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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것을 놓치고 있다
이정민 기자 | 승인2017.12.10 21:48

유럽을 중심으로 크리스마스 마켓이 한창이다. 빠르면 11월 말경부터 시작되는 유럽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유럽 겨울 여행의 또 다른 볼거리다.

줄지어 늘어선 키오스크에서는 다소 투박해 보이는 소품들을 판매하고 따뜻한 와인 ‘뱅쇼’는 빠질 수 없는 필수 음료다. 거리에는 가족 단위로 몰려나온 현지인들과 일부 여행객들이 엉켜 인산인해를 이룬다.

저녁 시간이 되면 화려하고 아름다운 조명들로 분위기는 무르익는다. 여행객 입장에서 보면 유럽이 주는 낭만에 크리스마스가 주는 분위기 까지 더해져 잊지 못할 추억을 안겨준다.

유럽의 겨울 여행은 크리스마스 마켓만 둘러봐도 만족감은 최고다. 괜히 신나고 좋다. 유럽 각국에서도 이맘 때 즈음이면 자국의 크리스마스 마켓을 알리기에 여념이 없다. 대표적인 국가는 독일이다.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인근 유럽 국가들도 주 단위, 마을단위 크리스마스 마켓이 도처에서 열린다.

카톨릭과 기독교가 주 종교인 탓도 있지만 막상 크리스마스 마켓에 나가보면 종교적 색채는 전혀 느낄 수 없다. 오히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축제의 분위기가 더 크다.

누구나 겨울이면 종종 느끼는 순간이 있다. 추운데 따듯한 순간이다. 유럽의 크리스마스 마켓 현장이 그렇다. 분명 기온은 영하인데 ‘뱅쇼’ 한 모금에 온 몸이 따뜻해지며 현장의 분위기에 장갑없이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도 손이 차갑지 않다. 오히려 뜨거운 햇살이 작렬하는 여름보다 겨울 유럽 여행에 더 끌리는 이유다.

대륙을 넘어 북미 아메리카 대륙은 어떤가.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이른바 ‘Big Sale' 기간에 접어들면 도심은 활기가 돋는다. 거리에서 잔잔하게 퍼지는 캐롤송을 통해 북미 특유의 낭만을 느낄 수 있다.

어느 해 인가 이스라엘에서의 겨울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밤 시간.
이스라엘의 기후 특성상 크리스마스를 앞 둔 시기에도 불구하고 새하얀 눈보다는 비에 가까운 무언가가 내리는 밤이었다. 호텔 로비에서는 조용하고 느린 크리스마스 캐롤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어느 때보다 나의 고향으로 떠나오기 싫을 만큼의 분위기였다.

이 모든 것은 크리스마스가 인간에게 주는 매우 커다란 정서적 선물이다.
그리고 이 시즌에만 느낄 수 있는 유일한 체험이다.

어느 때 부터인가 한국에서는 이 모든 것이 사라졌다. 크리스마스의 낭만은 술집에서 밤 새우기로 대체 됐고 거리에서의 캐롤송은 저작권 문제로 엄격히 금지됐다.

인바운드 비수기인 동계시즌에는 평생 눈 한번 구경 못하는 일부 동남아 국가에서 스키장을 즐기러 오는 것 외에는 특별히 한국에 올 일이 없는 것이다.

대단히 그리고 매우 중요한 콘텐츠 하나를 놓치고 있는 것이다.

유럽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특별하거나 규모가 큰 이벤트 그리고 대단히 멋드러진 여행 콘텐츠가 있는 것은 아니다. 현지 소박한 상점들이 크리스마스 마켓을 위해 잠시 모여서 장사를 하는 것이며 이 장터를 즐기는 것 뿐이다. 이것이 유럽의 겨울여행 속으로 전세계인을 유혹하는 하나의 콘텐츠로 자리 잡은 것이다.

흥행에 실패하며 언론과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는 우리의 ‘코리아 세일 페스타’와는 질적으로 전혀 다른 부럽기 짝이 없는 여행 콘텐츠이자 문화요 역사인 셈이다.

인바운드 성장의 시작은 바로 이런 것이다. 요란 법석을 떨며 ‘시장다변화’를 외치기보다 소소한 동네 축제부터 진심으로 준비하고 기획한다면 이것이 바로 문화요 훌륭한 여행 인프라가 될 수 있다. 필요에 따라 지자체의 지원과 기획도 필요하다. 인바운드객이 서울에 집중된다면 서울광장 야외 스케이트장 인근에 크리스마스 마켓을 기획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크리스마스’는 그 자체로 세상에서 가장 강하고 따뜻하고 흥미로우며 위대한 역사적 사실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것을 놓치고 있다.

이정민 기자  ljm@travel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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