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내용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서 발간한 ‘문화관광인사이트’ 윤주 통계평가센터 정책평가팀 부연구위원이 작성한 내용으로 저작권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있음을 밝힌다.

현대인을 ‘호모 콘수무스(Homo Consumus)’라고 부를 만큼 우리 삶은 소비의 연속이다. 이는 관광활동에 있어 ‘쇼핑’이 가장 중요한 동기 중 하나이자 대표적인 활동으로 평가되고 있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관광에서의 쇼핑활동은 단순히 상품을 구매하는 행위뿐만 아니라 장소, 공간, 시간 등 쇼핑을 통한 모든 경험을 소비하기 때문에 관광만족도와 관광지 선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쇼핑’은 방한 외국인 관광객의 대표적인 참여활동이자 한국 방문지 선택 시 고려요인 1위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의 주요 쇼핑장소는 서울 등 수도권의 특정 장소(명동, 홍대거리, 면세점 및 할인매장 등)로 한정되고 있으며 품목 또한 화장품, 향수에 집중돼 있다.
이에 따라 방한 외국인 관광객의 지방분산 및 지역관광활성화를 위한 지역맞춤형 쇼핑관광지 육성 정책의 필요성이 제시되면서 2018년 시범사업이 부산 및 남해안 지역을 대상으로 추진되고 있다.
본 글에서는 기존 도시의 대형 쇼핑몰 및 면세점 쇼핑과는 차이가 있는 지역기반 소매점 중심의 쇼핑관광명소 육성 정책을 살펴보고 성공적 추진을 위한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쇼핑관광과 지역쇼핑명소
▲관광에서 쇼핑의 역할과 의미
쇼핑관광은 물건 또는 서비스를 구매하는 행위뿐 만 아니라 먹고, 구경하고 느끼는 모든 체험활동을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관광활동에서 쇼핑의 역할은 숙박, 음식, 교통과 함께 중요한 요소로 인식되고 있으며 쇼핑에 따른 영향력은 경제적 효과뿐만 아니라 사회·문화 측면까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역 또는 국가적 측면에서 쇼핑관광에 관심이 큰 이유 중 하나는 경제적 효과다. 홍콩에서 쇼핑관광은 홍콩 GDP의 5%, 관광수입의 50%에 이르며 홍콩 관광산업뿐만 아니라 지역경제에서 끼치는 영향력이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쇼핑관광은 지역 경제구조를 다변화시킬 수 있고 지역의 수입과 고용의 기회를 창출하면서 경제적 불균형과 차이를 해소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편, 사회문화적 측면에서 쇼핑은 관광활동에 있어 짧은 시간 내 지역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관광객들은 쇼핑 과정에서 상품, 서비스, 판매원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지역의 문화를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쇼핑관광은 단순히 경제적 소비활동이 아닌 지역의 문화를 체험하는 영역으로 이해돼야한다.

▲지역관광에서 쇼핑관광명소 의미
지역관광에서 ‘쇼핑관광’은 기존 수도권 중심의 대형 쇼핑몰과 면세점에서 공산품 구매에 집중되는 형태와는 근본적으로 다르게 접근돼야 한다.

지역 쇼핑관광명소는 지역을 방문하는 관광객이 관광활동과 연계해 쇼핑활동을 할 수 있는 장소로 지역적 매력성과 공간적 흡입력을 갖춘 관광목적지의 기능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즉, 지역의 다양한 역사 문화자원 등 관광자산을 기반으로 지역상품이 유통되고 지역주민과 관광객이 이를 소비하고 체험하기 위해 방문하는 장소다.

따라서 쇼핑관광명소는 지역내에서 쇼핑관광활동과 연계해 광역 또는 역내교통의 접근성이 양호하고 관광객을 수용할 수 있는 다양한 관광기반 서비스를 갖추고 있는 관광지가 돼야 할 것이다.

◆일본 쇼핑관광명소 사례
한국의 지역대표 쇼핑관광명소 정책 추진에 좋은 사례가 되는 일본의 쇼핑관광명소 사례 두 가지를 보고자 했다.

첫째, 지역성을 기반으로 외국인관광객 방문이 높은 쇼핑관광명소(관광지)로 지역사회 중심의 운영 조직을 갖추고 있는 오사카 구로몬 시장이다. 이곳은 1일 방문객수 약 3만명으로 90%이상이 외국인 관광객이며 구로몬 상점가진흥조합에서 다양한 사업들을 발굴하고 자체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둘째, 지역의 우수한 제품을 발굴하고 지원함으로 지역대표 쇼핑관광상품 판매를 높이고 있는 ‘아이치현 관광토산품 장려 및 인증심사회’사례다.

