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관광전략회의에 참석했다.

역대 정부 대통령의 경우 한 차례 이상 형식적이던 아니던 얼굴을 보였다.
출발부터 남달랐던 정부 그리고 대통령인 탓에 관광업계 역시 현장의 목소리와 사정에 대해 소상히 알아주길 바랬던 참이었다.

하지만 취임 후, 외교문제를 비롯해 산적한 국내외 문제 때문에 관광 분야에 대한 관심은 늦어질 수 밖에 없었다. 그나마 이제라도 ‘한 말씀’ 해주시니 다행 아닌 다행이다.

대통령의 참석여부로 인해 한 나라의 정책 기조가 바뀌지는 않는다. 이미 모든 시스템이 갖춰져 있기에 실무자들의 역할과 영향력이 더 크다. 단지 대통령이 갖는 의미와 상징성으로 인해 무게감의 차이가 조금 날 뿐이다.

이 무게감은 때론 현장에 그대로, 즉각적으로 반영될 때도 허다하다. 입국장 면세점 설치가 대표적이다. 여론만 무성했지 막상 관련 부처에서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지만 대통령의 한 마디로 그야말로 일사천리로 진행, 이제 내달이면 문을 연다.

이처럼 대통령 시선과 말이 갖는 무게감은 ‘크다’를 넘어 어쩌면 ’절대적‘일 수 있다.

관광전략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은 별거 없다. 기존 관련부처에서 발표했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다만 대통령이 있는 자리에서 한 번더 결심받고자 하는 관련 공무원들의 보고서 잔치일 뿐이다.

만족스러운 내용보다는 한심스러운 내용이 월등하다. 정작 다뤄야 할 쟁점은 없고 뻔한 내용이 대부분이다.

숫자에만 함몰된 전략 역시 큰 그림을 보지 못하는 탁상행정의 전형이다.
개별관광객에 맞춘 다양한 방법들을 보고서에 늘어놨지만 정작 소규모 단체를 이동시킬 관련 버스 운영 정책 같은 미시적인 전략의 변화는 없다.

한 매체에서 보도한 남해안 지역 관광지 부각을 위한 정책 중 같은 지역을 놓고 국토부의 ‘남파랑’과 문체부의 ‘남파랑길’ 브랜드 겹침 현상에 대한 반성과 수정에 대한 언급도 없었으며 그야말로 이것저것 모아놓은 난잡하기 짝이 없는 전략 보고서 일 뿐이다. 일부 예이긴 하지만 이 밖에도 당장 시장에 필요한 전략들은 볼 수 없어 안타깝다.

회의 현장에 불러들인 관계자 역시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일부 인사의 경우 문 정부에서 그토록 싫어하는 이른바 ‘적폐’에 가까운 인사들도 다수였다.

아무튼 이래저래 예산만 낭비하는 전략회의라는 인상은 지울 길이 없다.

얼굴보고 마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진짜 전문가, 진짜 관계자들끼리 모여 논의하고 머리를 맞대는 게 어쩌면 더 현명한 일일 수도 있겠다.

이정민 기자  ljm@travel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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