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칼럼·연재 전문가칼럼
칼럼-웰니스 의료관광, 서귀포를 기억하자박종하 질병관리청 검역정책과장
박종하 | 승인2023.07.09 21:11

단순하게 정의한다면 의료관광은 의료서비스를 받기 위해 떠나는 여행이라고 할 수 있다. 독일 작가 토마스 만의 장편소설 “마의 산”에 나오는 스위스 다보스의 요양원에는 당시 유럽의 돈 많은 결핵 환자들이 치료를 위해 몰려들 왔다. 치료와 요양을 위해 알프스의 산속까지 몰려온 이들 역시 요즘이라면 스위스의 해외환자 유치 건수에 포함될 것이다.

소설은 죽음에 대해 전혀 고민해 본 적이 없는 젊은 주인공 카스트로프가 죽음을 대면하면서 겪는 심리의 변화를 다루며 결핵의 공포로 인해 느끼는 인간의 불안과 분노를 만연체로 묘사하고 있다. 주인공은 죽음을 상징하는 요양원에서 7년을 지내다 내려와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면서 삶의 상징인 현실과 직면한다.

사실 인간은 평생 죽음에 대한 공포를 지니고 살아가는 나약한 존재에 불과하다. 불로불사의 생존 욕구 역시 무한할 수밖에 없다. 오래도록 영원히 살고 싶은 인간은 치료만 된다면 세계 그 어느 곳에도 달려갈 것이다. 죽음에 대한 불안과 삶에 대한 인간의 욕망이 제대로 결합된 관광상품이 의료관광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의료관광은 비용 절감이나 지인의 추천, 선호 휴가지와의 결합, 대상 국가의 문화, 거주국에서는 치료가 불가능한 시술 등 다양한 이유로 의료관광 대상국을 결정한다. 

예를 들어 미국인들은 치과 진료나 미용, 성형수술을 위해 가까운 브라질이나 코스타리카 같은 중남미 국가를 선호한다. 영국인들은 수술 대기시간이 긴 자국의 특성으로 인해 인근 프랑스, 스페인을 의료관광 목적으로 자주 방문한다. 한편 태국, 인도, 싱가포르 같은 아시아 국가는 북미, 유럽, 인근 아시아 국가로부터 여전히 많은 의료관광객을 유치하고 있어 의료관광의 강국으로 자리 잡고 있다.

우리나라의 외국인 환자 유치 역시 2009년 이후 매년 30% 이상 성장하며 (코로나-19 이후 제외) 증가추세에 있지만 아직도 세계 의료관광시장의 1%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중국, 러시아, 미국 환자들이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의 2012년도 조사에 따르면 의료관광객이 우리나라를 찾는 이유로 우수한 의료기술 수준(47.1%), 의료기관의 인지도(37.8%), 첨단의료장비 및 시설(21.5%)를 꼽았다고 한다. 사실 간이식 성공률 96% 세계 1위, 5년간 암환자 생존율 67% 등 한국의 의료기술은 이미 세계적 수준이다.

해외사례를 살펴보면 스위스는 전체 의료관광의 70%가 스파 치료 및 성형에 집중되고 있으며 헝가리는 치과 진료를 경쟁력으로 내세우는 등 각 국가에서는 저마다의 강점을 활용하여 선택과 집중을 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 의료관광의 활성화에 있어서 이식수술, 암 치료 등 세계적 의료수준이라는 강점 이외에도 k-pop과 한국 드라마 등으로 인한 한류 효과 역시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일전에 휴가철을 맞아 제주보다는 해외로 눈을 돌린 관광객이 많아져 제주 관광업계가 고민에 빠졌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코로나-19로 누렸던 특수가 빠지고 고물가, 과잉 관광 등으로 사람들이 제주보다 같은 비용으로 차라리 동남아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이제 제주도는 이전까지의 관광상품이며 행태와 헤어질 결심을 할 때가 된 듯하다. 변화의 물결 속에서 안주하는 것만큼 위험한 일은 없다. 여태껏 관성에서 벗어나 혹독한 탈바꿈을 시도해야 하는 것이다. 상어는 같은 바다를 두 번 헤엄치지 않는데 관성에 빠지지 않고 항상 새로운 것을 추구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제주도 역시 상어처럼 기존의 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최근 코로나–19 이후 힐링과 치유가 여행의 중요 요소가 되면서 웰니스 여행(Wellbeing+Happiness)이 뜨고 있다. 자연환경 속에서 숲 치유, 한방 체험, 미용, 스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체험하면서 몸과 마음에 ‘휴’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진 제주도는 웰니스 여행에 적합하다. 특히 한라산을 품에 안은 서귀포는 헬스케어 타운 조성 등 다양한 입지와 안정된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똘똘한 의료관광 모형을 만들어 연계한다면 앞으로 세계 의료관광의 중심지로 도약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중국, 중동, 러시아 등을 타깃으로 고품격 의료관광상품을 차분히 개발해 나가야 한다.

서귀포 칠십리 바닷가의 곰살궂은 파도 소리와 한라산의 유려한 샛바람 속에서 몸과 마음을 함께 치유하는 웰니스 의료관광을 간절히 그려본다.

◆박종하 질병관리청 검역정책과장
-프랑스 그르노블2대학 석사(DESS, 보건경제학)
-질병관리청 운영지원과장
-보건복지부 한의약산업과장, 사회보장조정과장

박종하  td@traveldaily.co.kr

<저작권자 © 트래블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종하의 다른기사 보기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
회사소개기사제보광고안내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01387) 서울시 도봉구 해등로 242-12 101-805   |  대표전화 : 02-6225-5455/010-2678-5455
발행일자 : 2015년 7월 15일  |  등록번호 : 서울 아 03741  |  등록년월일 : 2015년 5월15일  |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정민
Copyright © 2024 트래블데일리. All rights reserved.  |  ljm@traveldaily.co.kr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