▲오사카 구로몬 시장
구로몬 시장은 일본 오사카부 오사카시 주오구 닛폰바시에 위치하고 있으며 메이지 35년에 공인된 시장으로 ‘오사카의 부엌’으로 불리며 생선, 과일, 고기 등 다양한 품목을 취급하고 있는 오사카의 대표적인 전통시장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는 일본인(내국인)위주의 재래시장으로 지역 내 명성이 높았으나 지난 2011년부터 시작된 일본의 내수시장 침체 및 인터넷 쇼핑 등 새로운 유통시장의 등장으로 위기를 맞게 됐다.

이에 따라 구로몬 상점가진흥조합은 지난 2011년 외국인 관광객의 쇼핑환경 개선 및 시장 번영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전개했다. 이후, 구로몬 시장방문객은 2011년에는 1일에 약 2만 명 수준(방문객의 90% 이상이 내국인)이었으나 2017년 1일 방문객수는 약 3만 명으로 90%이상이 외국인 관광객이다.

표-1/2011∼2017 구로몬 시장 1일 방문객수/자료 : 구로몬 상점가진흥조합 내부 자료

구로몬 상점가진흥조합에서 추진한 주요 사업은 다음과 같다.

첫째, 조직 정비다.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함에 따라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조합 내에 ‘관광대책과’를 신설하고 매달 정례회의를 통해 내·외국인 관광객 쇼핑 편의를 위한 개선 사업을 발굴했다.

둘째, 판매 상품 개선이다. 구로몬 시장의 주요 방문 및 소비층이 내국인에서 외국인 관광객으로 변화함에 따라 식자재 판매 위주였던 판매 상품을 관광객을 위한 먹거리 위주의 상품을 발굴하는 등 다양화를 시도했다.

셋째, 관광인프라 정비 및 관광안내센터 운영이다. 구로몬 시장 내 빈 상가를 임대해 관광안내소로 운영하고 각국 언어로 된 다국어 간판, 시장안내·지도 표지판과 책자, 현수막, 가이드맵 20만부 등을 제작해 배포하고 있다.

넷째, 시장현황 조사와 분석자료 활용, 외국어 교육을 통한 주민역량 강화다. 매년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시장현황 조사 및 설문조사를 시행하고 있으며 2015년부터 외국인 관광객 대상 안내 및 서비스 증진을 위한 외국어 강습을 실시하는 등 상가 주민들과 관광객의 만족도를 함께 높이고 있다.

그림-1/구로몬 시장내 관광안내소 및 다국어 가이드북

표-2/구로몬 상점가진흥조합 주요 사업현황

◆아이치현 관광협회의 쇼핑관광상품 지원사업
아이치현 관광협회는 약 50년 전부터 매년 ‘아이치현 관광토산품 장려 및 인증심사회’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우수한 품질의 지역 특산품을 선정하여 지역 특색을 살린 제품군을 생산해 소비자(관광객)에게 지역제품에 대한 신뢰도를 향상시켜 판매를 촉진하고자 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인증심사 기준은 지역 특산품의 제품 내용, 식품인 경우 안전기준 등 재료, 포장 등을 심사하여 제품의 품질을 보증하고 있다. 이러한 제품 공인 과정을 통해 아이치현의 지역 특색을 갖춘 관광상품들이 지속적으로 육성되고 있다.
심사를 통해 최종 선정된 상품에는 표창 등 시상과 제품에 대한 홍보가 제공되고 관광토산품 인증 상품 판매장을 통해 판매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

상품 홍보는 아이치현 관광 홈페이지에 게시되거나 선정된 각 기업에서 선정상품을 자체적으로 홍보하도록 하고 있다.
2016년에는 아이치현에 거주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나고야 푸드 앤 스위트 기념품 대회 외국인 100명의 심판’이벤트를 개최했다.

이는 나고야를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남에 따라 외국인 관광객의 관점에서 나고야를 대표하는 기념품을 선정해 홍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실시했다. 100명의 나고야 거주 외국인들은 나고야에서 만든 제품에 대한 맛, 가격, 모양, 여행시 휴대성 등을 평가했다.

그림-2/아이치현 토산품 인증심사 출품작 및 선정 제품

◆시사점
지역마다 여건과 환경은 다르나 앞서 살펴본 오사카 지역의 구로몬 시장과 아이치현의 쇼핑관광상품 지원사업 사례에서 다음과 같은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첫째, 관광명소로써 기본 관광인프라의 충실성과 상품의 독창성(매력성)을 기반으로 해당 지역 내 지속가능한 추진역량 발굴이다. 쇼핑관광명소를 육성하고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해당 지역 내 유관기관(지자체, 주민네트워크 등)과의 협력적인 관계 조성이 중요하다.

