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국인의 여행욕구 알아차린 ‘유나이티드항공’
유나이티드항공 동아시아시장 운영 현황 및 장점

2. 바로 가면 ‘바보’ 거쳐 가면 ‘프로 여행러’
유나이티드항공의 ‘Stop over’ 200% 즐기기

3. 유나이티드에서 ‘북극성’을 보다
‘United Polaris business class’ 체험기

요즘 비행기를 타면 문득 “왜 기내식은 예전보다 맛이 없어 졌을까? 하는 불만 반, 의문 반의 생각이 든다. 

필자가 처음 국제선을 경험한 것은 1995년이었다. 돌이켜보면 당시 탑승한 항공기는 매우 척박한 시설과 서비스로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도착한 것만으로도 다행일 정도였다. 하지만 또렷이 기억나는 것은 기내식 하나만큼은 잊지 못할 맛이었다. 

높은 상공에서는 지상보다 혀에서 느끼는 감각이 둔화돼 음식 맛이 떨어진다는 과학적 근거가 있긴 하지만 공간의 색다름이 주는 영향 때문인지 무엇을 먹어도 맛있었다. 
같은 메뉴라도 소풍 나가 야외에서 사람들과 함께 먹으면 더 맛나듯, 그런 비슷한 이유 때문인 듯 하다. 

그런데 어느 시절부턴가 기내식이 시시해 지기 시작했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다. 왠만한 맛, 이상 아니면 기내식의 미식에 대한 평가는 점점 더 냉혹해 지고 있다. 

인천에서 샌프란시스코로 향하는 유나이티드항공을 탔다. 보잉 787 기종이다. 몇 년 전에도 같은 기종으로 미국을 다녀온 경험이 있어 이 기종의 장점을 잘 알고 있다. 다른 여행자들은 어떨지 모르지만 개인적으로 채광을 조절하는 창이 디지털 시스템으로 작동한다는 것을 알고 있어 소심한 걱정과 염려는 사라진 상태다. 
수동 개폐식 창의 경우 10시간 이상의 비행시간 내내 오픈해 놓고 비행을 즐기는 이해할 수 없는 이들을 종종 봐 온 터라 중앙제어가 가능한 이 기종은 선호하는 기종중 하나다. 
기내에서 선글라스를 착용치 않아도 되니 참말로 다행인 것이다. 

▲유나이티드항공은 비즈니스 좌석을 ‘폴라리스(Polaris)’라 칭한다. ‘북극성’이라는 의미다.

북미 지역의 항공사는 이른바 ‘오버 액션’을 하지 않아 좋다. 무릎까지 꿇어가며 승객을 상대하는 항공을 이용할 때면 ‘과유불급(過猶不及)’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크루(CREW)’는 승객의 안전하고 편안한 비행을 위해 관찰만 해주면 된다. 유나이티드항공 탑승의 기분은 그렇게 시작된다. 

유나이티드항공은 비즈니스 좌석을 ‘폴라리스(Polaris)’라 칭한다. ‘북극성’이라는 의미다. 
북극성은 일년내내 어디에서나 누구에게나 관찰되던 별이다. 멋드러진 이름도 이름이지만 비즈니스석이기에 앉았을 때 이용자의 동선을 얼만큼 배려했는지가 궁금했다. 

장시간 비행 중 탑승자 자신의 동선은 매우 중요하다. 팔을 펴면 모니터가 닿아야 하고 터치되는 모니터는 적당한 속도의 반응을 보여야 한다. 옆으로는 소소한 물건들을 두어야 하는 거치대가 필요한데 몸통을 심하게 비틀지 않고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건조한 기내 습도를 고려하면 작은 물병하나 쯤은 두어도 넉넉한 공간이어야 한다. 

