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 원주 여행 거돈사지와 법천사지 폐사지의 옛 영화

지금은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쓸쓸한 폐사지로 남아 있지만 한때는 화려했던 원주 역사의 시간을 간직한 영광의 흔적들이 사적 제168호 거돈사지와 사적 제466호 법천사지에 있다.

원주의 거돈사지는 삼층석탑과 태고사 원공국사 승묘탑이 보물로 통일신라 및 고려 시대의 석조물이다. 거돈사지가 있는 원주시 부론면 정산리를 찾았다.

거돈사지 천년의 느티나무는 강원도 원주 9호로 지난 1982년 11월 13일 보호수로 지정되었다. 수고가 20m, 나무 둘레가 720cm로 원주시 부론면 정산리 141-1 거돈사지 입구에 있다.

거돈사지에서 보호수로 지정된 천년의 느티나무가 먼저 반긴다. 금당터에는 전면 6줄, 측면 5줄의 초석이 아직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20여 칸 크기의 대법당이 있었던 것을 알 수 있다.

금당터를 중심으로 중앙에는 높이 약 2m의 불좌대가 있으며, 금당터 앞에는 보물 제750호로 지정된 신라시대 삼층석탑이 있다.

탑 옆에 있던 배례석은 135cm ×85cm의 크기에 전면과 측면에는 안상을, 상부에는 연꽃무늬를 조각하였다.

거돈사지 삼층석탑은 통일신라의 3층 정형탑 양식을 따르고 있다. 높이는 5.3m이다. 거돈사는 신라 말과 고려 초 절터로서는 보기 드물게 절에 탑이 하나인 일탑식 가람이다.

삼층석탑 북쪽 50m 지점에는 보물 제78호로 지정된 거돈사 원공국사 승묘탑비가 있다. 이 탑비는 1025년에 건립된 것으로 비문은 최충이 짓고 글씨는 김거웅이 썼다.

또 보물 제190호로 지정된 원공국사 승묘탑은 고려 시대 부도의 정형이다. 거돈사에 있던 원공국사 승묘탑은 일제 강점기 시절 와다 쓰네이치가 자기 집으로 가져갔다. 해방 뒤 사라졌다가 성북동 부잣집에 있는 것을 발견하고 경복궁을 거쳐 지금 국립 중앙 박물관에 서 있다. 거돈사지에는 모사본이 서 있다. 참으로 심란하다.

거돈사지 원공국사 승묘탑은 진품이 국립 중앙 박물관에 있고 거돈사지에는 재현품이 있다.

불좌대의 대석 주위에는 원래의 위치로 보이는 주춧돌들이 비교적 정연하게 제자리에 남아 있다. 기단은 대부분의 지대석과 면석이 남아 있어 신라 말 고려초의 사찰로는 매우 희귀하게 유존 상태가 좋다. 이 절의 폐사 시기는 알려져 있지 않다.

거돈사지를 지나 지광국사의 얼이 깃든 전국에서 3번째로 큰 절터인 사적 제466호 법천사지를 거닌다.
법천사지 또한 신라 말 고려초 절터다. 법천사에는 지광국사비가 있다. 대단히 아름답다. 그 앞에는 텅 빈 공간이 있다. 지광국사 승탑이 있던 자리다. 탑은 기구하다.

원공국사 승묘탑에서 바라본 거돈사지의 풍경

일제강점기 경성에 살던 일본 부자 와다 쓰네이치가 경성 자기 집으로 가져갔다가 오사카 귀족에게 팔아먹었다. 총독부가 이를 알고 강제로 반납 받아 경복궁에 모셨다.

해방이 되고 6·25 전쟁 때 경복궁에 박격포탄이 하나 날아오더니 바로 그 탑에 처박혔다. 1만 2000조각으로 부서졌다.

전쟁이 끝나고 4년이 지난 1957년에야 시멘트로 한 땀 한 땀 붙였다. 다른 석물들은 국립 중앙박물관으로 갔지만, 이 탑은 옮길 때 부서질까 봐 여전히 경복궁에 있다.

법천사지는 현재 발굴 중인 곳을 제외하고 지광국사 현묘 탑비까지 출입이 가능하다. 법천사지에는 지난 1200여 년 동안 감춰져 있던 본존불상을 안치한 금당이 모습을 드러낸 것을 비롯해 경전을 강의하거나 법을 설파하던 강당, 탑지 등 법천사지의 핵심 영역들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원공국사 승묘탑비는 최충이 비문을 짓고 김거웅이 글씨를 써서 현종 16년인 1025년에 세웠다. 요동치는 용이 불꽃에 쌓인 여의주를 다투는 모습이 조각되어 있다. 매우 사실적이고 화려하다.

또 고려 중기에서 조선 전기에 이르는 시기에 만든 40여 개 동의 건물 터도 발견됐다. 통일신라 때 창건돼 임진왜란 때 없어진 것으로 알려진 법천사지에는 조각 기법 등에서 가장 뛰어난 고려 탑비로 평가되는 국보 제59호 지광국사탑비와 강원도 문화재자료 제20호인 당간지주가 있다.

법천사지 지광국사 현묘탑비이다. 이 탑비는 고려 시대의 지광국사의 사리를 모신 현묘탑으로 국보 제59호이다. 고려 선종 2년인 1085년에 지광국사의 삶과 공적을 추모하기 위해 세운 비이다. 섬세하고 화려하게 새겨진 현묘탑비를 통해 고려 시대 조각 예술의 위대함을 본다.

아무런 장식이 없는 법천사지 당간지주는 윗 부분이 바깥쪽으로 둥글게 되어 있고, 안쪽으로 깃대를 고정시키기 위해 홈을 파 놓았다.

두 기둥 사이의 아래에는 깃대를 밑에서 꽂아 두기 위한 지름 66cm, 높이 6cm 정도의 받침돌을 8각의 형태로 다듬어 놓았다. 이 당간지주는 전체적으로 간결하고도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고려 전기의 작품으로 추정된다.

Tip
강원도 원주시 거돈사지 찾아가는 길 주소: 강원도 원주시 부론면 정산리 157
강원도 원주시 법천사지 찾아가는 길 주소: 강원도 원주시 부론면 법천리 
전화: 033-742-2111

엄금희 기자  ekh@travel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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