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 여행 죽산성지 병인년 순교의 은혜

팔봉산 죽산성지가 있는 곳은 순교자의 피가 흐르는 땅이다. 죽산성지는 올해 한국교회 4대 박해 중 가장 가혹했다고 하는 병인박해가 일어난 곳으로 151년이 되는 해이다. 병인박해의 순교지 죽산성지를 찾았다.

죽산성지는 광장에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는 예수상이 있어 마음이 평안해지는 곳이다. 웅장한 교구 영성관과 아름답게 조성된 성지가 반긴다.

안성시 죽산성지 광장의 풍경이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병인박해 때 고문 등 갖은 고초를 겪은 죽산 옥사 터인 이곳은 이제 죽산성지로 성역이다

죽산성지는 천주교의 4대 박해 중 하나인 1866년 병인박해 때부터 수많은 순교자가 난 곳이다. 충청과 전라도, 경상도로 갈라지는 주요 길목인 안성 죽산은 지리적 조건 때문에 조선시대에 도호부가 설치된 곳이다. 이 도호부에서 천주교 신자들의 심문과 처형이 이뤄졌다.

이곳에서 순교한 이들 중에는 '치명 일기'와 '증언록' 등의 문헌을 통해 이름이 밝혀진 이만해도 25명에 이른다. 또 기록되지 않은 더 많은 순교자들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죽산성지의 전경

죽산성지의 병인박해에 대한 기원문

안성 죽산은 원래 고려 시대에 몽고군이 죽주산성을 공격하기 위하여 진을 쳤던 곳이라고 하여 이진 터라고 불렀으나, 뒤에 누군가가 이곳으로 끌려가면 그 사람을 잊으라고 해서 '잊은 터'라 불렸다. 죽산 지역의 병인박해가 얼마나 참혹했으면 이렇게 지명에 그 상흔이 남아있을까.

죽산성지는 지난 1995년부터 천주교 순교성지로 만들어졌다. 성지 광장과 성당, 피정관, 묵상 산책로, 25명의 순교자 묘, 돌 묵주기도의 길, 충혼탑 등이 있다. 이와 함께 어린이, 청소년, 성인을 위한 수련장도 있다.

넓게 퍼진 잔디와 나무들이 아름답게 자리하고 있다. 죽산성지의 십자가상에는 병인박해의 모습이 재현된 조형물이 있다.

죽산성지 성역을 순례한다. 성역에는 성지에서 순교한 순교자의 묘가 있고, 지난 2014년 시복된 복자 박 프란치스코와 복녀 오 마르가리타의 묘를 비롯해 2차 시복시성 대상자 명단에 오른 하느님의 종 여기 중, 문 막달레나, 정덕구 야고보, 조치명 타대오, 김 우르 시치나, 최에 근 안드레아 등의 묘도 있다.

죽산성지의 십자가상에 1866년 병인박해의 조형물

죽산성지 소성당으로 가는 길

유난히 가족 순교자가 많다. 조선은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한 가족을 처형하는 것을 국법으로 금하는 나라였다. 유교가 가르치는 인륜을 저버리는 행위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병인박해 당시 죽산의 형장에서는 부부 혹은 부모와 자식 등을 함께 처형하는 일이 자행됐다.
1867년에는 여정 문과 그 부인, 그 아들 일가가 함께 처형됐고, 1868년에는 복자 박 프란치스코와 복녀 오 마르가리타 부부, 조지 경과 김 우보로 신나 부부, 최성 청과 그의 장남이 같은 날 처형되는 등 수차례에 걸쳐 한날한시에 신자 가족들이 순교했다.

순교자들의 피가 뿌려진 지 151년이 흐른 지금, 죽산은 이곳을 찾는 많은 사람들에게 신앙을 심어주는 성지이다.

죽산성지가 있는 안성 지역의 복음화율은 약 15%로 수원교구 내에서도 가장 높아 신앙의 고향이다. 병인박해 때 고문 등 갖은 고초를 겪은 죽산 옥사 터를 성지로 둘러볼 수 있는 것은 큰 은혜이다.

죽산성지를 나와 점심을 먹은 엄마찌개 엄탕의 전경

엄마찌개 엄탕에서 생고기 김치찌개 정갈한 맛이다.

Tip
안성시 죽산성지 찾아가는 길 주소: 경기도 안성시 일죽면 종배길 115 

엄금희 기자  ekh@travel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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