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파랑풍선여행사의 부도는 FIT 추세 변화 초창기, 무리한 투자와 조급함으로 시작 2년 만에 어이없는 결과를 가져왔다. 당시 파랑풍선 본사를 찾아가 어지럽게 너부러져 있는 책상과 사무용품 쓰레기만 남겨진 초라한 빈 공간을 목격한 바 있다.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여행사 부도가 다시 터지고 있다. 본지가 지난 8월 27일자로 보도한 ‘BSP 중위권 업체 ‘휘청’‘ 기사의 해당사는 그동안 항공발권의 절대강자로 군림한 탑항공으로 시장에 주는 충격은 적지 않다. 

최근 더좋은여행사의 부도 소식이 일파만파로 퍼지면서 한 여행 관련 카페에는 피해자들의 단체소송 준비 내용까지 오르락 내리락 하고 있다. 이같은 모습은 파랑풍선의 부도 이후 그동안 잠잠했던 시한폭탄이 터진 것 이라는 업계 의견이 줄을 잇는다. 

사실 파랑풍선 부도 이후 시장에서는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지속됐다. 신년이 시작되면 “올해 어느 여행사가 위험하다” “어디 한 곳은 망할 것 같다” 등 호사가(사람들 사이에 일어나는 흥밋거리를 일삼아 좇는 사람)들을 통한 찌라시들이 돌곤했다. 

이번 두 업체의 사태는 이른바 ‘장사’를 못해서 또는 ‘장사’가 안됐다기 보단 다른 원인이 큰 것으로 보여진다. 

그동안 일부 여행사들은 홈쇼핑과 오픈마켓을 통해 유통망 확보에 집중했다. 
이들의 움직임과 판단에 따라 ‘대박’ 또는 ‘쪽박’의 갈림길은 한 순간으로 이번 부도 사태를 당한 업체 역시 오픈마켓 업체의 결제일 변경으로 인한 자금 흐름이 막히면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자금 흐름의 일시적 장애가 있더라도 애당초 자금력이 강하다면 큰 문제가 없지만 국내 여행사중 그런 곳은 찾기 힘들다. 어찌보면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구조라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탑항공 역시 마찬가지다. 못 팔았다기 보다, 팔아도 손해인 유통구조의 문제가 컸다는 것이다. 

문제는 유통이다. 
이는 모든 산업 분야에서 함께 겪고 있는 고통이자, 변화며, 미래 과제다. 

몇 몇 여행사에서는 단품상품을 자판기로 팔기 시작했다. 헛웃음으로 넘길 일이 아니다. 그 자판기 안에 항공권이 자리 잡을 날이 언제 올지 모른다. 

익스피디아가 처음 한국에 상륙했을 당시 업계에서는 오로지 세금 납부의 형평성에만 집중하며 비판했다. 기울어진 운동장만 바라봤지 정작 유통구조가 변화 하고 있음을 고민한 흔적은 많지 않다. 

패키지가 FIT로 변하고 있다고? 아니다. 

이 역시 항공권, 호텔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이 변했다는 것이며 이는 곧 유통구조가 변했다는 것이다. 옛날 옛적 새마을호 기차표를 여행사를 통해서 구입하던 시절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세상은 점점 쉽게 팔고, 쉽게 살 수 있는 유통구조로 변하고 있다. 거기다가 가격까지 싸다. 
거치는 손이 그만큼 줄었으니 가격이 저렴해 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하지만 패키지 상품의 경우 현지 랜드사-여행사-소비자라는 3단계 기본적인 경로를 거쳐 가격이 올라가야 맞지만 어찌된 일인지 가격이 오히려 떨어진다. 

기본적인 유통원리를 배반하고 있는 것이다. 잘되는 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두 업체의 우울한 소식은 그렇게밖에 팔수 없는 유통구조의 문제이기에 더욱 안타깝다. 세상은 점점 간단하고 쉽고 편리한 것만 추구하는 시대로 변하고 있다. 유통 역시 그렇다. 변하는 유통구조를 이해하지 못하면 아니 공부하지 않으면 망한다. 그게 세상의 흐름이다. 

이정민 기자  ljm@travel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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