둘째, 지역 쇼핑관광명소는 지역주민의 일상공간에서 외래관광객을 위한 인프라와 콘텐츠가 구축돼야 한다. 즉, 지역 내 내수를 기반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춘 곳이 외래관광객 등 국내외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는 공급자 중심에서 벗어나 지역 니즈에 맞는 유연적인 개발을 목표로 지역주민과 관광객 모두를 고려한 접근이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지역특산품과 관련해 대부분의 상품들은 공산품보다는 전통 간식류 및 달콤한 디저트 등 다양한 먹거리 제품들이 더욱 인기 있는 지역상품으로 인지되고 있었다. 특히 이러한 상품들은 지역의 스토리와 세련된 디자인이 반영돼 소비자의 변화와 트랜드에 맞게 발전하고 있다. 따라서 지역 쇼핑상품 또한 이러한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인식변화와 지원이 필요하다.

◆지역대표 쇼핑관광명소 육성
‘지역대표 쇼핑관광명소’ 육성은 외국인 관광객의 방문지를 지역으로 분산시키고 쇼핑 장소를 소형 쇼핑점으로 확대하고 쇼핑품목을 문화관광상품 등으로 다양화하기 위해 지역의 매력적이고 차별화된 관광 콘텐츠로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림-3/지역대표 쇼핑관광명소 육성 방향

▲지역대표 쇼핑관광명소 선정
지역대표 쇼핑관광명소 육성 사업이 가지는 의미와 지향하는 방향을 고려해 쇼핑관광명소 선정이 진행돼야 한다. 다음은 지역대표 쇼핑관광명소 선정을 위한 고려 사항으로 ①매력적인 지역대표 쇼핑관광 목적지로서의 발전 가능성 ②지역 고유성과 연계한 쇼핑관광 상품 보유 ③지역쇼핑관광 자산으로서의 가치지향성(지역 고유의 역사, 문화, 자원 등의 속성을 내포한 상징적 의미가 있는 지역) ④쇼핑관광활동과 관련한 관광수용태세(교통 접근성, 관광객 유치를 위한 기본 인프라 등은 중요한 요소) ⑤지역의 자생적 발전 기반 보유 정도다. 이는 지역상품의 유통 시스템, 인적자원 등 향후 쇼핑관광명소로서 자생적 발전 가능성이 있는지를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선정 기준에 따라 지역대표 쇼핑관광명소 육성 사업(시범사업)이 추진될 기초 지자체는 4곳으로 부산시 중구, 경상남도 통영, 전라남도 여수와 순천으로 선정됐다.

▲지역대표 쇼핑관광명소 육성 사업
지역대표 쇼핑관광명소 선정 및 지원 사업은 총 4년 계획으로 추진된다. 명소 선정 이후, 컨설팅 사업을 통해 지역 관광상품 브랜드 발굴, 기반시설 확충 및 해외 홍보 등이 진행되며 사업 실행은 한국관광공사가 해당 지자체와의 협력을 통해 진행하게 된다.

표-3/지역대표 쇼핑관광명소 육성 사업 연차별 추진계획(안)

지역대표 쇼핑관광명소 육성사업은 선정된 지역에 맞춤형 컨설팅을 통해 다양한 사업들로 추진된다. 주요 핵심 사업은 4개 분야로 ①지역 대표 쇼핑관광 브랜드 및 상품 구축지원 ②인프라 및 수용태세 지원 ③ 콘텐츠 및 홍보/마케팅 지원 ④인적 서비스 제고 지원 등이다.

표-4/주요 지원사업(안)

◆정책적 제언
‘지역대표 쇼핑관광명소’ 육성사업은 지역마다 보유하고 있는 자산과 여건이 상이하기 때문에 지역 맞춤형 컨설팅을 통해 지역특색에 맞는 사업으로 추진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업초기 단계부터 지역사회와 주민들이 사업운영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조직구성과 운영체계 조성이 병행돼야 한다.

본 사업은 지역관광활성화 및 외래관광객 지방분산을 목적으로 시행되는 중앙정부사업이나 사업의 특성상 지역이 주체가돼 추진되는 사업이다. 따라서 사업완료 이후에도 쇼핑관광명소가 핵심 관광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지역차원의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

가칭 ‘쇼핑관광명소 특화지구’ 등으로 지정하여 사업 완료 이후에도 지속적인 예산확보를 통해 사업이 추진될 수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중장기적으로 추진되는 지역 브랜드 육성 사업 등은 단기적으로 성과가 나오기 어렵기 때문에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또한, 지역단위에서 추진되고 있는 관광관련 타부처 사업 또는 지역사업 중 쇼핑관광명소 사업과 연계해 추진 할 경우, 본 사업은 더욱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다. 따라서 쇼핑관광명소 지역과 연계해 추진 가능한 사업들을 적극 발굴하고 확대시행 하여 지역 대표 쇼핑관광명소가 지역관광브랜드로 자리 잡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정민 기자  ljm@travel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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