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집회 예고 보도를 해왔기에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이번 시위집회 현장을 취재해봤다. 그리고 타 매체에서 대부분 같은 내용을 담아내기에 조금은 다른 접근을 해보고 싶었다.

솔직히 처음에는 미심쩍었다. 과연 거리로 나올 수 있을까? 그럴만한 용기가 있을까?
하는 의심이었다.

용기가 없어서가 아니라 지금 같은 이 시국에 ‘여행’이라는 단어는 곧 ‘바이러스 전도사’같은 이미지로 둔갑하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하면 여행업은 여행사다. 여행업에 몸담고 있는 이들중 아마도 5할 이상은 이른바 '관광'을 전공한 사람일 수 있다. 그렇지 않은 경우도 물론 있겠다.

50대 이상 이라면 학창시절 민주화를 위한 집회와는 거리가 먼 전공자들이겠고 40대 이하라면 나라와 정치 걱정보다는 머릿속엔 항상 지구본이 아른아른 거렸을 것이다.
그만큼 투쟁, 시위, 집회 등 다소 전투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일상이었을 것이다.

때로는 공정해 보이지 않는 항공사와 대형 여행사와의 거래관계에서도 그래서 별다른 불만의 목소리도 내지 않고 그냥 그렇게 지내왔을 것이다.

그 시간들이 쌓이고 쌓여 이제는 통상적인 상식이 되었으며 불공정한 거래관계임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서 자신의 정당한 이익을 챙기는 기적과도 같은 묘수를 고안, 회사를 이끌었고 고용을 창출했으며 가정을 이끌어 왔다.

어쩌면 한국의 산업분야에서 가장 순진하고 조용한 여행사 사람들이 거리로 나왔다. 전부를 대변할 수 는 없지만 냉정하게 구분하자면 여행업의 구조 속에서도 가장 힘이 없는 ‘을’중의 ‘을’이다.

챙겨야할 직원이 한 명도 없다면 모르겠지만 애매한 숫자만큼 있어 그 놈의 ‘정’ 때문에 몇 달을 붙들고 있었지만 이마저도 포기한지 이미 수개월이다.
이젠 자신들의 목구멍이 문제다. 빌려서 목구멍을 채우는 것도 이미 한계를 지났다. 그래서 거리로 나왔다.

아마도 여행업이 대한민국 땅에 생긴 이후 가장 오랜 시간 시위에 돌입할 태세다.
수년전 대한항공이 여행사들을 섭섭하게 했을 때 협회 주관으로 오전 한때 시위에 돌입한 이후 처음이며 장장 10일을 릴레이 형식으로 이어간다고 하니 그 각오와 의지에 관심을 더 가져야 한다.

어떤식으로든 행정부의 허가와 지원을 받아 사업을 진행하는 주요 협회는 거리로 나오기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시위에 낯짝이라도 비춰야 마땅하다.
다행히 이른 아침부터 한국여행업협회 관계자는 여행사들이 무엇을 외치는지 알아야 한다며 나왔다. 마땅하다. 관광협회중앙회가 있기는 있나 싶다. 많은 업체들이 회원사일 텐데 말이다.

항공사 역시 관심을 가져야 마땅하다.
그래도 자기들은 나라에서 지원 받지 않았나.
항공업과 여행업은 다르다는 특권의식일 수도 있겠고 차별의식일 수도 있겠지만 요샛말로
‘솔까말(솔직히 까놓고 말해서)’하자면 그동안 여행사에서 팔아준 티켓금액이 얼마인가?

도움까지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연대까지도 바라지 않을 줄 안다. 하지만 지금 같은 사태에 그들이 거리로 뛰쳐나왔다면 최소한의 관심은 지당하며 마땅하다.

비슷한 상황에 처한 다른 업종들은 그 기세가 대단하다.
PC방 업주들은 컴퓨터를 거리로 끌고나와 망치로 부순다. 또 다른 업종은 그들이 팔고 있는 또는 수익창출에 도움을 주는 유형의 물건들을 거리에서 또 부순다. 또는 태운다.

하지만 눈에는 보이지 않는 무형의 상품 ‘여행’은 시위에서 마저도 대단한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없어 안타깝다. 그렇다고 비행기 티켓을 갖고 나와 찢어 버릴 수 도 없다. 대부분 e-티켓이다. 그렇다고 비행기를 가지고 나올 수도 없다.
오로지 가진 것 이라곤 피켓 몇 개와 목소리 뿐 이다.

이마저도 방역의 문제로 5~6개 피켓을 들고 있는 이들은 “~하라”를 제창할 수도 없다.

하루에도 집회와 시위가 수십 개 열리는 ‘다이나믹 코리아’에서 주요 언론의 기자들에게 집회 현장 취재는 아마도 자신의 침실보다 고요한 공간일 수도 있겠다. 그래서 인지 카메라만 켜놓고 시선은 모두 넋이 빠진 듯 다른 곳을 향하고 있다.
그들에게 이름 없는 여행사들의 외침은 평소 같으면 관심 밖의 일이지만 시국이 시국인 만큼 무언가 연결성을 갖고 보도할 찬스임에 분명하다. 이런 시국이 아니면 언제 그들이 여행사에 이런 관심을 갖겠나.

1월 25일부터 시작된 이번 집회는 열흘간 이어진다.

그들이 외치는 것은 거창한 구호도 감정적인 호소도 아니다.
오로지 대한민국에서 국가에 세금을 내고 정당하게 일할 수 없었던 것을 알아달라는 것이며 그것은 바로 헌법에도 명시돼 있는 권리다.

헌법 제23조 3항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여야 한다.

이정민 기자  ljm@travel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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