▲무조건 발 앞 공간이 넓다고 편한 것은 아니다. 허벅지 뒷 근육을 통과하는 핏줄의 혈액 순환을 방해하는 구조일 경우 앞 공간의 무한함은 ‘무용지물’일 경우가 많다./트래블데일리 DB

가장 중요한 것은 하체다. 
비즈니스석 이용의 결정적 선택 사안이다. 무조건 발 앞 공간이 넓다고 편한 것은 아니다. 허벅지 뒷 근육을 통과하는 핏줄의 혈액 순환을 방해하는 구조일 경우 앞 공간의 무한함은 ‘무용지물’일 경우가 많다. 하체를 균형있게 떠받칠 수 있는 완벽한 밸런스의 좌석이 중요하다. 더 중요한 게 있다. 좌석 이용을 모두 제어할 수 있는 'seat control'이 구석에 박혀 있으면 찾다가 ‘쥐’ 난다. 

반대로 너무 개방돼 있으면 탑승자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버튼이 눌릴 가능성이 높다. 우려와는 다르게 유나이티드 폴라리스는 디테일했다. 
허리를 비틀지 않아도 어깨를 돌리지 않아도 모든 행위가 가능한 ‘몇cm’의 디테일을 만들었다. 

그중 가장 유용한 디테일을 찾았다. 때론 밥상, 때론 책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접이식 ‘받침대’다. 대부분의 비즈니스석 기내식 메뉴는 줄을 이어 나온다. 한 참 먹다보면 물 컵 하나 놓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과한 음식 ‘테코레이션’이 이어진다. 사실 손이 가는 메뉴는 많아야 2~3개다. 특히 한국인의 경우 재빠르게 먹어 치우고 다른 사람 보다 먼저 화장실에 가는 게 일종의 장거리 비행의 ‘룰’이다. 

▲비즈니스석 이용의 결정적 선택 사안은 얼만큼 편히 잠들 수 있느냐다.

유나이티드 폴라리스의 받침대는 트랜스포머처럼 자유자재로 움직인다. 접으면 절반의 크기 앞뒤좌우 움직임의 폭도 넓다. 누워서 모니터 속 영화를 보며 커피 한잔을 마실 경우 커피잔을 잡기 위해 허리를 사용하지 않고 누운 자세로 컵을 거치할 수 있을 만큼 가슴 가까이까지도 움직인다. 

장거리 비행인 만큼 기내에서 처리할 수 있는 업무도 많다. 몸을 쓰는 직업이 아닌 머리를 쓰는 직업을 가진 이들은 이 시간이 그렇게 소중하다. 집중도 잘된다. 남의 시선 덕에 조금 우쭐해지기도 한다. 
Laptop을 켜고 일을 하다보면 승무원이 간식도 권한다. 완벽한 일터다. 
그런데 Laptop을 놓아 둘 받침대가 작으면 일은 포기하고 다시 잠을 청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마우스를 따로 움직일 공간까지 유나이티드 폴라리스의 받침대는 매우 넓고 크다. 
이 정도로도 유나이티드 폴라리스를 이용할 명분은 충분하다. 물론 라운지 이용의 혜택까지 있지만...

▲허리를 비틀지 않아도 어깨를 돌리지 않아도 모든 행위가 가능한 ‘몇cm’의 디테일을 만들었다.

기내식 얘기를 해보자. 
앞서 언급한 것처럼 기내식이 문제다. 항공 관련 글이나 영상들을 보면 때론 일등석, 비즈니스석 기내식보다 이코노미석 기내식이 더 맛있다는 평가도 있다. 필자 역시 그렇다. 

일반석 기내식의 경우 먹다보면 합쳐진다. 소스와 메인 덩어리(닭 또는 다른 고기, 면, 밥 등)들이 합쳐진다. 수저를 놓기 직전에는 비빔 음식이 된다. 세상의 비빔 음식은 왠만 하면 다 맛있다. 양도 많지 않아 그런지 ‘맛있음’을 비교하자면 이코노미석 기내식에 더 좋은 평가가 많이 나온다. 
물론 이코노미석 이용자가 비즈니스석 이용자보다 월등히 많기 때문이기도 하며 비즈니스석 이용자들은 대부분 이용 후기 같은 것을 잘 남기지 않는 이유도 있다. 

