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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놀음
이정민 기자 | 승인2017.07.02 16:44

벌써 한 해의 절반이 지났다.
시간의 속도는 해를 거듭할수록 빨라진다.
어른신들의 말씀이 그렇고 실제 한 해 두 해 지나면서 이를 몸소 체험하고 있다.

인생의 속도는 여행의 속도와 정확히 일치한다.
어린시절 그렇게 안 가던 시간은 나이를 들어감에 따라 1년에 두 배 이상 속도가 빨라진다.
여행의 속도 역시 마찬가지다. 누구나 여행을 경험하면 안다. 
도착 첫날 시간은 매우 느리다. 하루를 지나고 나면 내일을 생각하게 되고 내일을 생각하면 벌써 사흘이 흘러간다.

시간 역시 숫자다.
시간의 흐름을 숫자로 따지고 1박, 2박, 3박 이 역시 숫자로 따져 들어간다.
업계의 성장률을 숫자로 세어보는 것도 숫자놀음이다. 숫자로 보이는 결과에 따라 이에 맞는 마케팅 전략도 나오고 계획도 나온다.

하지만 여행을 굳이 숫자로 따져야 할까?
여행에는 다소 비현실적인 것들이 필요하다. 그리고 감성적 요소들이 개입돼야 한다.
성공한 여행 콘텐츠에는 모두 ‘감성’이 담겨있다.

우리 업자들만 숫자에 연연한다. 그리고 판단한다.
하지만 매우 주관적일 수 밖에 없는 ‘여행’이 어떻게 숫자로 판단되나. 보고, 체험하고 느끼고 깨닫는 것들은 결국 감성과 감정의 문제다. 이 요소를 적절히 건드려 주는 자가 미래 여행업계에서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다.

여행길에서 만나는 모든 것은 각자의 삶을 바꾸기도 하고 진한 마음의 여운을 남기기도 한다. 필자 역시 여행길에 만난 서너줄의 글이 스스로를 부끄럽게 하기도 한다.
글의 내용으로 인한 부끄러움이 아니다. “왜 나는 이런 글을 생각하지 못했나” 하는 글쟁이로서의 자격지심을 가장 먼저 느꼈다는 것에 내 자신이 너무 치졸해 보였다.

필자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은 글 한편을 소개한다. 칼럼이 칼럼을 인용한다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지만 어쩔 수 없다. 워낙 좋은 글이기 때문이다.

◆매일경제 6월24일자. 은희경 소설가의 칼럼<신중한 여행자가 되어야 하는 이유> 중 발췌.

(중략)
여행을 좋아하긴 하지만 사실 여행이란 결코 편안한 게 아니다. 익숙한 질서에서 벗어나는 것 자체가 큰 스트레스인 데다 특히 언어가 서툰 채 낯선 나라를 여행하는 것은 몹시 의존적이고 무능해지는 일이라서 각오가 필요하다. 여행은 평소에 자기가 모르게 누려왔던 기득권을 벗어나 아웃사이더나 사회적 약자가 되는 경험이기도 하다. 그러나 바로 그런점 때문에 여행은 타성에서 벗어나 사고의 범주를 넓혀준다. 안 쓰던 근육을 쓰는 것처럼 안 하던 종류의 생각을 하게 되고 그것이 일종의 발견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중략)

낯선 곳에서의 내 경험을 내 방식으로 해석해서  뭔가를 안다고 믿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여행자는 늘 신중해야 한다. 삶이라는 긴 여행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정민 기자  ljm@travel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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