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시즌이 한창이다. 야구는 모든 스포츠중 유일하게 사람이 득점의 주체가 되는 스포츠다. 타 스포츠의 경우 도구(공)에 의한 득점을 하지만 야구는 사람이 직접 HOME을 밟아야 득점이 인정된다. 또 하나 동계 스포츠를 제외하곤 유일하게 긴 바지를 입고 하는 스포츠다. 난데없이 야구를 들먹이는 이유는 ‘유일함’을 논하기 위해서다.

모든 산업 중 유일하게 사람에 의해 사람이 움직이는 산업은 ‘관광’이다. 사람에게 유형의 물건을 공급하는 것이 아닌 사람이 직접 움직여야하는 유일한 산업이다.
이로인해 잘하면 매우 행복한 일이 될 수 있지만 조금의 실수와 잘못으로도 가장 많은 쓴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산업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라는 키워드가 마치 유행처럼 퍼지고 있다. 특히 학계를 중심으로 이 키워드를 언급하지 않으면 굉장히 뒤쳐지는 듯 아무런 철학도 개념도 그리고 미래성도 고민하지 않은 채 너도나도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 한다.

각자의 입장에서 받아들이고 해석하기 나름이겠지만 현실과는 너무나도 동떨어진 시각에 아직은 때 이른 ‘언어도단’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관광산업에 있어 4차 산업 혁명은 시기상조 그 이상이다.

유통방식에 있어서는 어느정도 반영 될 수 있겠지만 이 역시 3차 산업혁명인 정보화 혁명의 연장선에 불과하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키워드 지난해 1월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공식적으로 처음 나온 얘기다. 핵심 의미는 제조업과 정보통신의 융합이다.

당시 WEF 회장인 클라우스 슈밥은 '3차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과 바이오산업, 물리학 등 융합된 기술들이 경제체제와 사회구조를 급격히 변화시키는 기술혁명'으로 정의했다.

특성 역시 ‘초연결성’, ‘초지능화'의 특성을 갖고 있으며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등 정보통신기술을 통해 인간과 인간, 사물과 사물, 인간과 사물이 상호 연결되고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등으로 보다 지능화된 사회로의 변화다.

관광 산업과 연관지어 눈 씻고 찾아보려 해도 아무것도 없다.
혹자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OTA의 성장 및 발전에 키워드를 맞추고 있지만 왠지 억측스러운 느낌이다.

또 다른 이는 이같은 빅데이터와 첨단 인터넷 연결망을 활용한 공유경제도 4차 산업의 일부라고 주장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공유경제 역시 작금의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매우 시기상조인 키워드다. ‘우버’와 ‘에어비앤비’를 받아들이는 우리 정부의 자세가 말해주지 않는가?

지금의 한국 현실은 조금 빠르고 세련되게 운영되고 있는 3차 산업혁명의 연장선일 뿐이다.
세계 관광 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주요국의 입국 시스템이 온라인과 무인 키오스크를 통한 자동 입국, 항공 체크인의 자동화 시스템을 4차 산업 혁명의 초기 단계라고 한다면 이는 ‘4차 산업 혁명’에 대한 모욕이다. 
이 역시 언급한바와 같이 3차 산업혁명의 연장선일 뿐이다.

이 보다 더 시급하게 고쳐나가야 할 것이 부지기수다.
랜드사와 여행사의 불공정한 유통구조 문제, 제대로 된 숙박시설 하나 없는 지방 관광 명소, 국내 관광의 접근성, 인·아웃바운드를 가리지 않고 영원히 해결되지 않을 것 같은 가이드 문제, 여행업 종사자의 노동 조건 등 해결 못한 문제들을 먼저 고민하는 게 맞다.

이론을 토대로 한 학계와 실질적인 산업 현장은 다르다. 하지만 이건 달라도 너무 다르다.

‘다름’에서 끝나면 별일 없겠지만 정부의 관광 정책은 학계의 이론을 토대로 만들어지기에 매우 위험하다.

지금처럼 뜬 구름 잡는 ‘4차 산업혁명’을 얘기한다면 새 정부 역시 업계 현장과는 너무 다른 관광 정책을 내놓을 수 밖에 없다.

야구가 사랑받는 이유는 다른 스포츠와는 다른 작전의 치밀함과 다양함 그리고 유일함 때문이다. 관광산업 역시 마찬가지다.

학계는 좀 더 치밀히 연구할 책임이 있다.

이정민 기자  ljm@travel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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