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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문화관광, 멈추는 힘으로 달린다
박종하 질병관리청 검역정책과장 | 승인2023.09.10 22:53

백무산 시인의 ‘정지하는 힘’이라는 시에는 세상을 멈추는 힘 그 힘으로 우리는 달린다는 구절이 있다. 때로는 멈추는 힘 그 힘으로 우리가 다시 달릴 수 있을 것 같다. 쉴 새 없는 변화와 복잡다기한 일상에 피폐해져 가는 요즈음 유독 머릿속에 들어오는 문구다.

코로나19 이후 여행업계 역시 잠시 멈추어 있었다. 사실 멈춤과 느림은 새로운 변화를 위한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여행업계의 트랜드 역시 천편일률적인 해외여행보다는 다양한 체험이 살아있는 국내 여행을, 단체 여행보다는 개인 여행을 선호하고 호캉스라든지 웰니스 여행으로 변화되고 있다. 

문학, 음악 등 다양한 문화예술 컨텐츠가 관광으로 연계되는 등 다변화를 겪고 있다. 그중에 하나 한 곳에 오랫동안 머무는 휴식형 여행도 선호되고 있다. 전통적인 여행방식 즉 유명 관광지를 뒤로 하고 사진을 찍으며 지도를 하나씩 정복해 나가는 방식의 여행에서 탈피해서 마음속에 설렘과 두려움이 교차하며 가슴이 뭉클해지는 감성적 여행이 뜨고 있다고도 할 것이다.

이번 여름에는 모처럼 가족여행으로 일본 후쿠오카를 다녀왔었다. 출발 전 인터넷에 후쿠오카를 쳐서 검색하다가 특이한 기사를 검색하였다. 
“제 인생의 마지막 시간과 힘을 모두 다 바쳤습니다만...윤동주 시인의 시비를 끝내 세우지 못했습니다. 면목 없고 부끄럽습니다.” 

일본의 니시오카 겐지 교수가 연세대 국문과에 유학을 왔다가 윤동주의 ‘서시’에 반해 윤 시인이 세상을 떠난 옛 후쿠오카 형무소 주변에 시비를 건립하는 운동을 8년 동안 추진하다가 결국 구청의 불허로 무산되자 후원자들에게 일일이 후원금을 반납하기 위해 방한했다는 기사였다. 
그는 비록 실패의 기록이지만 이 모든 과정을 섬세하게 남겨야 한일 양국의 젊은 세대가 우리의 뒤를 이어받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비록 실패는 했지만 계속해서 가야 한다는 것에 방점을 찍고 있었다.  

이렇게 정지되고 멈춰진 과거의 시간에 새롭게 달리는 힘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누군가의 희생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세계적 관광지에는 이렇게 잠시 멈추는 힘으로 다시 내달리는 인간의 의지가 흔적으로 남아 오히려 나중에 빛나는 경우가 많다. 멈추는 힘을 다시 달리게 만드는 것은 대부분 친구나 후대의 사람들이었다. 

체코의 프라하 골목 구석구석에는 프란츠 카프카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는데 이는 자신의 모든 원고를 불태워 달라는 프란츠 카프카의 유언을 어기고 그 원고를 출판한 친구 막스 브로트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알베르 카뮈에게는 갈리마르 출판사와 연인 마리아 카사레스가 있었다. 그리고 시인 윤동주에게는 학병으로 끌려가기 전에 어머니에게 윤동주의 시를 맡긴 친구 정병욱이 있었다. 별이 빛나는 밤의 빈센트 반 고흐에게 동생 테오가 없었다면 현세의 우리가 그의 작품을 제대로 즐기지 못했을 수도 있겠다.

후쿠오카 여행 중 일부러 윤동주 시인이 투옥되었던 옛 후쿠오카 형무소 자리를 가려 했으나 못 갔다. 함께 간 가족들이 윤동주 시인보다는 모츠나베(대창전골)의 진한 국물을 선택한 것이다. 문학적 갈증이 결코 여행자의 배고픔을 이길 수는 없었다. 
1000억 재산도 백석의 시 한 줄보다 못하다는 자야(김영한)의 수준까지 가기는 어려웠다. 그런 아쉬움 속에 다음날에는 오이타현의 히타 라는 도시를 방문했다. 텐진 역에서 철도로 1시간 30분을 달려가서 만난 그곳은 한적한 시골 도시였다. 
난 그곳에서 두 번 놀랬다. 첫 번째는 50년 전 과거의 모습 그대로 정지되어있는 도시의 풍경이었고 두 번째는 역 근처 우동 집에 야키소바를 먹으러 몰려든 한국인 관광객들이었다. 세상의 모든 시간이 멈춰진 것 같은 인구 6만의 작은 소도시가 관광으로 먹고사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지역 출신 유명 만화작가 이사야마 하지메의 포토존에서 사진도 찍고 백발이 성성한 관광 가이드의 유창한 영어안내와 함께 매끄러운 온천탕 속에 몸을 담그고 차가운 생맥주를 마시다가 드디어 알게 되었다. 그건 멈춰진 시간 속에서도 관광자원을 개발하려는 주민들의 피와 눈물의 총합이었다. 

그 지방의 역사와 문화를 토대로 지역관광자원의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지역사회의 총체적 노력의 결과였다. 그들의 멈춰진 시간 속에는 꺽이지 않고 계속되는 그 지역만의 서슬 퍼런 문화와 전통이 푸득푸득 살아있었다. 

인구 50만명 남짓한 더블린은 제임스 조이스라는 작가만으로 세계문학의 수도라는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도 멈춰진 시간 속에 숨겨진 지역문화컨텐츠를 하나씩 발라내서 관광인프라와 연계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박종하 질병관리청 검역정책과장
-프랑스 그르노블2대학 석사(DESS, 보건경제학)
-질병관리청 운영지원과장
-보건복지부 한의약산업과장, 사회보장조정과장
 
 

박종하 질병관리청 검역정책과장  flukepark@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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