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에서부터 벚꽃 소식이 솔솔 들려온다. 동남아에서조차 벚꽃 구경하러 일부러 한국을 올 정도니 이미 괜찮은 여행 콘텐츠가 된 듯하다.

본격적인 벚꽃시즌을 피해 봄맞이 남도 여행을 머릿속에 그려봤다.
이제 운전도 피곤하고 귀찮아 진 나이 탓일까 편하고 빠른 KTX 이용을 해볼 생각으로 대략적인 경비를 머릿속으로 계산해 봤다. 부산으로 갈까, 목포로 갈까...

결과부터 말하자면 안 갔다. 아니 못 갔다. 억울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고 그 돈이면 조금 더 보태 가까운 해외로 나가는 편이 훨씬 낫겠다는 아주 단순한 생각 때문이다.

4인 가족 남도 여행 편도 KTX는 대략 20만원, 왕복이면 40만원이다.
다른 경로인 자가 운전일 겨우 3000cc급이라 해도 왕복 20만원이면 충분하다 못해 남는 비용이다. 하지만 자가 운전으로는 육체적 피로감도 문제지만 중간도 못가 막히는 차들 때문에 여행 일정의 반이 훌쩍 지나가 버린다. 이래저래 선택의 여지는 없으며 결국 여행은 포기다.

지자체들의 관광홍보 설명회가 잇따라 열리고 있다. 먹을거리도 많고 즐길거리도 많다. 각 지자체의 노력도 노력이지만 시간의 흐름속에 서서히 자리잡은 관광 콘텐츠들은 이미 충분히 확보된 상태다.

음식은 또 어떤가. 일본같은 정갈함은 없지만 한국 특유의 다소 투박한 시장들의 먹거리, 토속 음식들, 역사 유적지, 바다, 경치 좀 괜찮다 싶은 곳은 어디든 한 시대를 풍미한 조상들의 이야기가 담긴 곳 곳. 이미 차고 넘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접근성은 낙제 수준이다. 기차 여행을 하려니 예상 밖의 비용이며 자가운전으로 이동하자니 이 역시 답이 없다.

국내여행 활성화의 전략이 바뀔 때가 왔다.
그동안 콘텐츠에 집중했다면 이제 접근성에 집중해야 한다. 각 지자체 역시 유치 여행사에 제공하는 형식적 인센티브 제공 등의 전략에서 벗어나 관련 예산을 접근성 개선에 집중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KTX의 경우 사회간접자본으로 공공요금이 적용되니 요금 자체에 대한 인하를 기대하기는어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머리를 짜낼 필요가 있다.

당장 떠오르는 아이디어만 해도 수십가지다. 이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기만 한다면 폭발적 수요도 기대할 수 있을 만큼 아주 재미있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국내여행. 이미 콘텐츠는 충분하다. 이제는 접근성이다.

이정민 기자  ljm@travel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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