▲사람들이 기내식 맛이 예전같지 않다고 느끼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 옛날 시절 지상에서는 흔히 접할 수 없던 메뉴들을 이제는 지상에서 차고 넘치게 맛보고 있기 때문이다./트래블데일리 DB

유나이티드 폴라리스의 기내식은 이런면에서 좀 다르다. 
비즈니스석의 품격은 유지하되 이른바 ‘상다리 부러질 만큼’의 포장도 뜯지 않는 쓸데없는 메뉴, 소스 등은 나오지 않는다. 매우 현명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대신 다양한 입맛을 위해 디저트가 훌륭하다.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여러 옵션이 있다. 체리, 딸기 등이 있는데 체리를 선택했다. 붉은색과 흰색의 절묘한 아름다움이다. ‘보기도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옛 선현들의 고언(古言)을 확인해 보는 순간이다. 바닐라 아이스크림은 순도 100%의 담백함이며 입속에서 터지는 체리의 번짐 역시 당도 높은 신맛이다. 
여기까지다. 추가로 TEA 또는 커피 정도면 1차 기내식이 끝난다. 기내식 서비스에만 2시간 가량 소요되는 다른 비즈니스와는 다르다. 

사람들이 기내식 맛이 예전같지 않다고 느끼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 옛날 시절 지상에서는 흔히 접할 수 없던 메뉴들을 이제는 지상에서 차고 넘치게 맛보고 있기 때문이다. 지상에는 정말 맛있는 게 많다. 다만 비행기에는 그 많은 음식을 실을 수 없어 요즘의 기내식이 맛없다고 느끼는 이유다. 

모니터 속 얘기다. 
먼저 모니터 속 소리를 듣기 위한 도구가 필요하다. 폴라리스 좌석에 앉으면 측면에 큼지막한 헤드폰이 눈에 띈다. 귀속을 파고드는 이어폰이 아닌 귀를 감싸는 헤드폰이라 다행이다. 
파고드는 것은 공격이며 감싸는 것은 위안이다. 비행 중 위안을 받기 위해 유나이티드 폴라리스의 엔터테인먼트를 살펴봤다. 
고를 수 있는 언어만 15개다. 모국어의 판단 기준은 여기서 확인된다. 한국영화 틀어 놓고 영어 자막으로 볼 수 도 있다. 물론 공부는 안 된다. 표현법 몇 개 정도 확인 차원이다. 이마저도 비행기에서 내리면 모두 잊는다. 만족할 만한 수준의 콘텐츠 개수와 종류다. 
가끔 집에서도 다시 보고 싶어지는 영화와 영상 위주로 구성됐다. 
한류가 선방중이라고 하지만 옆자리, 옆옆자리, 앞뒤 외국인의 감상작을 훔쳐보니 한국작품은 하나도 없다. 역시 외국에 나가보면 알게 된다. 

▲폴라리스 좌석에 앉으면 측면에 큼지막한 헤드폰이 눈에 띈다. 귀속을 파고드는 이어폰이 아닌 귀를 감싸는 헤드폰이라 다행이다. 파고드는 것은 공격이며 감싸는 것은 위안이다./트래블데일리 DB

고도는 점점 낮아지고 착륙 시간이 다가온다. 폴라리스 구역을 담당한 승무원은 불편한 것 없었냐고 묻는다. 없다고 답한다. 있지만 없다는 형식적 답변은 아니다. 원래 진실된 답변은 간단명료하다. 하지만 너무 간단해서 서운했던지 승무원이 창밖으로 보이는 동그란 반지 모양의 ‘애플’ 본사 건물을 설명해 준다. 동그란 건물 모양이지만 ‘애플’ 본사라 하니 감탄의 감정이 더해진다. 하늘 위에서 보기에도 좋지만, 안에 있는 사람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한번쯤 일해보고 경험해 보고 싶은 기업이다. 

▲고도는 점점 낮아지고 착륙 시간이 다가온다. 폴라리스 구역을 담당한 승무원은 불편한 것 없었냐고 묻는다.

기체는 활주로에 근접한다. 근접할수록 지상에서 유나이티드 폴라리스를 치켜 올려보는 사람들도 육안으로 확인된다. 그들도 필자가 타고 있는 기체를 보고, 기내 서비스를 경험하고, 폴라리스를 확인해 보고 싶을지 궁금해졌다. ‘유나이티드’기 때문이다.  

이정민 기자  ljm@travel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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