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낭만이다. 특히 공항에서만 누릴 수 있는 낭만은 더 쎄다.

인천공항이 들어서기 전, 김포국제공항은 여행의 낭만을 충분히 누리기에 좋은 구조였다.
필자의 기억으로 출국장에 들어서면 아쉬운 작별을 나눈다. 헤어지는 이의 뒷모습이 보이며 여닫이문이 열리고 닫힌다. 지금의 인천공항보다 세련되거나 깨끗하진 않았지만 출/도착의 낭만은 더했다.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이 개장했다. 18일부터 본격 이용을 앞두고 대대적인 뉴스거리가 되고 있다. 대통령까지 나서 홍보는 극대화됐다. 좋은 일이고 잘 된 일이다.

인천이 동북아 허브공항으로 진정한 자격을 갖추려면 지금과 같은 포화상태로는 안 된다. 그런면에서 이번 제2터미널의 개장은 축하할 일이며 자랑할 만 한 일이다.

아쉬운 점 역시 많다. 스마트 공항을 표방하고 나섰지만 얼마나 많은 이들이 자동수속을 거칠지는 의문이다. 특히 전세편 항공기의 경우 자동 체크인에 제한이 있어 그들의 자랑만큼 스마트한 공항인지는 따져볼 문제다.

새벽시간대 자칫 유령 공항의 분위기가 되진 않을지 역시 의문이다. 현재 제1터미널은 자정이 넘으면 환전소를 비롯해 대부분의 매장은 문을 닫는다.
유럽의 주요 도시 허브공항과 비교하면 과연 동북아 허브공항이 맞나 싶을 정도로 썰렁한 분위기다.

제2터미널 개장과 더불어 줄어들고 있는 혜택도 불만이다.
대한항공은 제2터미널로의 이전을 맞아 라운지 이용 해택을 변경했다. 대한항공은 제휴 카드 소지자에 대해 자사 항공기 탑승과 관련 없이도 이용할 수 있었던 라운지 제휴를 폐지하거나 축소했다. 이는 아시아나 역시 마찬가지다.

모든게 넓어지고 깨끗해지고 스마트해 졌지만 이용객의 실질적인 서비스 혜택은 줄어들고 그나마 남아있던 공항의 낭만은 이제 찾아볼 수 없을 듯 하다.

낭만이냐 편리함이냐를 선택하라면 ‘낭만’을 선택하겠다. 이것이 여행의 본질이다.

이정민 기자  ljm@travel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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