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박완서 님의 ‘엄마의 말뚝’이라는 자전적 소설에는 억척스러운 엄마의 손에 이끌려 서울에서 살게 된 주인공이 서울 변두리에서 문간방에 세 들어 살면서 빈대로 잠을 설치는 장면이 있다. 

최근 프랑스 등 유럽에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는 빈대(BED BUG)로 인해 각 지자체가 방제 등 방역 활동을 강화하고 있어 호텔 등 관광업계가 긴장하고 있다는 뉴스도 나온다. 이에 질병관리청에서는 국민들이 빈대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신속하고 정확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빈대 예방․대응 정보집>을 홈페이지에 게재하고 해외로부터 위생 해충의 유입을 차단하는 검역소의 구제업무를 강화해 나가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1980년대 사라진 빈대가 다시 출몰하기 시작했고 앞으로 그 파장을 예상할 수는 없다. 사실 빈대는 질병을 매개하는 해충은 아니지만 수면 방해와 가려움증을 유발해 예방과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해외여행객들은 빈대에 물리거나 가방이나 옷가지에 붙은 빈대를 다른 곳으로 옮기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사전 예방은 사후관리보다 늘 저렴하다는 것을 잊지 말자. 

빈대의 재출현이라는 빈대주의보 이슈 이외에도 코로나 19를 겪은 이후 관광업계에서 확실히 변화된 구조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보건위생과 관련한 서비스의 확대라고 할 수 있다. 

전 세계에 100만 개 이상의 객실을 보유하고 있는 힐튼호텔이 먼저 치고 나갔다. 힐튼은 체크인부터 체크아웃까지 고객들에게 청결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해 거의 병원 수준에 육박하는 청결과 위생시스템을 제공하는 ‘힐튼 클린 스테이 프로그램’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체크인부터 체크아웃까지 비대면으로 진행하며 위생점검을 보장하는 ‘클린스테이 스티커’를 객실마다 부착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호텔 숙박업계에 보다 엄격하고 안전한 위생가치를 요구하고 있다. 앞으로 호텔 이용의 안전과 위생을 위한 무인체크인, 비대면 서비스를 위한 4차 산업기술의 활용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이는 호캉스, 의료․웰니스 관광, 스테이케이션, 워케이션 등 새로운 국제관광 트랜드와 접목되어 더욱 진화될 것이다.

한편 국내에서도 클린 스테이 호텔이 정착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위험감소 개념을 바탕으로 하는 사업 성격상 주된 고객들의 위험감수성향에 대한 사전 조사가 선행되어야 한다. 개인마다 또는 문화와 환경에 따라 위험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정도가 다를 것이다. 어떤 여행자에게는 1만분의 1에 해당하는 위험이 감수할 만하지만 어떤 여행자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두 번째 ‘클린 스테이’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인지도가 높고 방역 친화 부문에 있어서 대외적 공신력을 확보한 기관을 선정하고 소통과 협력을 통해 준비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병원, 방역업체 등과 연계해서 위생점검 및 방역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아마 조만간에 문체부에서 주관하는 우수숙박업소 인증제도, 식약처의 HACCP 제도처럼 방역 친화 인증 숙박업소 제도가 도입될 수도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방역 터널, 방역 커튼, 방역 로봇 등 4차 산업기술의 활용에 있어서 철저한 비용효과분석이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미 예약시스템과 안내 데스크에서 챗봇을 사용하고 있는 경우도 많지만 전체서비스에서 인력 부문의 투입 비중이 높은 숙박업계 특성상 효율성을 담보하면서도 연착륙도 고려한 신중한 선택도 필요할 것이다. 

코로나 19 이후 두드러진 확실한 변화는 보건위생과 관련한 서비스인 것이다. 호텔이용자들의 안전과 건강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도 분명한 추세다. 지금은 벅차고 힘들겠지만 달리는 기차에는 기어코 올라타야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박종하 질병관리청 검역정책과장
-프랑스 그르노블2대학 석사(DESS, 보건경제학)
-질병관리청 운영지원과장
-보건복지부 한의약산업과장, 사회보장조정과장
flukepark@daum.net

박종하  flukepark@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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