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혼돈의 카오스’라는 말은 조금 이상한 말이다. ‘카오스(chaos)’라는 의미에는 '혼돈‘이라는 뜻도 있기에 중복된 표현이 되는 셈이다. 다시 말하면 ‘혼돈의 카오스’는 ‘혼돈의 혼돈’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돈의 카오스’라 하고 싶은 것은 많은 것들이 혼란스러운 상태기 때문이다. 

#첫번째 카오스
최근 공개된 ‘2023~2024 한국방문의 해’ 공식 포스터에는 한 남자 연예인의 사진이 대통령 선거 포스터와 흡사한 모양으로 나왔다. 한류스타라는 ‘차은우’씨다. ‘차은우’씨를 비난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다. 하지만 다른 것도 아닌 ‘2023~2024 한국방문의 해’ 공식 포스터에 등장하는 것은 첫 번째 ‘혼돈’이다. 
필자의 사랑하는 조국 대한민국을 전 세계에 한 장의 포스터로 알리는데 팬덤이 매우 한정적인 한류 스타 한 명을 내세우다니 ‘차은우’라는 한류스타 한 명으로 한국을 막 방문하고 싶은 열정이 샘솟는지 매우 궁금하다. 

#두번째 카오스
한 중화권 가이드가 단체 손님을 이끌고 명동 한 복판을 지나간다. 손님 중 한 명이 행여나 자신을 시선에서 놓칠까 노심초사하며 뒤를 돌아보고 열정적인 설명을 이어간다. 그런데 갑자기 한 사람이 나타나 신원조회 비슷한 것을 한다. 유자격 가이드 인지를 확인한다. 가이드를 믿고 따르던 단체객들은 무슨 영문인지 애매한 분위기다. 혹시 우리 가이드가 자격증도 없는 불법 가이드? 만감이 교차한다. 다행히 따르던 가이드는 유자격 가이드다. 

혼자 나온 게 아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캠페인 비슷한 ‘거리 행진’을 한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현장을 떠난 가이드가 워낙 많아 실제 현장에서 일할 수 있는 유자격 가이드는 모자라도 한참 모자란데 ‘원칙’이라는 논리로 손님과 함께 일하고 있는 가이드를 불심검문한다. 
자칫 영업방해로도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순간이다. 

원칙은 중요하다. 그리고 지켜야 한다. 당연하다. 그렇다면 유자격 가이드가 나홀로 불법 모객 영업 행위에 대한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시장 상황이 매우 안 좋다. 사람이 없다. 한국으로 여행 오는 관광객이 없다는 얘기가 아니라 그들을 맞이할 사람이 없다는 얘기다. 

2022년 기준 유자격 가이드는 중국어 1만 3250명, 일어 1만 1635명, 영어 9785명, 베트남어 285명, 태국어 189명, 러시아어 175명, 말/인어 373명 등이다. 이중 절반을 넘어 대부분이 현장을 떠나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가이드 시험은 1년에 1회다. 늘려라. 
여행사는 일을 시킬 수 있는 가이드가 없다. 여행객은 몰려오는데 사람이 없다. 어쩌란 말인가? 두번째 카오스다. 

#세번째 카오스
최근 한 지자체에서는 정부에서 교부하는 지방교부세가 대폭 삭감되면서 재정위기를 겪어 긴축재정에 나섰다. 
이에 관련 조직에 몸담고 있는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예정돼 있던 공무연수까지 모조리 취소되며 돈 벌기 직전까지 갔던 여행사들은 이른바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것 같다. 
해당 여행사들은 소규모 여행사들로 해당 지역 전문 여행사인 점을 감안하면 한 건 한 건의 계약이 매우 중요해 불리한 조건으로 계약 했을 경우 피해 역시 상당 부분 감수해야 할 처지다. 여행업자 중 ‘갑’은 몇 명이나 될까? 세번째 카오스다. 

#네번째 카오스
또 다시 전쟁이다. 형태로는 ‘국지전’이지만 외교 관계로 따지면 세계대전과 다름없다. 
벌써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공항 테러가 의심돼 폐쇄 조치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들린다. 
깊이 관여돼 있는 국가에서는 국내선 비행기 타기가 두렵다. 두려움의 상상은 언제나 끝이 없다. 상상하는 자의 죽음으로 끝나는 가상의 시나리오는 ‘여행’이라는 팔자 좋은 행위를 자연스럽게 제어한다. 인근 지역으로 예정돼 있던 팸투어도 취소가 줄을 잇고 있다. 이 때문에 미리 짜여진 일상의 스케줄까지 다시 조정해야 한다. 네번째 카오스다. 

#다섯번째 카오스
일의 형태가 바뀌고 있다. 비난할 일은 전혀 아니다. 이전에는 하나의 일로 하나의 업체와 관계를 유지하면 됐지만 이제는 하나의 일로 소통을 해야 하는 업체가 2~3개로 늘었다. 홍보 따로 B2B 업무 따로, 온라인 관련업무 등 모두 따로따로다. 업무가 좀 더 디테일해지고 있다. 최근 관광청 관련 업무 형태가 이런 모양새로 바뀌고 있다. 

이렇게 보면 디테일이지만 저렇게 보면 이른바 ‘이도저도’ 아닌 게 될까봐 염려다. 더 염려는 관광청 사람들과 소통할 일은 더 더욱 줄어든다는 것이다. 관광업의 장점 중 하나는 나이가 들어도 세월이 흘러도 멀리 유럽의, 북미의, 동남아의 그 사람이 아직도 일하고 있다는 것인데 ‘인적 네트워킹’의 기회가 줄어들까 미리 염려된다. 다섯번째 카오스다. 

#여섯번째 카오스
지극히 필자의 개인적인 불만이다. 우리 업계의 행사는 왜 화·수·목요일(특히 수요일)에만 집중돼 있는 것인가? 다이어리 화·수·목 칸 일정은 심한 카오스 상태다. 

한 가지 언급하지 않은 카오스가 있다. 한국을 찾은 단체객을 위한 버스가 동이 났다. 
그냥 버스가 모자란 게 아니라 그야말로 '비상사태' 수준이다. '카오스' 수준을 넘어 섰기에 말하고 싶지 않다. 

이정민 기자  ljm@traveldaily.co.kr

<저작권자 © 트래블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