 몸을 녹이기 제격인 이곳에서 푸쉬킨의 다양한 얼굴들을 보면서 마시는 커피한잔은 러시아 여행의 최고 기쁨 중 하나다.

도시로 이어지는 황금빛
상트페테르부르그의 중심 대로 '네프스키 대로' 이곳의 밤 역시 황금빛이다.
저녁 퇴근길의 분주한 시민들의 모습은 황금빛 조명아래 묵묵히 발걸음을 옮기고 있으며 차에서 흘러 나오는 흰빛 조명은 상트페테르부르그의 쓸쓸한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켜준다. 그리고 커다란 기차역이 눈에 들어오는데 '모스크바역'이다.

네프스키 대로
퇴근길 네프스키 대로
네프스키 대로
네프스키 대로
네프스키 대로에 위치한 모스크바역

상트페테르부르그에 모스크바 역이라니.... 모스크바로 향하는 모스크바에서 오는 기차가 도착하는 역이다. 러시아의 역명은 목적지가 그 역명이 된다. 흔히 있을 법한 역 근처의 노숙자도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깨끗해졌다. 그래서 아쉽다.

초록은 동색이 아니다
같은 편임을 빗대 이르는 말 '초록은 동색'
하지만 상트페테르부르그의 초록은 완연히 다른 종류며 색이다. 세계 3대 미술관 중 하나인 ‘에르미타쥬 박물관’. 멀리서 보면 초록이다.

에르미타쥬 박물관

에르미타쥬가 갖고 있는 보물은 수없이 많지만 세계 탑 클래스의 작품들은 초록이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작품을 감싸고 있는 색은 초록이다. 그래서 에르미타쥬는 초록이다.

에르미타쥬 박물관 안 마당

에르미타쥬의 규모에 대해서는 언급하고 싶지 않다. 주요 작품만을 집중적으로 관찰해도 그 시간은 측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램브란트 정도만 해도 에르미타쥬의 가치에 대한 평가는 이미 끝난 셈이다.

에르미타쥬 박물관 내부
에르미타쥬 박물관 내부
황금나무와 공작새 시계

이중 빛의 화가 램브란트 작품은 특히 관람객의 인기를 독차지 하는 작품으로 운이 좋다면 이 위대한 예술작품 앞에서 독사진을 찍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꽃의 성모자'

'돌아온 탕자'의 작품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부분보다는 저 멀리 어둠속에 감춰져 잘 보이지 않는 한 여인의 모습을 표현한 램브란트의 미적 표현에 고개가 숙여진다.

에르미타쥬 박물관 내 램브란트의 '돌아온 탕자' 작품
에르미타쥬 박물관 내 램브란트의 '아브라함과 이삭' 작품
램브란트의 작품을 감상중인 한 관광객
에르미타쥬 박물관 내부

이삭을 하나님께 재물로 바치는 아브라함의 결의에 찬 그리고 슬픔에 찬 눈동자는 램브란트 작품의 절정이다. 빛의 예술가 램브란트는 분명 신이 인간에게 선물한 천재이자 신이 보내준 천사임이 분명하다.

에르미타쥬 박물관 내부
에르미타쥬 박물관 바로 앞 참모본부가 둘러싸고 있는 궁전광장
에르미타쥬 박물관 앞
카잔 대성당

또 하나의 초록 ‘스타르박스’
상트페테르부르그에도 어느덧 스타벅스와 맥도널드가 판을 치는 곳이 됐다. 로고가 없다면 상트페테르부르그를 처음 찾는 여행자들은 이곳을 절대 찾을 수 없다.

네프스키 대로의 스타벅스 매장

영어 표기보다는 러시아어 표기를 우선시하기 때문인데 ‘스타벅스’를 표기해 놓은 솜씨를 보니 우스울 지경이다. '스타르박스' 하지만 고풍스러운 유럽풍의 건물 안에 자리하고 있으니 품위만은 지키고 있는 셈이다.

집으로 가는 길···회색빛
일년 중 여름 한철을 빼고 나면 상트페테르부르그는 항상 흐리다.
오후 3시경이면 이미 어두움이 자리한다. 사람들의 퇴근길, 집으로 가는 길 역시 바빠진다.

카잔 대성당
러시아 전통 레스토랑의 러시아 여성

회색빛으로 가득차기 시작하는 오후 시간이 되면 도시는 바빠지고 도시를 오가는 버스들은 여행자의 마음을 한층 가라앉게 만든다.

퇴근 시간 네프스키 대로의 한 버스 정류장

쓸쓸한 조명, 어두운 회색빛의 하늘, 가볍지만 싸늘한 바람, 미소하나 없는 러시아인 특유의 표정, 그들이 집으로 가는 색은 분명한 ‘회색빛’이다.


취재협조=상트페테르부르그 관광청, 백야나라

상트페테르부르그=이정민 기자  ljm@travel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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